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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다가오누나


BY 미국이모 2006-12-05

추수감사절이니 뭐니 하면서

아컴에 들어오지 못한지 어언 3주가 넘었습니다.

크리스마스 트리에 불 밝힌 날

혼자서 한 밤중에 찻잔 들고, 음악 틀고, 다른 불 다 끄고서는

촛불과 트리 불빛 속에 온갖 분위기를 다 잡고 아컴을 여는 순간,

도무지 이게 무슨 분위기인지 파악이 되지 않는 남편에게

컴퓨터를 빼앗기고 말았던 것입니다.

남편 전용 노트북의 느린 속도와 불편함에 익숙하지 않은 저는

쿵쾅쿵쾅 계단을 올라가면서

꿈속에서나마 남편에게서 컴퓨터를 빼앗아

아컴을 마주하리라 하는 마음으로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 컴퓨터를 마주하고 앉았는데

글을 올리기 전에 평소대로 님들의 글을 먼저 맛보다가

그만 아리님의 백석 시인에 관한 글에서

완전멈춤이 되어버리고 말았으니....  

인터넷을 다 뒤지고, 관련 글을 다 읽고, 같은 시를 읽고 또 읽고......

결국 밤에는 잠자리에 누워 아주 심도 있게 분위기를 잡고

남편에게 백석시인과 자야님의 이야기를 들려주기에 이르렀습니다.

제가 무슨 백석폐인도 아니고....

백석 문학상이라는 것이 있다는 사실만 알았던 제게

이렇게 큰 선물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리님과 영영님.

이상은 4주 가까이 에세이방 님들의 글에

아무런 인사를 할 수 없었던 먼 나라 이모의 변명이었습니다.

 

 

우선 재방이에게 들은 조크 한 가지를 들려 드리고

오늘의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 합니다.

질문: 학생들이 학교에서 시험 보면서 배우는 한가지 \'덕목\'

무엇일까요?   

정답: \'나눔\'의 덕목

바로 이해 하신 분은 이모과로 분류되시고 이해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신

분은 이모부과로 분류 되시겠습니다. 하하하하

 

 

캐나다는 10월에 추수감사절을 지내고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에 돌입하기 전에 한 달 정도 간격이 있는 반면에 미국은 11월 넷째 주 목요일에 추수감사절을 맞으면서

더불어 공식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이 시작된다.

그 날 저녁에 트리에 불을 밝히고 온갖 장식을 준비하고

푸짐하게 차린 디너를 먹기 때문에

창 밖에서 그 장면을 보자면

크리스마스 디너인가 하는 착각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물론 주 메뉴와 디저트, 그리고 사람들의 복장을 보면

차이를 알 수 있기는 하지만....

 

미국에서 추수 감사절에 먹는 터키 즉 칠면조가 오천만 마리라고 하니

(4인 가족 당 한 마리 꼴)

사실 이 날은 칠면조 대 학살의 날이라 불러도 문제가 없는 날이다. 크리스마스 정찬까지 합치면 대략 칠천만 마리를 소비한다고 한다.

게다가 평소에도 샌드위치를 비롯한 각종 요리에

칠면조가 사용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가여운 칠면조들에게 애도를 표하고 싶어진다.

추수감사절 음식을 준비 하는 데는 시간도 꽤 걸리고 정성이 필요하다. 먼저 정찬용 칠면조에 속을 준비해서 가득 채워 넣고

오븐에서 대여섯 시간을 굽는데 중간 중간 양념을 발라준다.

몇 가지 사이드 디쉬와 샐러드 즉 반찬을 준비하고 

추수감사절의 대표적인 디저트인 호박파이를 굽고 하면

그 장보기와 요리의 수고가 한국 명절에 비할 것은 아니라도

쉬이 무시할 만한 노동이 아니다.

물론 냉동터키를 사서 오븐에 데우고 가게에서 파는 호박 파이를 사고,

다 씻어서 썰어 놓은 샐러드를 사서 그릇에 담기만 한다면 

이야기가 많이 달라진다.

 

사실 음식 장만은 일부이고,

추수감사절 하루 이틀 전이나 혹은 일주일 전부터

거라지 같은데 보관하던 각종 크리스마스 장식과 트리를 꺼내어

집을 장식하는데 이게 보통 일이 아니다.

우선 현관 문에 전나무 가지와 홀리(빨간 동그란 열매),

포인세티아 같은 것으로 만든 wreath라고 불리는 동그란 장식이나

빨간 리본장식을 단다.

그런 후에 처마를 둘러서 전등을 달고

앞뜰에는 루돌프 사슴, 스노우맨, 산타클로스, 캔디캐인, 동방박사 등등의 각종 큰 장식물들을 설치 하고 전등을 둘러 불을 밝힌다.

설치 하는 것도 일이지만 매일 저녁 해가 짐과 동시에 불을 켜고

아침에 잊지 않고 불을 끄는 것도 중요한 일과가 된다.

 

어떤 동네는 긴 골목 전체가 의논을 해서

한 블록 전체를 화려하게 장식하기도 하는데

구경을 가 보면 대낮처럼 밝은 것이 불바다같다.

모든 집이 각종 장식과 색색 전구로 뒤덮여있고

저녁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유명한 골목에 구경하러 오기 때문에

차가 줄을 지어 서 있고 사람들이 걸어다니며 구경하기도 한다. 

