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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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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와 함께 떠난 여행


BY 그대향기 2007-11-10

                                    산들이 한꺼번에

여름에 수련회가 너무 많아서 남들 다 떠나던

 피서를 가지 못하고 이제서야 휴가를 떠났다.

 

딱히 어디를 가야지 하는 계획도 없이 무조건

 집에서 멀어지자가 여행목적이었다.

 

고3수험생이 있는 엄마라 나는 수능을 치루고나

서 가자하고, 남편은 그러다 보면 곧 겨울수련

회 준비로 바쁘다보면 휴가는 영영 물 건너 간

다고 기어이 떠나잔다.

 

내가 가지 않겠다면 혼자라도 떠나겠다고.

..

고3인 둘째는 어째도 기숙사에 있는 아인데 엄

마 마음은 그래도 동참하는 마음은 되어야 할

 것 같은데 남편은 공부는 아이가 하는 거라고

 우리의 휴가를 기어코 고집하는 바람에 혼자서

 떠나게 되면 또 뒷일이 귀찮아서 홀가분하지

 못한 기분으로 대충 짐을 챙겨서 떠났다.

 

방안에 있는 시츄 한마리와 밖에 있는 말티즈,

닥스훈트에게 사료 줄 사람에게 하루 한번씩만

 물과 사료를 부탁하고 앞 마당에 한창 피기 시

작한 대국과 소국에게도 매일 한번씩 물주기를

 부탁하는 번거러움을 신세진다.

 

앞 베란다에 미니 난들이 향기 뿜으며 피기 시

작하는 걸 일 주일씩이나 보지 못하고 향기를

 흘려 버려야 하는 안타까움까지..

.

여러가지가 복합적으로 안 맞았지만 뒤로하고

 그냥 따나기로 했다

.

첫날은 친정에서 엄마랑 하룻밤 자 드리고(엄마

는 내가 도착하면 제일 먼저 자고 가느냐고 물

으시는게 인사다)

 

둘째날은 부산 시숙의 병문안(이 날은 부산에서

 제일 큰 네오스파라는 찜질방에서 잤다)

 

세째날은 부산 송도 모텔에서 자고

 

(부산 송도는 남편과 연애하면서 혈청소 바닷길

을 몇시간이나 걷던 추억이 있어서 휴가 때는

거의 매번 간다)

 

송도가 지금은 산책로를 바닷가를 빙 둘러서 시

설을 아주 잘 해서 이른 아침부터 밤 늦게 까지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도 아침과 저녁으로 산책로를 따라서 밤바

다의 파도소리와 갈매기의 날고드는 모습을 보

며 연애시절을 떠 올리며 잔잔하게 웃기도 했

다.

 

네째날은 전라도 무안 비행장 옆 팬션에서 하룻

밤을 잤는데 문을 열고 우리가 첫번째 손님이라

고 반긴다.

 

시설이 여느 모텔이나 팬션보다 깨끗하고 아늑

 

해서 대 만족

.

방도 너르고 벽지가 한지에 나뭇잎과 꽃잎을 넣

은 품격있는 것이라서 남의 집이지만 정이가고

 또 와 보고 싶은 집이었다.

 

샤워부스에도 각별한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한

 아주 깔끔한 숙소.

 

유명한 별 다섯의 호텔은 아니더라도 가끔 예약

을 해 주는 고마운 분들 덕분에 별 넷의 호텔에

는 자 본적이 있는데 어제 처럼 깨끗하고 아늑

해 한 적은 없었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그 방의 첫번째 손님이었던

게 더 좋았었다

 

오늘은 다섯째 날!

 

낮에 속리산 단풍,벌교 꼬막축제,순천만 갈대

 밭하며 종일을 차 안에서 붕붕 거렸더니 소화

도 잘 안되고 허리도 뻑쩍지근하다.

 

오늘은 프라다라는 이름의 모텔이다.

 

카운터에서 특실을 달라하니 요금을 지불하는데

 따로 200원을 더 내란다.

 

영문을 무르고 더 주고 받아서 올라온 봉투에는

 

세상에나,세상에나..

..

콘돔이 세개,거시기에 바르는 이상한 크림하나

 

폼크린씽 하나,싸구려 칫솔 두개,면도기 하나,

 

면봉 하나,화장솜 두장,여성 청결제 하나.

 

세째날에 송도에서 자는 날, 바다가 잘 보이는

 경치 좋은 방을 달랬더니 숙박비에 만원을 더

달란다.기분이다 싶어서 만원을 웃돈으로 지불

하고 들어간 방은?????

 

에그머니나아ㅏㅏㅏㅏ

 

생전 처음보는 원형 물침대가 방 가운데 떡 하

니 자리잡고 있는게 아닌가?

 

도로 물리기도 뭐 하고 해서 그냥 자려는

데 영

 요상스럽고 기분이 썩 좋지는 않더라만.

경관이야 커튼을 열어보니 빙 둘러 송도 앞바다

가 한눈에 다 들어오고 갈매기소리,파도소리가

가까이서 들리는게 너무 좋아서 그냥 있기로 했

는데 이 침대는 좀 그렇더라

.

그 밤의 일은 아컴 님들의 상상에 맡기고.

 

아무튼 우리에겐 필요치 않는 물건이 몇 있다.

 

첫째는 콘돔

.

이미 15년 전에 남편은 정관 수술을 한 남자.

 

둘째는 이상야릇한 크림

.

우리는 아직 한번도 그것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

했음으로.

 

세째는 칫솔.

 

우리 것을 가지고 다니기 때문.

 

하여간에 요상스런 봉투로 인해 관광지 주변의

 문화가 느껴지는 묘한 밤이다

.

아직 이틀의 휴가기간이 더 남아 있어 어디를

 갈까 자면서 궁리를 해야겠다

.

순천만의 갈대밭은 우와~~~

 

무슨 사람들이 그렇게도 많은지

...

가는길 오는길 사람들로 밀리고 밀려서 그냥 떠

다니는 걸음이다.

 

속리산에도 만추를 즐기려는 인파로 분위기 있

는 사진촬영은 아예 접었고 겨우겨우 두어장 찍

었을라나.

 

차를 타고 산 정상으로 빙빙 돌아 순천으로 나

오면서 마지막 온몸으로 단풍지는 산을 보는 것

으로 만족했다.

 

내일은 낯선 곳이지만 가까운 교회에 가서 두고

 온 할머니들과 아이의 수능을 위해 기도를 드

려야 겠다.

남은 이틀의 휴가를 더 많은 추억 만들기에 맡

긴다.

 

할머니들을 위한 간식으로 전라도 특산물 황토

밭 호박고구마 두 박스를 샀다

.

일주일치 부식과 밑반찬, 곰국에 조기,갈치.쇠

고기 양념....

하느라고 하고 왔지만 그래도 늘 어쩌고 계실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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