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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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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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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몽


BY 영영 2006-12-19

술자리는 가지 말았어야했다.

예식장에 모였던 친구들 중 몇몇이서 근 1년여를

어디에도 참여하지 못하고 두문불출 하고 있는 나를 배려해

화정으로 얼굴이나 잠깐 보러온다는 친절을

거절하지 않았던 게 화근이다.

1년 동안 장롱에만 박아뒀던 구깃한 겨울셔츠를 부랴부랴 찾아 입고

마지못해 나섰던 것에 비해서

의외로 달큰하게 당기는 술맛은

나를 몹시 흐트러진 모양새로 체면이 말이 아니었던 것 같다.


기억나는 건 위장이 쓸려 나올 만큼 역한 구역질에

정신이 혼미했던 것 같은데

그 와중에도 남들 앞에서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

화장실로도 못 나가고 꼼짝 안하고

요리집 룸에 틀어박힌 채로 괙괙 거리며 엄청나게

토를 했다는 것밖에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취중에도 쪽팔려 죽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친구들이 좋기는 하다,


나는 널푸러진 채로 옆드려서 “더 토하고 싶어..”“ 죽을 것 같아”

라고만 했던 것 같고

친구들은 그걸 다 받아 주고 등을 두들겨 주고

“얘가 술을 안 먹다 먹어서 몸이 부대껴서 그럴 거야,”

“이 정도 되면 얼마나 괴로운지 나도 해봐서 잘 알아,,” 하는

친구들의 목소리가 간간히 들리는듯도 했다.


집에를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르겠다. 경비실 앞에서는

꼿꼿하게 걸으려 했던 기억이 가물가물 하고

남편이 문 열어 준 것을 본 것 같기도 하데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푹하고 쓰러졌던 것 같다.


“ 엄마 옷 벗고 누워요” 라는 아이의 소리를 듣고

눈을 떴을 땐

다음날 오전..

아직도 속이 메스껍고 몸을 못 가눌 만큼 괴로움으로

퍼져 있는 나를 보니 청바지와 셔츠 양말을 신은채로 뻗어 있다.


그제서 아이가 셔츠와 바지를 벗기고

몸을 일으켜 보려 하니 도무지 몸이 따라주질 않아

그 자리에 핑 하고 도로 쓰려져 다시 잠이 들었다.



하숙집.

나는 하숙집의 딸이고 옆방에 한 청년,

그 청년은 늘 보라색 잠바를 즐겨 입는

점잖고 다정하고 책을 많이 보아 박식한 청년이었다.

나는 그 청년을 오빠라 불렀고

그 청년은 공부하고 남는 시간이면 나를 데리고

인근 개울가로 데리고 다니면서 노래도 불러주고

수많은 이야기를 해 주었다,

몹시 다정하고 따뜻해서 나는 오빠를 몹시 좋아하고

따랐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오빠가 옷 가방을 싸는 거다,

“ 나 집으로 가야겠어,,”

“오빠,, 갑자기 집에는 왜요?”

“응,, 어머니 집 옆집으로 이모가 이사를 오셨다는데

이모님께서 얼른 올라와서 집에서 공부 하라셔..“

“오빠,,,가시지 말고 그냥 여기서 공부 하시면 안 되나요?

네? 이모님께 어떻게 말씀 잘 드려서요.

가시자 말고 여기에 남아 있겠다고 말 하면 안 되나요?,,,”

“ 안돼, 우리 이모는 다른 사람하고 달라..

그래서 오빤 가야 해,,”

오빤 옷 가방을 들고 묵묵히 일어나는 거였다.


가지 말라고

한참을 오빠에게 매달리며 울다가 눈을 떠 보니

50대인 그가 20대 청년이고 나는 하숙집 딸인

말씨와 얼굴이 너무나 선명한 꿈이었다.

비몽사몽으로 다시 잠든 사이 낮 꿈을 다 꾸다니..


구역질을 참아가며 딸이 사다 입에 넣어주는 약을

삼켜봐도 조금도 차도가 없고

계속 되는 메스꺼움에 입에 음식물을 대기도 싫었다.

노인의 칭얼대는 소리를 들어가며

다시 정신이 혼미 해졌다..


어두컴컴한 밤이다.

앞에는 돌다리가 있는 커다란 냇가가 있었고

시골의 중류층 돌로 된 한옥집이다.

그는 일하러 나갔다 하고

그의 가족들이 웃으며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었다..


또 꿈이었다..


집안 꼴도 그렇고 딸아이에게도 미안해

아무래도 정신을 차려야겠기에

비실대며 가까스로 걸어서 상가 병원엘 갔더니

위염 있는데다 알코올을 마셨으니

상처에다 청산가릴 들어부은 꼴이란다,

위장이 폭탄 맛은 듯 몹시 괴로웠을 거라고..

음식 조심하고 며칠을 기다려야 저절로 낳아진단다..


술을 다시는 입에 대지 않을 것이라고

작년에 했던 다짐을 오늘도 다짐하고 또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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