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이 한꺼번에
여름에 수련회가 너무 많아서 남들 다 떠나던
피서를 가지 못하고 이제서야 휴가를 떠났다.
딱히 어디를 가야지 하는 계획도 없이 무조건
집에서 멀어지자가 여행목적이었다.
고3수험생이 있는 엄마라 나는 수능을 치루고나
서 가자하고, 남편은 그러다 보면 곧 겨울수련
회 준비로 바쁘다보면 휴가는 영영 물 건너 간
다고 기어이 떠나잔다.
내가 가지 않겠다면 혼자라도 떠나겠다고.
..
고3인 둘째는 어째도 기숙사에 있는 아인데 엄
마 마음은 그래도 동참하는 마음은 되어야 할
것 같은데 남편은 공부는 아이가 하는 거라고
우리의 휴가를 기어코 고집하는 바람에 혼자서
떠나게 되면 또 뒷일이 귀찮아서 홀가분하지
못한 기분으로 대충 짐을 챙겨서 떠났다.
방안에 있는 시츄 한마리와 밖에 있는 말티즈,
닥스훈트에게 사료 줄 사람에게 하루 한번씩만
물과 사료를 부탁하고 앞 마당에 한창 피기 시
작한 대국과 소국에게도 매일 한번씩 물주기를
부탁하는 번거러움을 신세진다.
앞 베란다에 미니 난들이 향기 뿜으며 피기 시
작하는 걸 일 주일씩이나 보지 못하고 향기를
흘려 버려야 하는 안타까움까지..
.
여러가지가 복합적으로 안 맞았지만 뒤로하고
그냥 따나기로 했다
.
첫날은 친정에서 엄마랑 하룻밤 자 드리고(엄마
는 내가 도착하면 제일 먼저 자고 가느냐고 물
으시는게 인사다)
둘째날은 부산 시숙의 병문안(이 날은 부산에서
제일 큰 네오스파라는 찜질방에서 잤다)
세째날은 부산 송도 모텔에서 자고
(부산 송도는 남편과 연애하면서 혈청소 바닷길
을 몇시간이나 걷던 추억이 있어서 휴가 때는
거의 매번 간다)
송도가 지금은 산책로를 바닷가를 빙 둘러서 시
설을 아주 잘 해서 이른 아침부터 밤 늦게 까지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도 아침과 저녁으로 산책로를 따라서 밤바
다의 파도소리와 갈매기의 날고드는 모습을 보
며 연애시절을 떠 올리며 잔잔하게 웃기도 했
다.
네째날은 전라도 무안 비행장 옆 팬션에서 하룻
밤을 잤는데 문을 열고 우리가 첫번째 손님이라
고 반긴다.
시설이 여느 모텔이나 팬션보다 깨끗하고 아늑
해서 대 만족
.
방도 너르고 벽지가 한지에 나뭇잎과 꽃잎을 넣
은 품격있는 것이라서 남의 집이지만 정이가고
또 와 보고 싶은 집이었다.
샤워부스에도 각별한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한
아주 깔끔한 숙소.
유명한 별 다섯의 호텔은 아니더라도 가끔 예약
을 해 주는 고마운 분들 덕분에 별 넷의 호텔에
는 자 본적이 있는데 어제 처럼 깨끗하고 아늑
해 한 적은 없었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그 방의 첫번째 손님이었던
게 더 좋았었다
오늘은 다섯째 날!
낮에 속리산 단풍,벌교 꼬막축제,순천만 갈대
밭하며 종일을 차 안에서 붕붕 거렸더니 소화
도 잘 안되고 허리도 뻑쩍지근하다.
오늘은 프라다라는 이름의 모텔이다.
카운터에서 특실을 달라하니 요금을 지불하는데
따로 200원을 더 내란다.
영문을 무르고 더 주고 받아서 올라온 봉투에는
세상에나,세상에나..
..
콘돔이 세개,거시기에 바르는 이상한 크림하나
폼크린씽 하나,싸구려 칫솔 두개,면도기 하나,
면봉 하나,화장솜 두장,여성 청결제 하나.
세째날에 송도에서 자는 날, 바다가 잘 보이는
경치 좋은 방을 달랬더니 숙박비에 만원을 더
달란다.기분이다 싶어서 만원을 웃돈으로 지불
하고 들어간 방은?????
에그머니나아ㅏㅏㅏㅏ
생전 처음보는 원형 물침대가 방 가운데 떡 하
니 자리잡고 있는게 아닌가?
도로 물리기도 뭐 하고 해서 그냥 자려는
데 영
요상스럽고 기분이 썩 좋지는 않더라만.
경관이야 커튼을 열어보니 빙 둘러 송도 앞바다
가 한눈에 다 들어오고 갈매기소리,파도소리가
가까이서 들리는게 너무 좋아서 그냥 있기로 했
는데 이 침대는 좀 그렇더라
.
그 밤의 일은 아컴 님들의 상상에 맡기고.
아무튼 우리에겐 필요치 않는 물건이 몇 있다.
첫째는 콘돔
.
이미 15년 전에 남편은 정관 수술을 한 남자.
둘째는 이상야릇한 크림
.
우리는 아직 한번도 그것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
했음으로.
세째는 칫솔.
우리 것을 가지고 다니기 때문.
하여간에 요상스런 봉투로 인해 관광지 주변의
문화가 느껴지는 묘한 밤이다
.
아직 이틀의 휴가기간이 더 남아 있어 어디를
갈까 자면서 궁리를 해야겠다
.
순천만의 갈대밭은 우와~~~
무슨 사람들이 그렇게도 많은지
...
가는길 오는길 사람들로 밀리고 밀려서 그냥 떠
다니는 걸음이다.
속리산에도 만추를 즐기려는 인파로 분위기 있
는 사진촬영은 아예 접었고 겨우겨우 두어장 찍
었을라나.
차를 타고 산 정상으로 빙빙 돌아 순천으로 나
오면서 마지막 온몸으로 단풍지는 산을 보는 것
으로 만족했다.
내일은 낯선 곳이지만 가까운 교회에 가서 두고
온 할머니들과 아이의 수능을 위해 기도를 드
려야 겠다.
남은 이틀의 휴가를 더 많은 추억 만들기에 맡
긴다.
할머니들을 위한 간식으로 전라도 특산물 황토
밭 호박고구마 두 박스를 샀다
.
일주일치 부식과 밑반찬, 곰국에 조기,갈치.쇠
고기 양념....
하느라고 하고 왔지만 그래도 늘 어쩌고 계실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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