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공주 마곡사에서의 일이다.
탬플스테이 진행자인 마가스님께서 다포 한장을 주셨는데
그곳엔 유치원생이 그려 낸 듯한 그림이 있었다.
\"허참 마가스님 배포한번 대단하군.\"
그림을 몇년씩이나 한 나도 누구에게 선듯 그림을 내어주지 못하는데 하고 생각했다.
잠시후 마가스님께서 다포에 그려진 그림 내용을 설명하셨다.
\"고해의 바다에서 웃음을 보였더니 꽃이피더라,\"
아!
그렇구나.
절집에는 항상 중생을 깨우치기위한 선문답이 있었지.
그 그림을 살펴보면
한쪽엔 꽃이하나 그려져있고
바다의 물결을 의미하는곡선이있고
사람도 아닌 사람이 활짝 웃는 모습으로 그려져있다.
역시 그렇구나 하면서집으로 돌아온후 꽤 긴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 새삼스럽게 요즘에 그 생각이 떠올랐다.
돌아오는 6월 13일엔 우리부부가 만난지 25주년이 되는 날이다.
정신없이 살다보니 어느새 그렇게 세월이 흘러버린 것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아직도 풋풋한 아름다움을 꿈꾸며 살고싶은데
어느새 마흔 여덟이라는 숫자를 기록하고 있다.
허물어지는 마음으로 내 나이를 헤아려보면
다 늙어빠져가는것 같지만
희망적으로 내 나이를 헤아려보면 무엇이든 열심히 할수있는
인생으로써 정말 황금같은 시기이다.
나이 스물셋에 남편만나 철없이 이 세상 모든것이 다 내 마음대로 될줄 알다가
삶이라는 고뇌속에 묻혀 20여년을 살아왔다.
첫아들 실패
둘째아들 실패
큰딸 교동사고
그런 불화가 이어지니 당연히 부부갈등이 생겨나고
모두가 삶에 노래가 서글퍼지니 시부모와 갈등도 생겨나고
아랫동서와의 갈등까지 생겨났다.
갈등 갈등
그렇게 핑크빛처럼 아름다울줄 알았던 내 결혼생활이 송두리체 피빛이었다.
지난시절 꿈꿔오던 착하고 진실한 여성상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묵묵히 참아내야하는 여성상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긴 세월 견디는 동안 모든것이 아픔은 아니었다.
그런속에서도 세딸들 둥실 둥실 자라고
남편다시 집으로 돌아와 달근 달근 내 가정을 이룩하고
시집식구들과의 갈등도 많이 호전되었다.
요즘에는 아랫동서가 내 품으로 돌아오고 있는 모습이 느껴진다.
어느 보석을 얻은것 보다 귀하고 소중하다.
엊그제 시 할머니 제사를 지내면서 비로서 우리집안이 화합이 되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한 집안 맏며느리가 이렇게 대단할수가.
힘든 일을 겪어야 하는 만큼 권세도 만만찮다.
나에게 이렇게 견딜수있는 힘이 생긴것은 분명코 나 혼자만 해온것이 아니다.
우리 남편또한 많은 희생이 있었다.
어쩌면 나보다 더 많은 희생을 치루었는지도 모른다.
과거의 아픔보다 현제의 배려로 너무 고맙고 소중하고
남편을 생각하면 내 가슴 저 깊숙한 곳에서 아리아리한 통증이 몰려온다.
그렇게 힘든 과정속에서도 가정을 너무나 꿋꿋히 잘지켜오기 때문이다.
요즘 나는 맏며느리라는 역할을 지키기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 가정을위해 애쓰고 희생하는 남편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생각하고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차츰차츰 시댁과의 갈등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렇다.
\"고해의 바다에서 웃음을 보였더니 꽃을 피운것이다.\"
앞으로 이 꽃을 더 오래 간직하기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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