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디 영감재이=
경로당에 다녀오신 어머님게서 밥상에 앉기도전에 푸념부터 하시며 자리에 앉으신다
시 아버님께 하시는거라는것 뻔히 알면서 모르는척 물어본다.
=와예 누가 머라하던데에=
==너거 아부지 말이다=
계시지도 않는 시 아버님 흉을 보시고 싶은가보다
=계시지 않는 아부지가 옴마한테 우쨋는데예=
며느리는 자꾸만 시 어머님의 말꼬리를 이어간다 실실 나오려는 웃음을 참으가며
=더러분 것도 물리주고 안갔나=
=그기 먼데예=
=앉아서 자부는것 (졸음)말이다 맨날 벽에 기대가꼬 자더마는 내가 요새 경로당에서
앉아서 자분다 아이가 할마이들한테 부끄럽다=
=그라모 잠오모 누버서 자뿌이소=
=낮에자모 밤에 잠이 안오께네 그라지=
그러시면서 계속 아버님 원망을 하신다
어찌 그것이 돌아가신 아버님이 어머님께 물려 주셨을까.
연세가 있으시다보니 기운이 없으니 잠이 오는것이겠지
=옴마 괜히 아부지 생각나서 그라는거 아입니꺼=
=야가 머라쿠노 징글징글타 생각은 무신생각=
말씀은 그래 하시지만 아버님 생각이 나실것이다
어쩌다 아버님 산소에 모시고 같이가면 소리내어 엉엉 우신다
그 울음이 살아온 세월이 한스러워서 우시는지 아버님에 대한 애증(愛憎)의 눈물인지
그 깊이를 알수 없지만 징글다고 미웁다고 하시면서도 부부의 연으로 살아온 세월이
있으니 산소앞에서 울어야 할 정도의 애정은 있어을것이다
밥을 드시고 나가시던니 다시들어와서 말씀 하신다
=천막집 할마이가 그라는데 커피를 무모 잠이 안온다 쿠더라 내도 언자 내일 아침부터
커피 한잔씩 타도= 하신다
커피라고는 입에 대시지도 않으시기에 = 마시도 괘안켓습니꺼=
=하모 내도 언자 한분 마시볼란다=
평상시에도 단것을 좋아 하시기에 다음날 아침밥을 드시고 커피는 조금만 넣고 설탕을
듬뿍넣어 달작하니 타 드렸더니 마셔보시고선 =야야 이거마싯네=한다
저녁밥상에서 =어머이 커피 마시께네 낮에 잠이 안옵디꺼=
=하모 오늘 낮에는 안자부렸다 커피가 잠이 안오는기 맞는갑다=
이렇게 해서 매일 아침밥을 드시고나면 달짝한 커피 한잔 마시는것이 어머님의
즐거움이 되었다 점점 커피 매니아가 되어가신다
어제는 질질 거리며 내리던 장마비가 잠시 숨고르기라도 하려는듯 멈추었다
그 틈에 햇살이 기다렸다는듯 까꿍 하며 반가운 모습으로 쨔~안 하며 구름속 밖으로 마실을 나왔길래 요때다 싶어서 햇살과 함께 좀 놀아볼까싶어 미루었던 빨래거리를 꺼내어서
세탁기에 돌려 다시 헹구기를 반복하고하여 옥상 빨래줄에 줄줄이 늘어놓고 보니
마음마저 상큼해진다
뜨거운 햇살과 살살 거리는 바람으로 빨래가 잘 마를것같다.
나는 아파트에 사는것이 편리하다는것은 알지만 내가 사는것은 단독 주택이 좋다
약간의 불편함이야 내가 참으면 되고 외출해서 들어올때 딸깍 거리며 열리는 대문
소리가 좋아서이기도 하다
이렇게 날씨가 좋은날 얼마든지 빨래를 하여 옥상 빨래줄에서 마음껏 말릴수가 있어서도
좋다 베란다에 화분멧개두는것보담 땅위에 꽃나무를 심을수 있어서도 좋기도 하고
그래서 앞으로도 나는 계속 주택에 살기를 원한다
오늘은 장마비가 다시 시작되려는지 잔뜩 찌푸린 날씨다
경로당에 나가시는 내 시어머님 모습은 찌푸린 모습은 아니었는데.
요즘 산후 도우미 교육을 받으려 다니고 또 시 아버님 제사 준비로 몸이 조금 피곤해졌다
제사 음식들은 혼자서 다 해서 집에 오는 친척들에게 싸드려야 하고 이러한 일들에서
내 몸안에서 내 혈관들이 요동을 친다
집안 정리를 해놓고 굿은 날씨이지만 차가운 커피가 생각이 나서 유리 조각같은 얼음덩이를
띄워서 내 몸 안의 요동을 잠재운다.
난 커피 마시는것은 별로 좋아하지않는다 다만 몽실 몽실 올라오는 뜨거운 김속에서
은은향 커피향속에서 누군가를 그리는듯한 애틋한 그리움이 느껴져서 가끔은
혼자서 커피향을 음미하는 순간을 가져본다
조금전 큰 시누이와 막내 시누이가 와서 목 소리큰 시누이들의 수다와 함께 둘째 언니가
사준 이뿐 커피잔에 커피를 끊여 내어놓고 찿잔을 앞에놓고 수다를 떨던 시누이들이
떠나고 빈잔으로 달랑남은 빨간 루즈가 묻은 커피잔을 부엌 창문으로 보이는
장마통에 훌쩍키가커서 샛붉은 꽃잎을 터트려 약간은 수줍은듯 살포시 고개숙여 있는
다알리아 꽃을 비라보며 커피잔을 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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