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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절복통 할머니 요가단


BY 그대향기 2007-12-07

날씨가 추워지면서 할머니들의 행동반경이 많이 위축된 듯 하시다.

푸근 할 때는 그래도 운동장에서 가끔 산책도 하시고 잡초도 뽑으면서

운동을 하시더니 수은주가 영하를 기록하면서는 50 미터 이내에서 모든 걸

해결하시려 한다.

개인 방에 화장실이 딸려 있으니 밖에 나올 일 없고 방과 식당 사이가 얼마

떨어져 있지 않으니 왔다 갔다 그길만 다니신다.

예배시간에 나오시곤 쪼르륵 방으로 들어 가시면 각자가 방에서 성경 읽으시고

낮잠 주무시고 홀짝홀짝 개인 빨래나 하시고...

식사시간 이외의 시간을 방에서만 지내려 하시다 보니 슬립다운이 되셔도

무릎연골이 파열되는 중상을 입기도 하신다.

연세가 70 에서 93 세 까지 다양하다 보니 건강이 좀 나은 할머니 ,그렇지 못한

할머니, 속이 불편하거나 팔다리가 불편하거나....

그래도 다른 양로원의 할머니들 보다 개인 건강이 양호하시고 정신건강도 맑아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깔끔하게 지내신다.

너무 운동량이 부족 한 듯 해서 며칠전 식사 시간에

\"멀리 나가시지 못하니까 식사 끝내고 오후 4시 쯤에 간단한 운동 좀 할까요?\"

모두에게 의견을 물으니 좋으시단다.

.식사담당 주방장이 이제는 운동까지 가르치는 일 까지 생겼다.

이 곳은 양로원이라 해도 거동이 많이 불편한 할머니들은 안 계시고 기본적인

개인 위생은 다 해결하시는 양호한 할머니들이 계시는 곳이라 특별히 따로 위생을

처리 해 드릴 일은 없다.

그렇게 해서 운동을 시작 한지 오늘로 사흘째.

첫날에는 초등학교 때 배운 국민체조로 시작해서 요가 비디오 보고 배운 동작에

텔레비젼에서 열심히 가르쳐 준  동작 까지 국적불명의 운동이 탄생했다.

워낙에 고령인데다가 평소에 점잖은 행동만 하시던 할머니들이라 팔다리가 하자는

동작을 따라 하지 못하시고 제 각각 따로 노신다.

누워서 자전거 타기, 몸통 돌리기, 무릎 돌리기, 손목 발목 돌리기, 손바닥 발바닥 지압

제자리 걸음 , 제자리 걸음하면서 파워 워킹하기,배 주물러기, 배 두들기기....

어려운 요가 동작은 아예 빼고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동작만 하는데도 여기저기서

\", 아고고 ,몸이 말을 안듣네\"

비명이 터져 나온다.

아무리 \"팔을 뻗으시고\" 해도 뻗어지지 않는 팔

\"다리를 펴시고 윗몸을 앞으로 하세요\" 해도 다리도 윗몸도 말을 안 듣는단다.

처음부터 강도가 높은 운동은 아예 기대도 안했지만 할머니들의 몸은 뻗뻗한 장작같다.

그래도 아무도 중간에 탈락해서 나가시지 않고 한시간을 같이 하는데

\"이게 무슨 소린공? 분명히  누가 방구 뀌었제?\"

느닷없이 한 할머니가 폭로를 하는 바람에 웃음바다가 된다.

소화불량에 변비가 자주 걸리는 할머니들을 위해 손바닥으로 온 배를 둥글게 문지르는

동작을 하다가 한 할머니가 그만 까스를 심하게 분출하고야 말았다.

그 소리에 웃다가 요실금이 있던 할머니는

\"우짜꼬? 빤쭈에 오줌 찌렸다.\"

해서 또 웃고...

따라 하시라는 동작은 쉽지가 않고 옆사람이 하는 실수는 금방 알아 차리시는 할머니들을

모시고 아무리 쉬운 동작을 해도 안될 것 같았는데 오늘이 사흘짼데도 첫날 보다

많이 유연해 지셨고 소화도 잘 되신단다.

