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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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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물 다섯 컵.


BY 일상 속에서 2007-10-25

 

맹물 다섯 잔.


지난 일요일, 일한답시고 아이들에게

소홀했던 미안함이 한꺼번에 주말이면 썰물처럼

밀려드는 통에 마음이 편치 않다.

마음 같아선 휴일만큼은 흐트러진 모습으로 만판 뒹굴고 싶은데

삶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 라는 마음으로 어쨌든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섰다.

이런 제어미의 마음을 알리 없는

딸내미는 주말마다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있다.


“엄마, 내 친구들은 쉬는 날이면 가족이 함께 여행도 가고

놀러다니는데 우리는 언제 그래요?“...

미안함으로 쩍쩍 갈라진 마음의 상처에 소금을 왕창 쏟아 붓는

가시 박힌 말 앞에서 나는 이판사판 공사판, 배 째라는 심정이 되어버리곤 한다.


“그럼, 그런 집에 태어나지 왜 엄마한테 태어나서 못 놀러 가냐?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보따리 싸서 그 집으로 가서 살면 되겠구나!!!“


대뜸+퉁명스럽게 내 입을 통해서 튀어나오는 말 앞에서

딸은 입이 댓 발이나 나와서 제 방으로 ‘쏙’ 들어가 버린다.

내 몸과 하나인 ‘마음’이란 것이 어찌 그렇게 입과 따로 놀려는지

자식들의 마음을 헤아리면서도...

그래서 더욱 미안하면서도...

이기적인 마음은, 나도 사람이라는 아우성으로 시끄러워지고

버거움이 커다란 바위처럼 억누르곤 한다.


“니들, 엄마는 무슨 로봇이냐? 쉬는 날만큼은 엄마도

쉴 수 있어야 될 거 아냐? 퇴근하고 집안일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밥하고 집안 치우고 출근해서 일하고...!!! 니들이라면

엄마처럼 살 수 있겠어?!“...


이렇듯 애들에게 한번씩 토해내듯 쏟아내는 말이라고는

고작 7살 유치원생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유치하기 짝이 없으니.

스스로 생각해도 한심스럽다.

엄마 된 그릇이 작은 나.


평일엔 잘도 쉬던 제 아빠가 주말만 됐다하면 세상에서 제일 바쁜 사람처럼

새벽같이 나가는 것에 이제는 별다른 반응도 없는 것들이

엄마에게만 매달리는 마음들은 오죽할까...

기포 많은 현무암처럼, 속이 텅 빈 대나무처럼,

속빈강정처럼 나 이상으로 마음이 허함을 느끼는 아이들에게

나는 늘 이런 식일까?...다독거리지 못한 소견머리를

늘 반성만 하고 있다.


반성이 한번 마음을 휩쓸고 나야만이 육중한 몸을 잡아끄는(?)

중력을 이겨낼 마음이 생기곤 하니...

왜 한번에 아이들의 투정에 다분히 받아주질 못하는 걸까?


“니들 가고 싶은 곳이 어디니? 자전거로 다닐 수 있는 거리면 돼.”

늘 똑같은 일상, 이 말 또한 외출 때마다 뱉어내는 말이다.

언제쯤이면 남들처럼 해맑게 반듯한 차림으로 멀리까지 자가용을

끌고 나가서 걱정 없이 여행이란 것을 즐길 수 있을라나?

기약 없는 미래...

녀석들 또한 제 엄마를 닮아서 단순하고 건망증이 심한 뇌를

가졌는지 평소와 같이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듯 천호동 ‘로데오’

거리를 부르짖는다.

그곳엔 시간을 무제한으로 때울 수 있는 대형 할인점이 있고

쇼핑물이 있고 구경 될만한 노점들도 즐비하니 아이들과

자주 찾게 되는 곳이다. 하지만

언젠가 난 아이들에게 선언하듯 이제는 천호동을

가더라도 할인마트만은

가지 않겠다고 단정 지어 말했었다.

이유인즉, 넓디넓은 할인마트에 층층마다 구비된 다양한

상품들과 그만치나 분비는 사람들 속에서 하나뿐인

아들놈을 잃어버렸다싶어서 찾아보면 늘 보이는 곳이

‘문구, 완구점’층수.

그것도 한쪽 구석에 있는 게임코너 앞...

제집 방바닥에 철퍼덕 앉은 모습으로

편하디편한 자세로 게임삼매경에 빠져있는 자식의 모습을

봐야하는 어미의 마음...없던 고혈압도 생길 판이다.

