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 저녁. 막내딸 내외가 예고도 없이 대문을 들어섰다.탄이(강아지)를 안고. 내외가 내게 올 때는 언제나 짐이 두 손 가득이다. 귤 한 상자와 카스테라 그리고 두유 한 상자 그리고 그녀와 나만의 암호 <까까>다. 탄이 예방주사를 맞혀야 하고 이왕에 여기까지 왔으니, 무도관에 들러서 놀다 올 동안 탄이를 맡기겠다 한다. 좋~지.
내가 기거하는 작은 방에 짐을 벌려 놓은 그녀는, 열려진 창문을 닫으며 말한다.
"엄마. 이 추운 날 왜 창문을 열어 놨어요?"
" 느이들 벨 누르는 동안에 방에서 늙은이 냄새 날라 싶어서 잽싸게 창문열고 방향제 뿌리느라 바빴다. "
"아이고~. 냄새는 무슨 냄새가 나요. 아무 냄새도 안 나요. "
내 친정엄마는 96세까지 사셨다. 언니가 모시고 살았으나 워낙 깔끔한 언니다. 그런데도 엄마 방에서는 아주 여꺼운 냄가 났다. 아무리 청결하게 한다고 해도 그리 냄새가 난다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나는 못된 딸이었다. 그럴라 치면 목욕이라도 한 번 씻겨드리지 않고 멀지감치 나와 있었으니.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자 언니가 말했다. 신기하게도 엄마방에서 나던 냄새가 싹 사라졌다고 한다.
나는 엄마의 딸이고 이제 나이도 80을 넘었으니, 나도 엄마를 닮아서 늙은이냄새가 날 것이 뻔했다. 아직은 내 스스로 목욕을 할 수 있으니, 내 스스로 대처할 수가 있다. 그러나 씻지 않아서 나는 체취가 아니었지 않은가. 그래서 집에 누구라도 들어오면 나는 창문을 열고 방안 구석 구석에 방향제를 급하게 뿌려댄다. 침대 위의 이불에도 옷걸이에 걸린 옷에도, 옷이 흠뻑 젖을 정도로 방향제를 뿌려준다.
참 서글픈 일이다. 왜 일까. 사람들은 아니라고 하지만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겠다. 나이 80이 적은 나이인가. 그래도, 냄새가 풀풀 난다 해도 아직은 그만 살고 싶지 않으니.... 아니 죽을까봐 겁이 나서 부지런히 병원을 드나드니, 내가 생각해도 한심하다. 차라리 몇살까지만 살라고 정해 놓았으면 어떨까.
통증억제약에 내성이 생길까 걱정하는 내 두 손을 잡고, 막내딸이 딱하다는 듯이 말한다.
"엄마. 요새는 그렇게 내성이 쉽게 생기지 않아요. 진통제 잡수셔도 괜찮아요. 걱정 마세요."
남들은 80이면 살만큼 살았다고 한다. 더 살겠다는 건 욕심이라 한다. 그러지 마세요. 서글퍼요. 저들도 나이를 더 먹어 보라지. 더 살고 싶은 마음 가짐을 나무랄 수 있겠는지. 그저 그만 사는 날까지 더 아프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죽는 날까지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다. <오늘 내 컨디션은 베리 굳~!> 이걸랑.
만석이는 손녀딸아이가 학교 들어가기 전에는 요렇게 직접 만들 어 입혔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