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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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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친구에게 보내는 메세지


BY 진주담치 2006-11-22

시골 친구에게서 메일이 왔다.

동창회 모임을 한다고.

동창들 까페도 만들었다고.  까페에 드나들며 30여년전의 친구들의 이름을 대하며

가슴 한켠에선 알수없는 서글픈 뭔가가 오후내내 나를 짓누르고 있는것이었다.

고향.

그것은 그리움인 동시에 내겐 아픔이었다.

지금 계산해보니 중학교 졸업 후 계속 객지로 떠돌아 다녔으니 30년도 더 되었군.

시골뜨기가 기 죽지 않으려 이를 악물고 버티며 살던,

저녁이면 꺼진 연탄 아궁이앞에서 번개탄을 피우려 호호불던 그 시절.

그래도 그땐 희망이라는 무지개가 있었다.

그것이 다가가면 저 멀리로  달아나 버린다는걸 그땐 몰랐지.

 

지겹던 가난과  부모,형제들의 초라함이 늘 내 기운을 빼곤 했엇다.

도시의 화려함과  내가 만나는 인간들의 부유함. 화목함 또한 나를 기죽게 했었고.

 

이젠 그 모든걸 웃으며 옛이야기로 돌릴 수 있지만

그 부모는 이미 오래전에 세상을 뜨셨지.

 

내 기억 속

그 작은 시골의 거리거리가 30년전의 모습으로 정지되어 있는 탓에

몇년만에  한번씩 가보는 그 마을은 낯섬 그 자체였다.

부모라도 살아계시면 일년에 한번이라도 갈것을.

그 부모는 왜 그리 지지리도 복도 없이 일찍 가셨는지 말이야.

 

그러나 가위 눌린듯 꿈속에서 헤매고 다니는 곳은 늘 그 고향집이었어.

 

그 시절의 나와 너무나 닮은 우리딸.

욕심이 한욕심하지.  자기가 원하는것은 다 가져야 하니 말이야.

내 부모보다 자기 부모가 몇배나 훨씬 나은데도 말이야.   만족을 모르더군.

자식을 보면서 내 부모를 생각한다니까.

 

고향을 지키며 사는 친구들의 얘기는 가끔씩 듣지만

몸이 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out of sight, out of mind) 말처럼

들을때 뿐, 또 그냥 바쁜 일상에 젖어 살아가곤 했던것 같다.

 

오늘 낮에 친구가 보내준 작은 인쇄물이 나를 한없이 한없이

향수에 젖게 하더군.  그리고  점점 희미해져 가물거리는 그곳에서의 학창시절이 그리워지더군.

 

나이 탓인가.

기 꺾이고 주눅든 중년의 모습으로 거울 앞에 선다.

낯선 모습이다.   이런 마음으로 보면 말이야.

 

저녁 공기가 싸늘하다.

공부하고 돌아온 아들 아이의 곁에서 찬바람이 불어온다.

 

친구들.  

모두들 건강하고 행복하시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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