워낙 전기를 많이 써야 하기 때문에

소문난 곳들은 \'5부터 9\' 이런 식으로 시간을 정해 놓기도 한다.

어떤 곳에는 골목 어귀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 커피를 대접하기도 하는데 대부분 그 곁에는 불우이웃에게 전달 할 캔 음식과 캔디,

장난감등을 기부하는 박스들이 놓여있다.

씨애틀에서는 기부금을 받는 보습을 본 적도 있었는데

사실 기부금이 아니라 입장료를 내라고 해도

아쉬움이 없을 만큼 좋은 구경거리이다.

캐나다 밴쿠버에서는 스탠리 파크라는 유명한 공원 한 켠에

해마다 소방관들이 숲 속에 그야말로 크고 화려한 장식을 해놓고

기부금을 받으며 입장을 시키는데,

5-6미터가 훨씬 넘는 큰 나무들 사이로 즉석 팝콘을 사 들고

빨간 코를 비비며 구경하던 이국의 겨울정취가 그만이었다

 

바깥 장식 이야기는 이즈음 하고 이제 집안으로 들어가 보자.

기본으로 트리를 장식하고

트리 다리와 바닥을 둘러 선물을 놓아둘 수 있는 트리스커트를 까는데 트리를 벽난로 주변에 세우고 트리 장식과 색상과 분위기를 잘 맞추어

트리 스커트를 깔면 아주 포근해 보이고 트리도 한층 돋보인다. 그 위에 잘 포장된 선물이라도 놓여 있으면....

벽에는 줄을 걸고 속속히 전해져 오는 카드를 차례로 걸어 놓기도 한다. 디너용 식탁에는

크리스마스 문양과 색깔로 짜여진 식탁보나 라이너가 깔리고

금빛, 붉은 빛, 초록빛이 잘 어우러진 센터피스가

촟대와 함께 놓여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외에도 실제로 보지 않고서는 사실 감이 잘 오지 않을 만큼

온갖 종류의 장식품이 마켓에서 판매되고, 집을 장식한다.

전통인지 마케팅의 결과인지는 몰라도 식기 세트는 물론

온갖 부엌 용품과(행주까지…) 심지어 욕실 용품까지

모두 크리스마스 용이 따로 나오는 것은 물론이요

각종 캔디와 쿠키등도 크리스마스 시즌 용으로 따로 포장되어 나온다. 게다가 애완용품이며 스웨터, 양말, 여자들의 속옷도

크리스마스 색깔과 특징을 살려 출시된다.

 

백화점은 한 달여 넘게 크리스마스 코너를 따로 마련하고

각종 트리와 장식품들을 전시하고 판매하는데

일요일 오후 같은 때 잠시 나가서 차분히 구경하다보면

크리스마스가 저 골목 어귀에 있다는 캐럴가사가 마음에 착 붙으면서

나도 무언가 크리스마스를 위해 쇼핑을 해야 할 것 같은

상업적 부추김에 동요되는 것이다.

이런 어마어마한 상업주의 영향 탓에

12월에는 남자들이 덜덜 떤다는 (Men in panic) 우스개 소리도 있는데 여자들의 소비가 가계사정을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란다.

 

추수감사절 다음 날은 블랙아웃데이라 불리는 빅쇼핑데이이다.

왜 블랙아웃인가 하면

여름을 지나면서 계속 적자이던 회사들이

이 날부터 시작되는 크리스마스 쇼핑 덕에 흑자로 돌아서기 때문이다.

이 날은 보통 새벽 네 다섯 시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하고

여섯 시 반경에 대부분의 큰 쇼핑 센터들이 문을 열기 시작한다.

평소에 갖고 싶었던 물건들을 파격가에 판다는 광고를 보고 가기도 하고 평소 가격보다 크게 세일하는 품목들이

대부분 한정 수량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지난 블랙아웃데이에 아는 집 아들이 여섯 시 반에 맞추어

전자제품 파는 마트에 갔더니

벌써 천명이 훨씬 넘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어

그냥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요새는 그냥 장이라도 보려고 쇼핑센터에 나가면

주차할 자리를 찾아 다니기 일수이다.

평소에는 미국 백화점들은 저렇게 손님이 없고

아무거나 무조건 환불, 교환이 되니 정말 장사가 되는 것인가

자주 궁금한데 이 때만큼은 정말 북적북적하다.

뭐 그래 봐야 한국백화점의 평일 수준에도 못 미치긴 하지만

이곳 생활에 익숙해지고 워낙 사람 많은 곳을 안 좋아하는 나로서는

오히려 절대 쇼핑 가고 싶지 않은 시즌이기도 하다.

이런 내 사정과 관계없이 크리스마스는 다가오고 있고

우리 아이들도 뭘 받아 낼 것인가 고민하는 모습이다.

산타가 없는 걸 아는 나이니까

선물을 한 가지씩만 사도 되어서 좋을 것 같지만

이젠 제법 수준이 올라가서 드는 돈은 비슷한 것 같다.

아이들 키워 기숙사로 또 자취방으로 보낸 선배님들이

그래도 아이들 선물 고민 하고

아이들이 같이 붙어있으려 할 때가 좋은 때라고 하니

그 말을 철썩같이 믿고 달갑지 않은 쇼핑을 나가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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