바로 맞은편에는 아들과 같은 모양새지만 그 모습이 너무나

어여쁘게 보이는 책 읽는 아이들...

아무리 잔소리를 해대도 그때뿐, 통제가 되지 않아서 차라리 가지 말자고

했던 것인데 녀석이 다시는 게임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서

다시 한번 들른 적이 있었다.

제 엄마가 부러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흉내내보겠다던 녀석이

처음에 10여분을 앉아서 서점코너에서 책을 읽는 것 같더니만 금세  X마려운 강아지마냥 좌불안석, 엉덩이가 들썩인다.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한다는 말이,

“엄마, 책 다 읽었는데 이제 뭐 할까요?”라나.

“뭐? 벌써 책을 다 읽었어? 이 많은 책을? 얀마!!! 그 짧은 시간에

책 한권인들 읽었겠냐? 너 독학으로 ‘속독법’배웠어?!“

불끈하며 나온 내 말에 녀석이 제 동생에게 배웠는지 입을 댓 발이나

쭈욱 뽑고 선 아무 대꾸도 못했다.

책 읽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까봐

나는 더 이상 말을 않고 밖으로 나섰고 우린 그 뒤로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기 위한 일이 아니라면 다시

들리지 않기로 약속했다. 그것이 한달쯤 됐을까?

그 후로 다시는 대형마트가 있는 ‘천호동’을 가자고

말한 적이 없는 녀석이 어쩐 일로 그쪽으로 가잖다.


아이쇼핑하러 딸과는 자주 가는 곳이지만

녀석도 남자라고 여자들의 ‘아이쇼핑’을 이해하지 못한다.

무슨 각오를 했는지

녀석은 아이쇼핑을 해도 잘 견딜 수 있다는 약속까지

먼저해왔다.

그렇게 출발하기 전부터 난리브루스를 쳐대고

목적지를 행해서 각각 자가용(자전거)을 이끌고 밖을 나섰다.

얼마나 거리를 활보했을까?

아들놈 한다는 말이,

“엄마, 배고프지 않으세요?”...

“......너 아까 내가 배고프기 전에 밥 먹고 출발하자고 했더니

괜찮다며...“

“...... 아영아, 넌 배 안고파?”


잔머리 좋은 녀석에게 나는 두 손을 들었다.

아이들이 원한 메뉴는 ‘즉석떡볶이’였다.

검은색으로 칠해진 나무계단을 올라가니 작고 아담한

공간이 나왔다.

편안한 자세로 창가로 자리 잡고 앉아서 메뉴판을 집어 들었다.

까짓 떡볶이 하며, 들어섰건만...

떡볶이 1인분 5,500원...으로 시작한 메뉴들의 가격대가

만만치가 않았다.

기본 사리 추가는 1,500원에서 2,000원이나 됐다.

녀석들이 고른 메뉴는 치즈 떡볶이.

야끼만두, 밥도 볶아 드시겠단다.

몇 인분을 시킬까 고민 할 것도 없이 2인분만 시켰다.

전에는 3명이 2인분만 시켜도 먹을만하더니 녀석들이

크고부터 그것도 모자란다.


정말 배가 고팠던지 그 뜨거운 떡을 입이 데일까 걱정될 정도로

입속으로 집어넣기 바빴다.

나는 떡을 두어 개 집어 먹었다.

그리곤 탁자 위에 있는 물통을 집어 들어서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 모습을 보던 아들놈 한다는 말이

“엄마는 매우세요? 나는 하나도 안 매운데...”라고

청양고추를 맛나게 먹어대는 제 엄마를 봤었기에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어 본다


“그러게... 많이 매운데 너희는 괜찮니?”

내 질문에 녀석들 자랑스럽게 맵지 않고 맛있단다.

집에서 김치가 맵다고 헐떡 되는 것들이 그보다 간이 더 들어간

떡볶이는 맛있다니...

아~ 헐렁한 지갑을 보존하는 아줌마는

유혹적인 음식 앞에서 물로 배를 채우는 서러움을 감수해야 하나보다.

이런 장면은 그 옛날 슬픈 영화의 한 장면이었는데...

도시락을 못 싸간 학생이 수돗가에서 물배를 채웠었던...

내가 그런 주인공으로 살줄이야...

물을 단숨에 5컵을 먹고 오들오들 떨다가 집으로 돌아온 나는

화장실을 수없이 다니며 먹은 양이상의 수분을 배출해 내야 했다는

슬픈 이야기가 있었다.


-무슨 말을 쓰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글은 써야 하는데 수시로 들어서는 민원들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글의 중심을 잡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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