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아주 크게 원시적인 벨 소리가 울립니다. 이맘때쯤이면 전화가 올것 같다 .. 뭐 그런 예감들 가지고 있지 않으십니까? 맞아요. 이 전화가 누구 전환지 들어보지 않아도 뻔 합니다. 그리고 전화내용도 대충 짐작할만합니다. 오늘은 또 뭘 사려나~ 이런 생각을 가지고 전화기를 들으니 아니나 다를까 그 동네 할머니가 메주를 들고 나왔는데 할머니가 농사져서12가마 추수한 콩으로 메주를 쒔다면서 믿음 담뿍, 신뢰 가득인 목소리로 메주에 대해 할머니보다 더 열심히 설명합니다. 요새는 촌 사람들이 더 무서워서 콩이고 깨고 아예 시골에서 섞어버린다는데.. 이런 소리는 쇠귀에 경 읽기 입니다. 결국 메주를 사오라는 명령을 내렸답니다. 나름 법칙은 있어서 꼭 보고를 하고서 사오는 편입니다만 그래도 가끔 탈선할때도 있답니다. 콩값이 장난이 아닌지라 메주값은 상상초월 무지하게 비싸더라구요. 언니네 몫까지 두 말을 샀다고 하는데 나중 눈 썰미 좋은 이웃집 아줌마가 보더니 한말 반 정도 라고 합니다. 메주를 두말 가웃이나 사줬으니 할머니 기분이 좋았는지 감자 줄거리랑 무 말랭이 말린거 한 웅쿰씩 덤으로 주셨습니다. 할머니 내일 관광간다면서 오늘 마수 잘 했다고 돈에다 침을 퇴퇴 뱉어서 이마에 딱 붙이고 일어나 얼쑤~ 한 바퀴 돌았답니다. 하여간 들고온 메주는 우선 베란다에 놨습니다. 베란다 문만 열면 한결같은 꼬리꼬리 한 냄새 때문에 적잖이 신경 쓰이는 중입니다. 메주만 들고 오면 뭘 하냐구요. 이번에 이사 오면서 차보다 짐이 더 많은지라 항아리도 내버리고 커다란 고무 들통도 이것 저것 다 버리고 단촐하게 왔더니 오자마자 이렇게 아쉬울때가~ 항아리를 사와야 된장을 담글텐데 얼른 사오지를 않습니다. 요즘 단지 값도 무시 못할텐데.. 메주는 사 왔는데 단지는 없고 주위 사람들은 말날에 담그는 장이 맛있다 아니다 닭날에 담그는 장이 달다 이러면서 얼추 다 담궈 가는것 같은데 항아리 등장이 늦어지니 말날이든 소날이든 다 놓치고 베란다 햇빛 내려 쪼이는 곳에 비싼 몸 누이시고 꼬들꼬들 말라가는 메주가 그저 애처럽기 짝이 없을 뿐입니다. 띠리링~ 전화가 오더니 항아리 사는 중인데 크기가 얼만해야하냐고 물어봅니다. 손으로 그린들 볼수가 있습니까? 궁뎅이까지 오는거 사가지고 오라 했더니 무릎팍 조금 넘어갈만한 앙증맞은 단지를 사가지고 왔습니다 에게게~ 어째 너무 작은것이 저기에 콩 한말도 못 담겠는걸~ 단호히 아니라며 두 말은 가븟 들어간다고 우겨대는데 그렇다고 하는데 그러냐고 해야지 싸울수는 없으니 모자라면 어디 들통에라도 담궈야지 별수있나. 말날은 멀었고 닭날이 며칠뒤라 그럼 닭날 담아야지.. 그러다가 소금이 없어서 닭날 아침을 놓쳤으니 저녁에 퇴근하다 유기농 소금을 으쌰~으쌰~ 어깨에 메고 와서 다라에 풀어놓고 나무 주걱으로 휘휘 저어 가라 앉히고 .. 달걀 동동 띄우니 직각으로 서는것이 간은 맞는것 같고, 항아리를 씻어서 엎어놓고 메주도 씻으니 먼지인지 메주 찌거기인지 물이 뿌옇습니다. 씻은 메주 작다고 얕본 항아리에 주서주섬 넣으니 열덩이가 가볍게 들어갑니다. 결국 닭날 저녁에 소금풀어서 개날 아침에 물 부었으니 이게 닭날 된장인지 개날된장인지... 된장 담그는건 이번이 두번째 입니다. 첫 번째는 우연히 시장 귀퉁이에 땅하고 허리가 붙은 할머니가 메주 다섯덩이 놓고 앉아계시는데 이만큼 지나갔다가 되돌아와서 무조건 사 왔습니다. 언제 어떻게 담그는지 알지도 못하고 비닐 봉지에 사온채로 구석에 박아 놨다가 어이쿠~ 갑자기 기억나서 꺼내보니 이미 곰팡이 부대가 완전 포위 , 승리의 깃발을 날리고 있습니다. 아까운 마음에 솔로 벅벅 문질러서 집 주인 권사님 진두지휘아래 소금물 간 맞춰 햇빛아래 사십일 놔 뒀다가 꺼내 치대는데 이게 장난이 아닙니다. 딱딱한 메주가 40일 물에 불었다해도 순순히 부셔지지 않는 지조있는 놈들때문에 팔뚝에 근육 만들어가며 한쪽에서는 조선 간장 좀 내보겠다고 간장물 다리는데 냄새가 냄새가 ~ 누구는 달다 하시고 ,또 다른 이는 짜다 하시니..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 커다란 통에 한 가득 언니네 보내고 며칠있다 가봤더니 그 된장 다 먹고 너무 달고 맛있다며 또 내놓으라는 협박에 못 이겨 몇 번 먹어도 못 보고 남은 된장 언니네 다 퍼돌린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내준 언니네 식구덕에 지금도 당연히 맛있을줄 알고 손톱만큼의 걱정도 없이 덜커덕~ 또 된장질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 모든 과정이 쉬운듯 쉽지 않고 ,안들은듯 하나 많은 돈도 들었기에 두세두세 볼 먹은 소리로 된장도 잘 먹지도 않으면서 담그느라 돈만 고되다고 했더니 이 사람아~ 맛있게 담궈서 언니도 주고 자네 친구도 주면 그게 재미지.. 글쎄 재미는 있는데 돈이 드는게 탈이라니깐~ 끝까지 앙탈을 떨지만 이미 말 속에 가시는 다 녹아버렸는데. 띠리링~ 전화소리가 울리면 뭘 또 사온다고 메뉴를 들이댈래나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