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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간갈때의 마음과 나올때의 마음


BY 너도밤나무 2007-09-18

나리양을 보낸 길거리에는 폭격 맞은 전쟁터처럼 온통 나뭇잎들로 을씨년스럽다.  
초저녁까지만 해도 세상을 날릴 듯이 키 큰 나무들의 허리를 꺾었고 층 높은 아파트 베란다
창문도 와장창 날렸다.
이러다가 오늘 밤으로 나뭇가지가 남아 나는 게 없겠구나 더러는 가만히 엎드려 있는
차 위에도 떨어지고 세찬 회오리로 디워의 이무기가 되어 아파트를 통째로 휘감기도 했다.


창문 밖의 광란의 모습들이 무서워 심장 약한 이 겁보는 창문마다 시건을 다 걸어 잠그고
숨을 죽이고 있었다.
서너 시간을 간을 졸여 콩알만 하게 만들더니 나리는 할퀴고 꼬집고 밤 9시가 지나자
얌전히 꼬리를 감춰버렸다.
나리양의 앙칼진 반항치고는 창문 밖 모습은 양호한 편이었다.
대로의 숱한 나뭇가지의 잔해와 아파트 지붕의 환풍기가 나뒹구는 것쯤은 나리양의
가는 길에 제물로는 약과다.



사실 폭풍우는 어젯밤부터 우리 곁에 미리 와서 불고 있었다.
거세게 사납게 마음 졸이게 하면서 저러다 무슨 일 터지나 했는데…………
어젯밤 늦은 시간 정적을 깨는 여자의 비명소리가 유리잔처럼 쨍그랑 하고 깨졌다.
곧이어 폭풍우가 불었고 우당탕 부딪히고 날아가고 그것은 분명 폭풍우의 위력이었다.
분명하고 또렷한 것이 발원지는 바로 우리 옆집 같았다.
며칠 전에도 그렇게 태풍이 몰아쳤는데 그 태풍의 눈이 아직도 소멸되지 않고
회오리를 일으키고 있다.
그들이 일으키고 있는 태풍으로 인해 이웃들이 심란해 하고 눈살 찌푸려야 하는
상황을 모르지는 않을 터인데 연일 반복되고 있는 그들의 폭풍우에 이해는 가나
타협점을 찾지 않는 행동이 심히 불쾌하다.



한 오 년 전이었던가.
옆집 여자는 연일 입이 귀에 걸리어서는 싱글벙글하고 다녔고 골프를 배운다며
기백만 원을 들여 장비를 구입하고 걸맞은 맵시를 갖춰야 한다며 온몸에 골프웨어로 둘둘 말았다.
그리고 날이 갈수록 씀씀이가 해프지고 그 강도가 빈번해졌다.
월급쟁이 아내로서는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씀씀이였다.



갑자기 달라진 옆집 여자의 행동을 한참을 지난 후에야 알게 되었다.
꽤 재력가였던 홀 노모는 자식들에게 재산을 분배했고 장남이었던 우리옆집에
십억 대가 넘는 횡재를 가져다주었다.  
그 재산을 분배 받으면서 늙은 노모는 당연히 몇 년 후에 큰아들인 우리 옆집으로
합친다는 묵인하에 재산을 물러 받았다.


이제는 연세가 드시고 기력이 떨어진 노모를 모셔와야 할 형편이었다.
당연히 아들은 자신의 집으로 모셔와서 여생을 보내게 해드리려고 했지만 아내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힌 것이다.
어쩌다 가끔 아들네 집에 다니려 온 할머니를 본 적이 있었다.
할머니였지만 풍채가 거구셨고 여장부처럼 꼿꼿하셨다.
반면 우리 옆집 여자는 깡마른 체격에 얼굴에는 핏기 하나 없는 약골이다.
저혈압이 있어 조금만 힘들고 피곤하면 며칠이고 앓아 눕는 그런 여자다.
그래서 그녀는 도저히 노모를 감당하기가 버겁다는 판단을 내렸고 요양소나
유료양로원에 모시고 자주 찾아뵙자는 것으로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하긴 그 무거운 골프채는 잘도 가지고 다니는 것을 보면 조금은 어그지를
부리는 것도 같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점차 노령화 사회로 가고 있다.
전체인구대비 7%가 노인인구이면 그 사회는 노령화 사회이고 14%대가 되면
심각한 노인사회가 되는 것이다.
복지부통계에 의하면 2006년도에 우리나라 노인인구는 7%대를 넘어섰다고 한다.
내년부터는 노인수발요양보험이  발효된다.
그렇다면 노인문제는 우리나라의 사회문제로 될 수밖에 없다.
어느 누군가는 노인을 부양해야 하고 그것을 자식의 몫으로 밀어붙이기에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국가도 그것을 인식하고 이제는 기초수급자부터 그 수발요양혜택을
줄수 있게 법으로 발효가 되는 것이다.


효가 대대로 부모로부터 자식에게 오랜 관습 또는 미풍 양속으로 우리의
근본사상으로 여겨져 왔지만  이제는 효의 본질도 바뀌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도달했다고 본다.
사회현상은 변하고 있는데 우리의 의식은 그대로 멈추어져 있다면 분명히
그 갈등은 충돌하고 만다.
부모를 꼭 자식이 모시면서 돌봐야만 효를 다한다고 여긴다면 그야말로 편협한
시각이 아닐 수 없다.
부모의 부양에 가족모두가 자발적으로 동참하고 노인을 수발하는 주체적인 입장에 있는
며느리가 원하는 일이라면 문제는 훨씬 간단하다.
하지만, 모든 가족들이 협조하지 않고 어느  한 사람에게 그 짐을 지게하고
희생을 강요한다면 불협화음은 일어날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함께 살면서 서로 반목하고 갈등하며 노인이 편안하게 노후를 보낼 수 없다면
그것은 서로에게 지옥이 될 수 밖에 없다.
학대하는 노인의 대다수가 가족구성원이며 특히 아들의 학대가 통계상 가장 심각하다 한다.


이제 노인들도 자식만이 자신의 노후를 책임질 주체라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식에게 부양의 책임과 의무를 지우면서 재산을 양도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라고  
당신들의 앞날과 여생을 보다 합리적이고 적법한 기관에 맡김으로써 태풍이
휘몰아치게 하는 안타까운 상황은 만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혹자는 유료양로원이나 노인요양복지관으로 가는 노인들을 마치 현대판 고려장쯤으로
왜곡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다변화속의 현실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상황은 발전가능한 길을 열어준다.
부모를 무슨 짐짝 옮기듯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볼썽 사나운 모습은
그 부모에게 삶의 마지막 희망마저 앗아갈 것이다.


뉴스에서처럼 앞집 노모가 행여 재산반환청구를 하는 건 아닌지 염려스럽다.
그러기 전에 가족들의 현명한 해결점을 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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