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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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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때문에... 남편 덕분에...


BY 낸시 2007-02-08

\"언제로 하시겠어요?\"

\"전 가능하면 빠를수록 좋은데요.\"

\"두 달 후에나 가능하겠는데요. 손님.\"

\"......\"

\"......\"

한숨을 한 번  훅 불어내고 난감한 표정과 사정하는 표정을 함께 담아 다시 물었다.

\"18일에 미국에 들어가야 하는데 그 전에 어떻게 안될까요?\"

다시 한번 살펴보는 척 하던 수납 창구의 아까씨는 고개를 흔든다.

\"저로선 어떻게 해 드릴 수가 없어요.\"

\"정말 방법이 없을까요?  ...... 담당교수님에게 부탁하면 될까요?\"

\"그러면 혹시 ...어쩌면...가능할지도...\"

여전히 자신없어하는 수납창구 아까씨를 뒤로 하고 얼른 담당교수 외래진단실로 뛰었다.

검사를 받기 위해 한국에 왔고 담당교수 지시대로 이주일 일정으로 비행기 표를 예매하고 왔으니 방법이 설마 없을까 싶은 생각에...

 

 검사날자와 일주일 후 결과를 보는 날자까지 18일 전으로 예약을 마치고 병원 문을 나서면서 언니와 형부는 말했다.

\"거 봐라. 네가 아무리 뛰어봐야 @@아빠 덕을 보잖아.\"

남편 친구가 교수로 있기 때문에 가능해졌다는 뜻이다.

맞는 말이니 반박할 말이 없다.

 

\"여보, 나 언젠가 틀림없이 성공해서 매스컴도 타고 인터뷰도 할거야. 그런데 그 때 기자들이 이 일을 이루기까지 가장 힘들었던 일이 무엇이었느냐고 물으면 내가 무엇이라고 대답할 것 같아?\"

\"보나 마나 뻔하지. 나 때문이었다고 할 거잖아.\"

\"어? 아네... 그러면 창피하잖아. 그러니까 제발 나 좀 도와 줘...\"

\"흥... 그런 소리 들을 날이 정말 있기나 했으면 좋겠다.\"

처음 음식점을 오픈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남편과 나눈 대화 중 하나다. 

 

그 때 우리가 나눈 대화대로 남편과의 갈등이 가장 힘들었다.

처음부터 같이 하기로 했던 아들이 떠났고, 도와주겠다고 이태리에서 학업도 포기하고 달려온 딸도 떠났고, 나도 정말 포기할까 싶어 문을 닫은 적도 있었다. 

모두가 남편과의 갈등이 원인이었다. 남편은 우리가 틀림없이 망하고 말것이라는 확신에 차 있었다.

음식점 경영과 요리에 일가견이 있다는 사람들을 초빙해서 날 앞에 앉혀놓고 한 수 가르침을 받으라 하였다.

그들의 목적은 한 수 가르침 보다는 날 비웃고 싶어하는 것임이 분명해 보였고 남편은 그들의 그런 태도를 보면서 같이 맞장구를 쳤다. 

우리가 망할 것을 확신하며 일하던 아이들도 떠났다.

남편이 그들에게 망할 것이라는  것을 주입시킨 결과다.

돈 줄을 쥐고 있는 남편이 그리 말하는데 믿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참으로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울고나서 다시 일어서고 울고나서 다시 일어섰다.

내가 너에게 질 수 없다는 오기로...

 

일 년 결산을 본 남편은 또 빈정대었다.

손해만 본 한 해 였다고...

5%의 다운페이만 했지만 조그만 내 집도 마련했고, 은행 잔고도 지난해 말보다 늘었고, 딸을 보낼 때도 적지 않은 돈을 쥐어 보냈는데...

남편의 계산법은 어찌 된 것인지 손해만 보았단다.

우리 가게에 대한 전망은  간신히 입에 풀칠은 할거라는 것이었다.

하긴 엄청난 변화다.

우리는 망해서 거지가 될거라고 늦기전에 가게 문을 닫자고 날마다 노래하던 사람이 이렇게 말하였으니...

일년반 동안 우리가 주요 일간지에 네 번이나 기사화 된 것 따윈 남편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내가 우리가 하는 음식점 덕분에 티비에 얼굴을 내민 것도 아무것도 아니다.

가장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인터넷 사이트에, 수백의 이곳 음식점 중에서 두번 째로 좋은 점수를 얻고 있는 것도 아무것도 아니다.

가끔은 포기하고 싶은 유혹에 나도 시달렸다.

하긴 이번에 한국에 오기 전에도 한국에 들어가면 어디론가 사라져버릴까 수없이 생각했다.

 

병원에 다녀오면서 생각을 바꾸기로 한다.

남편 때문에 망했다가 아니라 남편 덕분에 성공했다로...

남편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꽃밭을 일구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남편 도움이 아니었으면 음식점이 지금까지 존재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아들이 떠나고 딸이 떠나도 내 곁을 떠나지 않고 지켜 준 것은 결국 남편이다.

성공에 대한 확신을 갖고 성공을 일구어 내는 사람보다 실패에 대한 확신을 갖고 그것을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훨씬 힘들 것이다.

남편의 어려움을 이해하기로 한다.

그는 누가 뭐래도 아직도 내 옆지기로 존재하는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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