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리고 못할 짓이죠.
아이들이 어렸거든요.
동대문 시장 뒤져 8000원주면 조금 두꺼운 쫄바지를
6000원엔 조금 더, 난 천원 단위에 가슴이 쫄았다 말았다
했죠.아이들 간식이 우유 넣은 과자가 되느냐 맨과자가
되느냐가 달렸거든요.
초등학교 다니는 딸아이 옷은 색색가지 갖춰 입혔지만
내옷 사려면 머릿 속은 가계부가 어지럽게 돌아다니고
하다 못해 남편 손수건 귀퉁이 너덜너덜한게 마음에
얹혀 손을 바들거릴 때라.........
그래도 돈벌어다 주는거 고마워 차바꾸자면 체면치레
해주느라 얼른 갈아주고 와이셔츠 체구에 맞는 것으로
구색 맞추는 것까지는 한 것 같은데 말이죠.
그때 왜 내모습이 안보이더냐 말이죠.
조금 거만한 어느 처자가 내게 말하더군요.
시아버님이랑 사는데 쫄바지 입고 있기 민망하지
않더냐고요. 그후로도 두어번 그 처자에게 그런 충고의 말
듣고도 흘려 들었더란 말이죠.
어수선한 분위기의 때가 쪼록쪼록한 그곳에서
담배 연기에 질식할 것같던 그집에선 아무런
사고를 할 수가 없었나봐요.
선이 뭔지 후가 뭔지 구분하기 힘든 생활,시집만이
위주가 되어야 하고 개인적인 의견은 묵살되는 생활
속에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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