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에 두번밖에 안 쉬는 장사를 하다보니
대중교통을 이용해 어디 돌아다닐 일도 거의 없지만
정물화를 그려야 하는 날에는
수채화반의 반장인 난 강남고속터미널에 위치한 꽃도매시장으로 꽃을 사러 가곤 하는데
환승할인을 받자고 들면 얼마든지 받을 수 있는 일을 건망증으로 놓치기 일수다.
오늘도 꽃 사러 아침 일찍 집을 나선 난 단단히 결심을 한다.
\'오늘은 기필코 환승할인을 받아 보리라.\'
갈 때 버스와 올 때 버스번호가 틀리면 삼십분 이내에 돌아올 경우에는
왕복요금을 다 내지 않고 200원만 추가하면 되므로
그걸 해보려고 양귀비꽃 네다발만 사고는 부리나케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갈 때 탔던 번호의 버스가 오는 게 보였지만 외면하고 다른 번호를 기다렸다.
만약 아까 내릴 때 시각에서 삼십분 내에 다른 번호의 버스가 오지 않는다면
서둘러 꽃시장을 빠져나온 게 허사겠지만 혹시나 싶어 기다렸다.
잠시 후 다행스럽게도 다른 번호의 버스가 왔다.
다들 카드를 찍는데
\"환승입니다\" 한다.
내가 카드를 찍으니 \'찍~\' 소리만 나는 게 아닌가?
분명히 삼십분 이내에 탔는데도...
곰곰히 생각해 보니 아까 내릴 때 카드를 다시 찍는 걸 깜빡한 게 분명했다.
\"에고~ 에고~\"
얼마나 억울했던지 다시 삼십분 내에 버스나 지하철 탈 일도 없어졌지만
내릴 때 남들이 하는 것처럼 나도 따라서 카드 다시찍기를 하면서 내렸다.
지난 번에는 완벽하게 잘 하고는 \'환승입니다\' 소리까지 들었는데 내릴 때 다시 안 찍은 고로
말짱 헛일이 된 일도 있었다.
앞으로는 완전히 습관화될 때까지 소용없을 때라도 찍어야겠다.
머리가 나쁘면 수족이 고달프다더니
건망증이 심하면 돈으로 막아야 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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