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말에 내게도 크고 작은 모임이 좀 있었다
어떤 모임이 좋으냐?
그건 메뉴에서 결정지어지는 것이 아니고
만나는 사람과 나의 마음에서 결정지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 글을 올리비아와 몇사람들이 있는 카페에만 올렸던 글인데
메뉴가 어떻고 참석과 불참의 여부를 운운하기에 모임 나름대로의 고충을 잠시
그려보는 의미에서 올려본다
모임이 나를 훌훌 털어내고
상대의 따스함을 전달받고
서로가 온기를 나누어 격려하고 사랑하는 그 이외의 목적이나 수단이라면
과연 그것은 어떤 의미일까 잠시 생각해본다
서열위주로 좌석을 배치하고
직책과 직위가 적혀진 딱딱한? 의자에 앉아서
공연을 보며 식사를 하는 (체할 것 같은 )
이른바 벙어리? 모임 같은 잼없는 공식 모임이 있었다
자기 와이프들이 행여 실수할까 염려되어 의상은 물론 언행에 이르기까지
신랑들이 과도한 보호와 고도의 예민함을 보이는 ...
재미있는 것은 여자들이 멋을 부리고 와서 눈에 힘을 주는 귀여운 모습이다
더구나 ..거의 모든 여자들이 남편의 직급에 어울리게
제법 어떤 기준을 상회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예쁘고 늘씬하기 까지한
그 예쁜 여자들을 마음껏 구경할 수?있는 건 참으로 흥미롭다
내 옆에 앉은 여자는 정말로 파티복을 입고 왔다
주홍색 실크 브라우스가 제법 깊게 파이고 더구나 절묘한 리본의 솜씨는
교묘하게 앞가슴을 가린 ...물론 그위에 살짝 쟈켓을 걸치긴 했지만^^;;
스커트는 중국 여인풍의 얇은 실크에 양쪽 라인을 타고 큐빅을
다닥 다닥 스티치 박아대듯이 붙여놓은 걸 입었다
사실 이뻤다
비록 얼굴은 안 이쁘지만 몸매가 아주 아주 날씬해서리 기를 팍 죽이는데
나는 도저히 겉 코우트를 벗을 수가 없다는 기분이 들정도였다
더구나 신발은 우리 신랑 표현을 빌면 빗자루 탄 마녀라고 불리는
아주 아주 뾰족한 앞 라인이 독특한 쎄무부츠를 신었는데
대단한 패션감각이었다
좌우간 절대로 아무나 입을 수 있는 옷은 분명 아니었다
우 ~~~~ 그 당당함이란 ~
일본에서 온 귀여운 여인도 보이고 .....
더욱 놀라운 것은 살이 찐 사람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울 애들도 오죽하면 저녁 많이 먹으면 엄마 배 나오면 스타일 죽인다고
저녁 조금만 먹으라고 당부?할 지경이었으니 ㅎㅎㅎ
(사실 난 스탈이랄 것도 없지만 배에 힘을 주고!! )
도데체 이런 모임을 왜 만들었을까?????
물론 해마다 송년 모임이라고 이름 붙여진 모임 중의 하나는 틀림이 없다
더구나 최고의 상관께서 말씀 하시길 남편에게 내조를 잘 해달라는 격려의 의미라고
나도 그날 가서 처음? 들어본 말인데
내 앞자리에 앉은 와이프가 접시에 음식을 담으면서
\"무슨 벙어리 모임도 아니고 왜 들 그리 말을 하지 말라는 지 모르겠어요 ..흥 ~!\"
나도 순간 속으로 깜짝 놀랐다
그런 자리에 나갈 때 신랑이 나에게 신신 당부하는 것이
바로 입 다물라는 것이었기에 ~
내가 무슨 실수를 하는 것도 절대? 아닌데 ~^^;;;
결국 뭐야 서로가 서로를 살피면서
우아와 교양을 가장한 체
먹는 것도 맘대로 못?먹고.........
앞자리의 팀장 와이프가 넝담으로
\"사모님 진짜로 젊어보이신다 ...\"
\"예, 제 나이 41살이어요 (제천에서 들은 말인데 제가 없는 자리에서는 30대라고 아부성 발언을 했다고 도영님이 전한다 ㅋㅋㅋ)\"
팀장은 넝담을 이어
\" 음 음 ..사모님은 집에 계시고 ..(숨겨놓은 애인을 데리고 )\"
\"우리는 다 아는 농담을 가지고 (그렇다고 내가 정말 애인이나 되면 또 몰라 )\"
신랑의 표정이 긴장된다 (계속 넝담이 진행 되어서는 안된다는)
결국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더 이상의 응수를 하지 말라는 싸인 ..
(아니 그럼 실례잖아 상대가 말하는데 대답도 없고 웃지도 않으면??)
내가 참아주었다 ~~
신랑이 그토록 간절히 원하는데 ^^;;
맨 윗분이 양복 윗저고리를 벗어 의자에 걸쳐놓자
그제서야
남자들이 양복을 벗어 의자에 걸어 놓기 시작했다
\"우리 알고 보면 무척 불쌍해요 벗으라면 벗고 .
입으라면 입고 서라면 서고 우리 맘대로는 절대 없어요 ......\" (ㅋㅋ)
저녁 만찬 모임에서 조차 공사가 구별 안되는 서열의 위기감이 느껴진다 !!
-----------------행여 한가지 실수라도 할까 고추장이라도 흘릴까 옷매무새가 흐트러질까 ....만가지 천가지에 긴장감을 느끼며 산해진미를 먹은 들....그것이 과연 살로 가려나? 가기 전에는 얼마나 많은 긴장을 함께 했던가 ..
맞지도 않는 의복을 입어보며 (^^;;)멋을 내본다고
바로 그 다음날 신랑의 고등학교 동창 모임이 있었는데
아무거나 입어도 되고 ..아무렇게나 먹어도 되고 ...
좌우간 아무라는 접두어가 붙는 모임이었다
아무 얼마나 좋은 말인가!!!
숨통 트이고 화기애애하고
더구나 20여년간의 친분도 있으니 못 할 말은 또 어디 있으랴?
저녁을 먹고 루미나리에를 감상하고(?)
동아일보 사옥 앞에 있는 파리크라상에서 차도 마셨다
신랑 친구왈
\"얼마 안 있으면 신랑들 이빨 빠지고 죽을 지도 모르니까
제발~~~!!! 신랑 친구들하고 친하게 지냅시다 ~\"
서글프도록 우스운? 이야기였다 ..
늙지 말고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삽시다
편하고 만나고 싶고 행복한 만남으로 쭉 이어가자구요
백년도 못 살 인생 사소한 것에 목숨걸지 말고 삽시다
백년도 못 살인생 한 사람 따스하게 해주기 왜 이리 어렵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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