전문가적인 동작은 하나도 없고 할머니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있고 관절이나 근육에

큰 무리가 가지 않으면서 도움이 되는 동작을 더 찾아내서 오후 4시에 또 만나기로 하고

오늘도 \",선생님, 수고 하셨습니다.\" 하는 즐거운 인사를 받았다.

제자리 걸음으로 밖에서 걷지 못해서 생기기 쉬운 관절의 사고를 막자고 하는 동작에서는

팔다리가 같이 올라가서 웃고

\"발목을 돌리세요\" 해도 까딱까딱 앞뒤로만 흔들어서 웃고

\"배를 둥글게 원을 그리 듯이 문지르세요\" 해도 좌 우로만 만져서 웃고

조금만 긴장되는 동작을 해도 여기저기서 끙끙 앓는 소리를 해서 웃고...

한시간 내내 웃느라고 제대로 할 수가 없었어도 같이 모여서 가벼운 동작으로

몸 풀리를 하고 웃으면서 뱃가죽도 긴장시키면서 앤돌핀을 팍팍 만드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아프면 내일은 쉴까요?\" 했더니 소화도 잘 되고 팔이 쉽게 놀려진다고 또 하자신다.

며칠을 달아서 하다 보면 여기저기 땡기는 느낌이 없어질 거라고 했더니 계속 하자신다.

일단은 가스를 잘 나오게 해서 좋다고 하시고 한시간 정도를 웃고 뒹굴다 보니 즐겁다고

하신다. 즐거움 이야말로 할머니들에게 좋은 소화제 같은 것이리라.

고혈압에 당뇨에 관절염까지 있는 할머니들이 잠깐의 운동으로 젊어 지기는 어렵지만

가벼워 지는 느낌으로 하루하루를 즐겁게 사신다면 보약이 따로 필요치 않을 것 같다.

날마다 하시는 기도 생활과 천국 가실 날이 이 땅에 있을 날보다 가까운 할머니들이

무엇을 더 바라실까마는 내가 모시는 동안만이라도 건강하게 계시다가 주무시 듯 편안하게

마지막을 맞이 했으면 좋겠다.

나이 들면 자는 잠에 천국 부름을 받는게 소원이라고 하셨다.

부디 이 겨울도 건강하게 감기 한번 안들고 짱짱하게 보내시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수지침 책을 펴 놓고 할머니들에게 해당되는 부분을 연구 하느라 때 아닌 공부를 다 한다.

남편은 웃었다.

내가\" 요가 선생님 출근해요\" 하면서 할머니들에게 간다니까 어렵지 않냐고...

나도 운동도 하고 할머니들과 한시간 동안 재미나게 놀다 온다고 하니 잘 해 보란다.

4 년 전에 허리 디스크를 레이져로 수술하고 부터는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워낙에 타고 난 건강체였는데 주방일이 만만치 않다 보니 10 년 만에 탈이 나고 말았었다.

부산에 있는 우리들 병원에서 수술을 하고 주ㅡ욱 허리를 위한 운동은 열심히 한다.

요가에 가벼운 조깅에, 집에는 런닝머신 부터 자잘한 운동 기구 까지 웬만한 헬스장을

방불케 하는 운동 기구들이 많다.

한번 고장 난 허리를 최대한 조심하면서 운동은 열심히 한다.

학창 시절에 육상으로 다져진 몸이지만 나이가 들고 일이 일이다 보니....

이제는 나만 하는 운동이 아니고 할머니들을 챙기는 운동을 하고 있는가 보다.

열심히 책도 보고 비디오도 다시 돌려 보면서 무리 없이 할머니들을 배워드리는 동작을

연구해야 겠다.

웃다가 운동이 좀 덜 되면 어떠랴.

웃는 것  자체가 운동인데....

좋은 동작 있으신 분 소개 좀 하세요.

요기 요기 아컴 댓글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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