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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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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 그리고 엄마


BY 박실이 2007-12-01

서민의 행복은 참 치사하다.

그냥 그렇게...

 

엄만 살아 생전 겨울이 다가오면 연탄 천장만 들여놔도

소원이 없겠다 하셨다.

 

그 연탄 천장을 들여 놓구선, 그득하게 쌓아올린

창고안을 들여다  보자니 엄마 생각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힌다.

 

아버지가 가장으로서 물질을 제공해 주지 못하던 시절, 엄마의

심부름으로 새끼 줄에 한장씩 끼워서 팔던 연탄을 사러 다니던

기억이 내겐 참 아스라한 추억이다.

 

기름값이 만만치 않아 우연찮게 거저 얻어온 연탄 보일러를

올핸 가동하게 되었고 여차 여차하여

꾸어다 쓰던 연탄을 오늘에야 우리집 앞으로

들여 놓게 되었으니 참 부자구나 싶은데 옛 기억에 잠시 멈추어

나를본다.

다들 없던 시절이라 큰 불편은 없었는데도 그땐 겨울이면

김장을 끝내고 쌀을 들여놓구 연탄을 들여 놓아야만이

월동 준비가 끝이라고 어른들은 말씀 하셨다.

 

어느해 겨울, 아버지의 사업이 하락세를 달릴때 엄만 그 작은 체구로 왕복

삼십리도 넘는 길을 가셔선 당신 몸보다도 몇배나 더 크게

배추를 이고 오셨다.

 

다들 그 크기에 놀라 받아든 보따리 안의 배추는 풀어 헤치고 보니

배추가 아니라 시래기 꺼리였다.

 

그해 우린, 그 시래기 배추 김치로 한해를 났구, 어린 난, 뒷집에

혜숙이네처럼 빨간 김치를 해 먹자고 졸랐던 철 없는 계집아이였다.

그래서 새끼줄에 연탄을 끼어 한장을 사러가도 재미있어 하며 다녔지 싶다.

 

그때 엄만, 군청에 다니며 월급이며  보너스를  받아와 겨울이면

왕창 연탄을 들이던 뒷집 혜숙이네를 보면서 부러움반, 한숨처럼

그렇게 말씀 하시곤 하셨다.

 

나 죽기전에 연탄 천장 한번 들이고 죽었음 원이 없겠다.

 

연탄 천장을 들이고도 남을만한 여력이 생겼을땐 기름 보일러가

생겼고 아들들 여력이 생기고 호강 하시며 사실 나이엔 오십칠세

꽃같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셨으니 참 복도 없으신 분이지

싶다.

 

유난히 꽃과 나무를 좋아 하시던 엄마,  마당에 지천인

노란 소국을 보면 엄마 생각이 간절 해 진다.

손 바닥만 하던 뒷 마당에 기르던 엄마의 화초들..

.

병원에 누워서도 화초 죽이지 않게 잘 살피시라 하시던 엄마!

당신은 시한부 인데도 까맣게 모르시고 어떤 화초는 물 자주 줘도

죽는다며 상기 시키시던 엄마.

 

이렇게 넓은 마당에서 가을이면 감도 따구 호박도 따면서 그렇게 살다가

가시지 못한 엄마가 오늘은 참 그립고 그립다.

 

넓은 마당에 호청 한번 널어보고 싶다던 엄마.

우린 언제쯤에나   연탄 한번 그득하게 들여보고 사냐며 남의 연탄

들이는거 보시며 부러워 하시던 엄마.

 

엄마 대신 제가요 오늘, 엄마 소원 풀었네요.

엄마!

엄마, 당신이 참 그립습니다.

봄이 오는 길목까지 이 연탄으로 인해 엄마의 추억으로 인해

참 따뜻하고 가슴 서러울거 같습니다.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