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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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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있는 풍경(3)


BY 그녀 2006-12-05

옛날에는 모든 고양이들이 야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은퇴해서 사람의 집에서 살고 있다.

   -에드워드 탑셀-

 

 

초여름이 막 시작될 무렵, 작은 고양이 모모를 만났다.

 

남편과 나는,

말하자면...인터넷광이다.

 

중년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모든 일상이 인터넷을 떠나서는 상상이 안될 정도로

사소한 쇼핑부터 부동산/금융거래를 포함한 재테크까지

컴퓨터의 진화선상에서 언제나 선두주자의 역할을 해왔다.

얼리 어답터 종족이기도 한 남편은 온갖 첨단기기를 사들인 끝에

사용자의 수준을 넘어, 이제는 수리가 가능한 정도까지 도달했고...

나 역시, 주식투자의 혁신이었던 온라인 트레이딩 1세대였으니...

 

우리가 반품조차 불가능한 최초의 인터넷 사기를 당한 것은 꽤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정말...

많고 많은 인터넷 분양사이트를 뒤졌는데...

 

뽀얗고 보송보송한 아기고양이 사진과 함께

\"직접 오셔서 부모고양이와 환경도 보고 데려가세요~\"라는 신뢰감을 주는 문구.

\"아유~고양이가 얼마나 이쁜지 몰라요. 분양도 거의 다 했어요.

 빨리 오셔야겠네. 아이구, 이쁜것들~~\"

전화상으로 들려오는 수더분하고 시원시원한 중년여자의 목소리에 이끌려

말 그대로 고속도로를 \"빨리\" 달려 내려갔건만...

 

정작, 그녀가 만나자고 한 곳은

대도시의 주택가도 번화가도 아닌,  한적한 시골 길바닥이었다.

급하게 목욕을 시킨 듯, 반쯤 젖어 오들오들 떠는 아기고양이 두마리를

양손에 아무렇게나 움켜쥐고 나타난 그녀는

마음에 드는 걸로 한마리를 고르라고 했다.

 

이건 아닌데...

뭔가 항의를 하며 돌아서고 싶었지만

애처로운 오드아이의 눈빛이  너무나 마음에 걸렸다.

 

이봐, 아기 고양이..

너는 똥밭에서 뒹굴기라도 했니?

하얗고 보송해야 할 털이 누렇게 변했구나...

그래도 바다처럼 푸른 눈빛만은 여전히 예쁘다.

우린, 아무래도 같이 지내야 할 것 같네...

 

살며시 불어오는 초여름 바람에 가늘게 떨고있던 페르시안 고양이를

담요에 꼭꼭 싸안고...턱없이 높은 비용을 지불한 후,

그렇게 모모는 우리와 가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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