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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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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BY 소심 2007-11-26

김장배추를 파격가에 세일하는 우리동에 E,L마트전단을 보면서 갈등했다.

올해는 김치를 담아야지.

한정판매라지만 그간의 안면으로 넉넉히 부탁하면서 꼭 주고 싶은 두어집도 생각해두고는

양념계산과 일을 할 생각에 심란해하는데 올캐언니가 전화를 했다.

 \"애기씨~일요일에 일찍 와요. 내가 지난 주에 김장을 해서 나눠 주다 보니 애기씨 생각이 나서 배추 네 단 부탁해 놨으니까 일직 오라고요. 글세 어머니가 \'지 딸들만 다 주고 내 딸은 안챙기나\'속으로 서운해 하실까봐서요.\" ^^

얼씨구나 싶어 김장계획은  없던걸로 ...

벌써 3 년 째  김장을 못하고 얻어 먹는다.

오십대의 늙은 시누이를 육십대의 올캐가 챙겨주고 \"애기씨\"라 불러 줄때마다 나는 공주병이 살아나고 어쩐지 올캐언니 갓 시집왔을때의 내 어린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아  언니가 날 부르는 호칭이 좋다.

투박하고 목청이 큰데다 키도 168이라는 그 시절에는 좀 튀는 내 올캐언니는 특유의 밝은 성품으로 항상 시원시원하고 어찌보면 막기파(?)같은 아줌마지만 자식셋을 별나다싶게 \'잘한다. 잘났다\'로 칭찬만하고 키우는데 (속으로 흉도 보고 좀 뻔뻔하게 느껴졌기에...) 그다지 잘나지않았던 조카들이 점점 나아지면서 남들이 부러워할 위치들이 되었다.

4년제 대학을 겨우 마친 조카가 취업을 못해 5년을 빈둥거리며 도서관을 왔다갔다만 해도 싫은 내색이나 핀잔도 안하면서 아들이 꼭 잘될거라고 더 격려해주는 모습에 나는 저렇게 잘한다 잘났다-너무 객관성이 결여된 맹목적인 칭찬이 연 못마땅했는데 ~

바라는대로 이루어지는 기적이 일어났다.

서울의 명문대를 졸업하고도 들어가기 어렵다는 좋은직장을 덜컥 합격한거다.

정말 사람은 열 번도 변한다는 말이 맞나보다.

그렇게 공부를 못해서 중, 고, 대학을 구색만 맞추는 처지라고했는데 점점  나아지면서 어느 순간 기적처럼 합격해서 지금 잘 다니고 있다.

일부러 꾸민것도 아닌데 듣기 좋은 말을 해서 상대에게 힘을 갖게하는언니의 대화법이 참 좋다.

한 때 부모님께 서운캐해서 섭섭한적도 있었지만 변덕이 없는 큰올캐가 고맙기만하다.

 

앞니가 빠질려고 덜렁거리는 파파할머니 친정어머니가 안심이 된 표정으로 대문 밖까지 나오시며 당부하신다.

동치미도 김치도 김치 냉장고에 잘 챙기라며 지팡이 짚고 비쭉비쭉 나오셔서는  \"운전 조심해라 \" 손을 흔드신다.

얻은 떡이 두레반이라고 작년에 얻어 온 김치도 아직 몇통이나 있는 냉장고 정리를 하다 대문에서 차가 멀어질때까지 보시던 엄마나 두 집 살림하느라 바쁜 와중에 우리집 김장을 해준 피붙이의 사랑이 가슴에 차오른다.

내가 나눠 준다고 나누는 빈약한 나의 사랑을 반성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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