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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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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크니 좋다.


BY 영롱 2007-12-22

아들 녀석은 여섯 시에 일어나서 씻고, 밥도 안 먹고 놀러갔다.

\"엄마! 그동안 내가 너무 집에서 공부만 했어. 내일은 대형 블록버스터를 하나 준비했어.\"

 어젯 밤 학원 끝나고 열두 시가 넘어서 들어온 아들은 오늘 친구들과 명동을 간다고 허락을 하란다. 토요일 밤은 친구 집에서 자고  실컷 놀아야겠다고 오랫만에 입이 귀에 걸린 녀석.

학교갈 때도 여섯 시 반에 겨우 깨워야 일어나던 녀석이 오늘은 깨우지도 않았는데 일어나서 갔다.

 

어제 방학을 한 딸 아이는 오늘 일곱 시  반에 일어나 부랴부랴 아침을 먹고, 조조 영화 보고 점심 먹고 놀다 온다며 또 나갔다.

 

쉬는 날, 혼자 있으니 너무 좋다. 남들은 혼자있으면 불안하다는데, 난 왜 이렇게 좋은거야?

집안 일을 느긋하게 끝내고, 아들 녀석의 이불을 걷어서 빨아 널었다.

언제 이렇게 컸을까? 대견하다. 어린 나이에 아들을 낳고 쩔쩔매던 날들... 정말 세월이 언제가나 싶었다.

생후 보름만에 소아 병동에 입원을 시키고는 사망 확률이 80% 라는 의사 선생님 말에 아찔했던 순간이 어제 같은데...

초등학교 중학교 때 너무 놀린 것같아, 고등학교 1년 빡세게 공부 시켰더니, 아들은 따라오긴 하는데, 늘 힘들어 보였다.

\"오빠 짝 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해라. 해.\"  6 학년 와서 갑자기 반항을 많이 하던 딸아이도 요즘은 제법 잠잠해졌다.

 

어제 세계사 책을 읽었는데, 스파르타에서는 여섯 살 때부터 남자 아이들을 군인으로 키우는 훈련을 한다.먹을것도 조금만 주고 늘 훈련을 시켜서, 배가 고프던 소년이 여우를 잡았다. 마침, 훈련을 시키는 군인이 오길래 소년은 여우를 자기 품에 안았다.

여우는 소년의 살을 파 먹었지만, 소년은 들키면 혼나는게 더 무서워서 군인이 갈 때까지 그대로 참았다고 한다.  얼마나 잔혹한가?

올 해 1년 내가 아들을 그렇게 잡은 것 같아 미안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나를 위로한다. 

고등학교 첫 시험 성적에 충격을 받고 제 정신이 아니었다.

영화 보는거 좋아하고, 친구 좋아하고, 책읽기 좋아하고, 게임 좋아하던 아들은 얼굴이 시들어 갔다.

어젯밤 참 오랫만에 아들은 애교를 떨고 활짝 피었다.

 

오빠처럼 되지 않으려고  종종대던 딸아이도 오늘은 해방이다.

더불어 나도 해방이다.

나이가 들수록 무뎌진다. 어릴 때는 크리스마스가 돌아오면 설레었다. 절에 다니는 부모님은 절대 교회 가지 말라고 했지만 몰래 교회가서 고깔 모양으로 접은 종이 주머니에 사탕과 과자를 듬뿍 받아 왔던 기억이 난다.

우리 아들 딸들도 그렇게 설레리라는 걸 나는 모르고 살았다.

크리스마스는 아이들을 설레게 한다. 지금 그런 설레임과 추억이 그 아이들의 재산이 되겠지.

초등학교 3 학년까지 산타클로스가 있다고 믿었던 아들은 이제 너무 커 버렸다.

\"너무 좋다. 아이들이 크니 정말 좋다.\" \"좀 더 있어봐 그렇지도 않아.\"

아들 대입 원서 접수를 마쳤다는 친구는 군대 보낼 일이 걱정이란다.

그래도 좋다.

아이들이 잘 커주어서 나는 일을 잘 할 수 있고, 늦은 나이에 다시 꿈을 꿀 수 있고, 뭔가가 될 수 있을거 같은 기대감이 생긴다.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과 즐겁게 이야기할 수도 있고, 이야기를 들어줄 수도 있고, 나이를 먹으니 좋은 일이 참 많다.

\"잘 했어.\"

오늘도 난 나를 칭찬한다.

열심히 산 결과라고 좀 건방지게 자화자찬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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