오늘은 내 생일.
마흔 여덟번째의 내 생일.
마산에서 예비사위가 날아와서 우리 가족 다섯과 함께 비슬산에서
오리훈제구이로 점심을 하면서 축가도 부르고 폭죽도 펑펑 ! !
남편의 잔잔한 기도로 온 가족이 같이 감사기도 드리고 즐거운
점심식사.....
여섯명이 오리를 세마리나 시켰으니 주인이 놀랄만도 하지.ㅎㅎㅎ
둘째는 혼자서 오리 한마리를 후딱 해 치우고 옆 테이블의 언니네
고기를 슬쩍 해 온다.
여자애가 몇인분은 먹었는지 마는지 간에 기별이 안간다니....
뚱뚱하지도 않고 허리가 개미허리만 하고 뱃살도 없는 아이가
무지막지 먹는다.
야채도 염소마냥 아구아구 와작와작 주섬주섬.
숨이나 쉬고 먹어라 할 정도로 먹성이 매우 좋다.
깨작깨작 먹는둥 마는둥이 아니고 먹는 모습이 예쁘고 복스럽게
먹는데 살은 별로 안찌니 얼마나 다행인지.
사위될 사람은 아직 군기가 단단히 잡혀 있어서 말도 조심스럽게
웃는 것도 조심스러워 보인다.
막내라 귀염이 얼굴에 가득하고 모습도 곱게 생겼다.
아버지 목사님이 워낙에 준수한 외모시라...
우리 애가 오히려 남성스러운 얼굴이고 사위가 더 곱게 생겼다.
오늘이 내 생일이고 내일은 남편의 생일.
전에 이곳에서 근무하기 전에는 둘이서 잠깐 여행도 갔었는데
요즘은 여행은 못가고 남편이 선물하기가 어렵더라며 현금으로
생일선물을 대신한다.
편지도 동봉해서.
평소에 사랑한단 말 아끼지 않는 편이지만 편지로 받는 느낌은
23~4년전에 연애하면서 받던 편지처럼 감동이 다르게 온다.
난 오늘 낮에 남편의 구두를 세일 하는 곳에서 샀다.
늘 바쁘게 돌아다니느라 구두가 몇 켤레는 되지만 시골길에서
흙을 뒤집어 쓰면 새것도 헌것 헌것은 헌것.
어쩌다가 목욕탕에 신고가서 광 좀 내고 오면 신발 같고 그냥은
구둔지 욕실환지 분간이 안간다.
남편은 발에만 들어가면 아무 신이고 신는 통에 아이들이 난리다.
애들 신을 급하면 신고 나가 항공모함으로 만들어 들어오니....ㅎ
넥타이 핀 세트를 사려고 했는데 본인이 얼마전에 두개나 덜컥
사 와 버렸다.
내 마음에는 그닥 들지 않는데 본인은 좋다고 하고 다닌다.
남편은 넥타이 핀이면 되는거고 난 좀 색이 들어간 푸른거나
젊어뵈는 세련된 핀을 사고 싶었는데.....ㅎㅎㅎ
아내의 생일이 앞이라 우리 가족만 있다면 오늘도 축하하고
내일도 미역국 끓여 축하하련만 할머니들이랑 식사를 늘 같이
하다보니 민망해서 남편의 생일에만 미역국 끓이고 같이 축하.
오늘도 남편은 자기 생명보다 더 사랑한단 말을 적어서
\"편지요~~\"
하고 봉투를 수줍게 내밀고 지나간다.
딸은 엄마의 어디가 이뻐서 아빠가 이렇게나 많이 사랑할까
늘 궁금하단다.ㅎㅎㅎㅎ
부부란 외모로 사랑을 하는게 아니니라.
오랜 세월을 힘겹게 넘어온 삶의 산들과 부서지며 헤쳐온 사람들
의 파도 속에서 서로를 부둥켜 안으며 위로하고 의지하면서
진정한 사랑이 영그는거란다.
딸아 !
결혼을 앞둔 네가 엄마는 자랑스럽고 이렇게 이쁘게 커 줘서
고마워.
살면서 어려운 일, 힘든 일,답답한 일,억울한 일, 통곡하고픈 일...
숱하게 많은 일들을 이기는 과정에서 혼자서 속 앓이 하면서
가슴아파하지 말고 언제나 대화를 통해서 해결하는 지혜를 배우렴
짧든 길든 대화가 반드시 필요해.
어린 네가 걱정이 많이 되지만 어른들도 좋으시고 남편될 사람도
영~벽창호는 아니어보이니 슬기롭게 처신하리라 믿는다.
오늘 사위는 선물을 사무실에 두고 급히 오느라 잊었다고
내일 선물을 들고 또 오겠단다.ㅎㅎㅎㅎ
젊은애가 벌써.....
그래.
이 핑계 저 핑게로 자꾸 만나려고 일을 만들어라 만들어.
밉지 않은 녀석.
나중에야 어찌되었건 지금에라도 잘 하겠다니 기분은 좋다.
늘 잘해주게나.
지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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