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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없는 집


BY 정자 2007-09-18

궁상를 떨어서 생긴 거  죄다 노름빚 갚을 거면 뭐하러 돈 버냐 ?  나 같으면 미친 척하고 나도 한 판에 보내는 거   일도 아녀? 그 까짓거 돈? 나 죽어도  노잣돈 남이 챙겨 주더라.. 시체가 지돈이라고 박박우기는 거 봤어? 봤냐구?

 

그래도 돈은   필요한디..니이미  제길럴 그 필요할 땐   쌈짓돈도 나 몰라라 남한테 훌러덩 바람난 여편네처럼 날아가더라..  맘 잡아서 쬐께 돈 모아 놓으면 어디서 똥개처럼   앵겨갖고 그 돈  나올 때까지 오만가지 아양은..근디..그래두 좋더라...

 

한 번은   한 여름밤에 왜 갑자기 그 시뻘건  오만가지 양념에 버무린 닭발이 먹고 싶은 거여..

다른 때 같으면 그런 말한다고 니 주제를 알라느니 입맛도  여러가지라고 할텐디..참 내    아무말없이  나가더니   소주 한 병에   얼마나 빨리 달려  왔나 닭발이  식지 않은 거여.

 

임신 삼개월 될 때 입덧하는 여자처럼  먹고싶은 거 먹을 때말여...그것 말고는 다른 거  비행기공수로 날아 온   상어 등짝 준다고 해도 난 못 잊어 버린당께.  

 

그 놈의 돈을 미리 준다고 하지만 않았어도 아마 한 밤중에 족발도 같이 뜯고..소주 한잔에

캬아..넘기는 맛도 쏠쏠할 텐디..그 남자 고단수   잔머리 통째로 굴리는 거 내 잘 아는 디..

꼭 당하고 후회만 원 없이 하면 뭐하냐?

 

에휴... 내가 지천명이 넘어 간 단다..기막혀서  별 말을 골라서 이 싱숭생승 한 오늘이  아무래도 곧 날 잡을 것같으니 불길혀... 니! 뭔 말 좀 혀 봐봐? 듣기만 하지 말고..

 

언니는  여태 혼자 말하고  나보고 듣기만 한다고 타박이여? 시방?

 

일주일 내내 비가 오락가락하는 통에 사람 만나는  것도 축축하다. 오랫만에  뵌  나의 언니 떠벌이 아줌마다.

 

언젠가 아줌마 에세이방에 단골로 등장하던 욕 잘하고 목소리 크고 힘이 무지 쎈  여자다.

글을 몰라 나에게 한글 배운 나의 유일한  제자다.

유일하게 속상하든  즐겁든  희노애락을 말 안해도  표정만 봐도 안부를 알 수  있다.

그러니 얼굴 보자면 또 무슨일이  생겼나? 묻지도 않는다.

 

야야? 니 요즘 놀지 말고 그 옛날 군청직원들 벌벌 떨게 한 니가 아니냐? 비 온 다고 홍수 났다고 다아 떠내려 가기 전에 복개공사 안허면 니 진짜 청와대에 부침개 해먹으러 간다고 한 거 낸 지금 생각혀도 시원하당께.. 진짜로  내 말을 그렇게  써 가지고 보낼 줄 몰랐당께..흐흐..근디   니 지금   글은 쓰는 거여?

 

아아니~~~. 후후..지금 그런 게 통할  때여..인터넷이 후다닥 번지면    대통령도  바뀌는 스피드시대인데.. 언니는 지금 생각 해보니께  그 때가 전성기였어? 그지?

 

뭐? 그지? 내가 그지냐?

어?  그게 아니구.. 그렇다고! 또 또 말꼬리 잡고 업어치기 할려구?

 

이런 저런  애기하다 소주 두 병이  비었다.

우리 한 병만 딱 한 병만 더 할까? 내가 조른다.

 

그려    나는 집에 가도 기달려 줄   남자도 없고..닌   내 동생인께 내가 오늘 지켜주고 흐흐...

 

언니는  남자가 없는 집에 혼자 산다.  그래도 언니가 그런다.

누가 아냐..어떤 눈 먼 돈이 나한테 오면  냄새가 나가지고 그 놈 또 올줄 모른당께..

이 번엔 닭발말고  뭐 사달라고 할까? 정자야 니 골라 봐라?

 

내가 먹을 건가? 그랬더니

이번엔  임신   8개월 된 여자처럼 수박이나 뭐 메롱인가 뭔가 그런 거 있잖어?

 

언니의 수다는 아무래도 추가한 소주 한 병에 끝나지 않을 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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