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색이 짙어갈수록 나는 살이 찐다.
올해도 태풍은 부뚜막의 고양이처럼 사뿐히 내려 앉았다가 흔적 없이 지나갔다.
가을의 결실은 사람마음을 평화롭고 여유있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풍성히 채워주는 이 가을이 좋다.(욕심이 많나)
우리 주말농원에는 감나무 밑에 앉아 있기만 해도 홍시가 입에 들어간다.
자연은 채워주기도 하지만 스스로 비워내는 자기 희생을 보여준다.
언제까지라도 감을 매달아 놓고 오동통한 그 모습을 보고 싶지만 자연의 순환 원칙을
거스럴 수는 없기에 부지런히 홍시감도 따고 단감도 땄다.
주말 농원이 등산로 길가에 있고 피라칸사스 울타리가 사철푸르니 지나가는
등산객들이 꼭 한마디씩 한다.
“감나무 밭이 너무 평화롭고 아름다워요. 감이 참 탐스럽네요.”하며 날 보고 웃는다.
그러면 전생이 천사라고 우기는 나는 또 오지랖이 넓어서 먹을 것을 앞에 놓고 지나는
사람을 그냥 못 보내지
내 주먹보다 두 배나 큰 홍시와 단감을 집어준다.
미소를 짓던 아저씨 얼굴이 가을 하늘보다 더 환하게 열린다.
아~~~!
나는 정말 부자구나 내게 나눠 줄 것이 있다는 것이.
농원 한켠에 배추 무를 심었더니 둘이 키 자랑을 하는지 갈 때마다 쑥 쑥 자라있다.
“오늘은 몇센치 컸니”
그렇게 물어보는데
무가 힘을 잃고 두 팔을 축 늘어 뜨리고 대꾸를 안 하네.
아니 얘네들이 불만이 있으면 말로 하지 그렇게 처져 있으면 어쩌겠다는 거야.
왜 그런가 자세히 살펴보니 땅굴파기의 선수 두더지가 장난을 친것 같았다.
내가 아무리 마음이 비단결이고 너그럽기로서니 배추 무를 다 망치는 두더지를 가만 놔
둘 수는 없지.
인터넷을 다 뒤졌다.
“두더지 퇴치법” 하고 엔트를 쳤더니 금방 나왔다.
땅바닥을 들수셔 푹신푹신한 솜이불로 만들어 놓은 것은 뭐라 말 안해
나도 큐션을 밟는 것 같아서 좋았어, 한데~~~
뿌리가 생명인 무에게 바람을 들여 놓으면
그 집안 망쪼나지........!!!
제초제를 치지 않고 지렁이와 벌레를 잡아먹게 해 준 내게 배신을 때려
제일 비겁한 넘이 숨어서 뒷통수 치는 넘이야
나도 악랄한 방법으로 너를 잡아 물볼기를 치거나 햇볕에 말려 바비큐를 해 버릴 수도 있지만
내가 천사과라 너와 똑 같을 수는 없지 않니
나는 자연친화적인 사람이고, 두더지 너는 생존이 달린 문제이니 인터넷에 나온 퇴치법중에
너도 살고 나도 사는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참 재미있을 것 같았다.
우선 대나무를 30CM 길이로 자르고 젖가락처럼 잘게 쪼개어 끝을 뽀족하게 다듬었다.
그리고 대나무를 꽝꽝 땅속으로 박아 넣었다.
말하자면 배추와 무밭의 땅속 울타리를 치는 것이다.
땅굴을 팠다가는 쪼족한 대나무 끝에 머리가 찔리는거지 뭐.
제 깟 녀석이 삼십육계 줄행랑 안하고 베기나.
하느님 이 방법 어떼요. 괜찮죠~~~^^;
\"그럼 이담에 나 천당가게 해 주실라우\"…^*^;
여기저기 띠띠 전화를 눌렀더니 모두들 바구니 하나씩을 들고 우리 주차장으로 다 모인다.
“ 우~~와아, 꿀보다 더 맛있는 단감이잖아~~~”
그러면서 내가 집어주기도 전에 뒷 트렁크에 가득 찼던 단감이 삽시간에 없어져 버렸다.
그래 꿀보다 더 맛있는 감 먹고 올 가을도 모두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랄께~~~
(1년 숙성된 감식초. 아~~난 왜 못하는 게 없지~~뽕,,뽕 돌 날라오는 소리….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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