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을 구비구비 돌아 골짜기로 들어가는 길은 눈부시게 고았다.
햇볕에 반짝이는 나뭇잎이 그랬고 작은 이파리에서 가냘픈 꽃잎을
드러내는 야생화가 이뻐 몇 번이고 돌아 보고 또 보고.
일년이면 한번 가는길이 오늘은 말로만 듣던 청학동이다.
테레비젼에서 보았던 청학동 할아버지가 갓을 쓰고 자가용에서
내리는 모습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이는 한살위인 조카가 혜인사 보전스님으로 계시다가
지리산 골짜기에 절을 지었단다.
친구처럼 지내도 되는데 꼭 이모라 호칭하며 존칭을 쓰던 그 해맑고
얌전한 대학생이던, 그조카가 스님이 되었다는 말을 전해 들은날
가슴이 많이도 아팠다.
세상의 눈으로 그를 본 탓일까.
사월 초파일이면 한번 찾아가는 절인데도 낯설지 않는건 이상한
일이다.
할머니 손 붙잡고 어린날 따라 다니던 기억에 가슴이 따뜻해져 왔다.
법당에 들어서자 낯익은 미소가 보인다.
여전히 해맑고 단정한 미소가 가슴을 흟고 지나가는 까닭인지
아님 할머니가 그리워서인지 절을하려 엎드리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와
일어나질 못하고 소리없는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자연스레 맞잡은 손에 세월의 흔적을 더듬는다.
이젠 이모라 호칭하진 않지만 그의 눈매에서 나의 흔적을본다.
이모도 이젠 많이 늙었소!
그렇게 말하는 그의 따뜻한 눈매.
여전히 소년만 같은 그와 속세와 더불어 늙어가는 중년의 여인이
손을 마주잡고 있었다.
일년간 축복해 준다는 법당의 연등을 달려고 아이와 나의 이름을
적었다.
소원하시는 일이 있으면 적으라는 보살님의 말씀따라 아이는 결혼을
나는 건강을 적는다.
단촐하게 적어져 있는 우리 두식구의 이름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내게
그 보살님은 친절하게 말씀 하신다.
가족 이름 다 넣어도 된다고...
혼자서 무참해 하는 나를 내가 보고야 말았다.
그렇게 깊고도 먼 지리산 골짜기에 우리 두식구의 이름을 남겨두고 일찍이
길을 떠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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