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 한그릇...
맛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또 한살의 나이를 보탰다.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이라면 나이 같은 것 안 먹고 싶지만....
명절이라고 이름 붙은 날이 지나고 나면, 우리처럼 큰댁으로 가는
집에서는 더 먹을게 없게 마련이다.
그전에 이것 저것 마련을 해놓아야 하지만 마음처럼 그리되지
않아서... 그래서 운동 삼아 좀 먼 수퍼에 들러 몇가지를 샀다.
명절밑의 시장은 조금 썰렁 했다. 가락시장도 노는지 생선코너는
문을 닫았고...
꼭 이름 붙은 날이 지나고 나서 느끼는 감정은 \'연극이 끝나고 난후\'
의 노래가 생각이 나곤 한다.
뭐랄까? 하루가 지났지만 공허함이 남는다.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지나고 나면 초라하게 보이는 경험 같은것 말이다.
알록달록 아름답던 전구나 트리에 달렸던 방울 같은 것들이 왼지 아무 필요 없어진 노인네 처럼 느껴지는 뭐 그런것....
쇼핑 비닐을 흔들면서 천천히 걸으며 그 노래를 흥얼대본다.
-연극이 끝나고 난 후-
연극이 끝나고 난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적이 있나요
음악 소리도 분주히 돌아가던 셋트도 이젠 다 멈춘채
무대 위엔 정적만이 남아 있죠 어둠만이 흐르고 있죠.
배우는 무대옷을 입고 노래하며 춤추고
불빛은 배우를 따라서 바삐 돌아가지만
끝나면 모두들 떠나 버리고
무대위엔 정적만이 남아 있죠 고독만이 흐르고 있죠
연극이 끝나고 난뒤 혼자서 무대에 남아
아무도 없는 객석을 본적이 있나요
힘찬 박수도 뜨겁던 관객의 찬사도 이젠 다 사라져
객석에는 정적만이 남아 있죠 침묵 만이 흐르고 있죠
관객은 열띤 연길보고 때론 울고 웃으며
자신이 주인공이 된 듯 착각 하지만,끝나면 모두들 떠나 버리고
객석에는 정적만이 남아 있죠 고독 만이 흐르고 있죠
정적만이 남아 있죠 고독만이 흐르고 있죠.
대학 가요제 입상곡으로 기억 하는데, 난 가사가 좋아서 가끔
이노래를 하곤 한다.
봄날씨처럼 풀려서 깃에털이 달린 코트가 무겁게 느껴졌다.
태양만이 옷을 벗길 수 있었던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얘기를
떠올리며, 빙긋 웃으며 코트를 벗어 들었다.
태양의 힘.....
혼자 다니며 무심코 떠오르는 생각을 이것 저것 하는게 좋다.
점심시간인지 고시생 학원이 끝나는 시간인지 거리에 고시생
차림의 젊은이들이 넘쳐 났다.
주로 고시촌으로 구성된 이동네에 이사를 온 후로, 수많은 젊은이
들이 많은 시간을 \'고시\'라는 목표로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그동안 몰랐던 것은 아니었지만,
새삼 가까이에서 보면서 더 실감을 한다는 뜻이다.
아파트 옆의 고시원 건물을 구불구불 돌아 시장에 다녀 올때면,
갑자기 외롭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들의 젊음이... 나의 멍청한 나이 먹음이....
식당에 혼자 앉아 밥을 먹는 등이 넓은 젊은이의 모습에서 어쩔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을 본다.
당당한 어른이란 뭘까? 난 자꾸 할머니가 되어 간다.
갑자기 몸이 오스스한 한기가 들었다. 벗은 코트를 놀란듯 몸에
걸쳤다. 그러나 찬바람은 얼굴에도 와 앉았다.
쓸쓸하고 허전한 오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