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지가 살아 계실때 감나무 묘목을 사다가 100그루 심었다 처음에 몇년은 우리집 감나무라 자랑스러워 추석에 내려와 감도 따고 나무에도 오르고 했는데 최근 수년은 돌보는 이 없어 감은 동네감이 되고 땅에는 절로 난 칡넝쿨이 모질게도 올라와 감밭이 온통 칡밭이 되었다
달포 전에 말숙이와 둘이서 다듬기 전에는 위 그림처럼 뽕긋 솟은데 감나무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만 안다. 이래죽고 저래서 베어버리고 동네사람이 한그루 달라면 주고 겨우 30그루쯤 남은 감나무는 다 저모양이다 말숙이는 아부지가 진찮은 짓을 하셨다며 차라리 감나무를 베어 버리고 칡을 키우는 것이 나을까고 말했다. 그래도 나는 감나무가 좋다. ㅎㅎ 이렇게 다듬어 겨우 나무 모양을 찾았을 때는 온전한 구실을 못할 것처럼 불쌍했다. 어제 다시 찾으니 그런대로 생기를 찾았지만 다시 무성해진 칡넝쿨이 감나무를 향해 맹공격 중이다. 이 열매를 보기 위해 말숙이와 둘이서 낫질 톱질, 엄청 고생했다. 사람을 사서 일하기로 했지만 일손을 구하는 일도 쉬운일이 아니라 내친김에 둘이서 이틀 꼬박 나무를 다듬었다. 그 많은 칡넝쿨과 가지 친 쓰레기들을 트럭으로 몇차례 실어내야 했지만 비용문제도 있고 엄두가 안나서 그냥 뒀다. 엄마네 밭이라 우리가 열매도 따먹고 주인노릇 하지만 진짜 임자는 따로있다.
부자 큰언니가 감나무를 가꾸고 밭을 일구는데 투자를 좀 했으면 하는 마음 꿀떡같지만 서울서 편안히 살면서 안보면 그만이고 감이나 두릅이나 안먹으면 그만이지 투자할리 없다니 밭을 보는 엄마가 나만 가지고 야단이다 감나무밭에 풀베고 길 내고 좀 훤하게 다듬어 달라고 애원하는 눈빛이 나를 부담스럽게도 하고, 감을 따도 내가 따지 싶어 땀과 노력을 들인 것인데 그때 실어내지 못하고 여기저기 쌓아둔 쓰레기더미 위로 또 칡넝쿨이 기어 오른다 감나무밭과 빈밭 사이로 두릅나무가 있는데 빽빽한 숲이 되어버렸다 이녀석들이 해마다 질좋은 약초를 꽤 많이 제공하지만 엄마네 두릅은 보는 사람이 임자라 맨날 서리만 당한다. 올 봄에도 어떤 여자와 장정 둘이서 단체로 서리질 하더라고 이웃집 아재가 일러준다. 허허 참~! 그래도 올해는 내가 자주 들락거려서 도둑맞고 남은거 꽤많이 땄다. 서울로 울산으로 고루 보내고 엄마도 나도 실컷 먹었다. 청정지역이라 향도 맛도 죽인다 내가 오면 콩을 심을까해서 엄마가 놉을 들여 갈아놓은 빈밭에 강아지풀이 한창이다. 나 초보농부, 손바닥만 내집 마당에 몇줄 심은 것도 신기방통해 콩밭에 푹 빠져 사느라 엄마네 빈밭까지 손이 못 미친다. 강아지풀과 감나무와 손에 잡힐듯한 토함산과 어우러져 멋드러진 조화를 이룬다
달포 후에 다시 들린 감밭에 칡넝쿨이 나를 아프게 하고. 에이추 딴다고 낫들고 풀베며 길을 만들면서 들어갔지만 자두는 없어 빈소쿠리 들고 왔다. 내가 낫질하는 것이 마음에 안들어 바짝 쫓아 다니며 잔소리하던 엄마는 모기한테 엄청 물렸다. 엄마덕분에 나는 말짱하게 한개도 안물렸다 엄마피가 내피보다 더 맛있다나.. 어쩌다나.. 하하
감나무는 안다치고 칡넝쿨을 죽여버릴 묘안은 없나? 감보다 칡이 더 약이 된다는데 칡뿌리를 캐다가 즙을 짜 보나..? 감도 키우고 칡도 키우는 그런 좋은 방법을 연구해야지,,
초보농부 골치 아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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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cafe.daum.net/jerone3 토함산된장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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