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헤..
나는 못된 마누라다.
특히 김장철엔 심하다.
이 심뽀가 날궂이하는 것처럼 변덕스럽다.
해마다 남편은 배추모종을 한다.
그것도 친구남편의 밭에서 서 넛 어울려 배추에 갓에 무수에
골고루 심어서 나에게 보고한다.
\" 올 해는 니가 꼭 김장을 해야 된다! 안하면 배추김치 한 쪼가리도 없다!\"
그렇게 배추가 토실토실하게 속이 차고 무수가 튼튼하게 굵어지는 동안
나에게 늘 그렇게 내가 김장을 해야한다고 세뇌를 시킨다.
나도 그런다고 한다고 한다. 대담하게 새끼 손가락지 걸고 약속도 하고 요즘 얘들하는 거 마냥 복사도 하고 사인도 손바닥에 그려놓고.
어디 김장을 하는데 덜렁 배추만 필요한가?
고춧가루도 무지 많아야 되고, 마늘도 깔려면 한 나절이다.
거기다가 여기저기 줘야 할 집이 많아지면 나같은 마누라 열명도 부족하다.
이러니 남편은 내심 걱정이다.
하긴 울 시어머니나 못된 마누라나 오십보 백보다.
김장이나 마나 여름 한철 김치도 못 담그시는 것을 아들은 누구보다 더 훤하다.
거기다가 이게 선 머슴인지 성질 드러운 마누라는 더하면 더하다.
어쩌겠는가? 김장 안하면 두고 두고 남편은 후회 할 일만 덜컥 남을텐데.
해마다 남편은 크리스마스 때가 다가 올 무렵에
여기저기 장보느라고 바쁘다.
육쪽 마늘은 단단혀서 저장 해놓고 두고 두고 먹고.
새우젓에 육젓에 거기다가 조기새끼만 골라서 젓갈을 담그는 법을 어디서 다 배워왔는지
척척이다. 그저 나는 옆에 앉아서
\" 간이 맞냐?\" 하고 물으면
쬐끔 싱거운 것 같은 디...
남편도 먹어보고
\" 흠 그러네..이럴 땐 젓국을 더 넣어야 되?\"
멸치젓국을 술 술 헤짚어 넣는 것도 꼭 어디 주방장님 같다.
그래놓고 나보고 댑다 소리 지른다.
\" 여편네 입 맛은 청와대여... 할 줄 아는 것은 없고, 먹을 줄만 아니?\"
히히..그래도 어쩌랴...이왕지사 마누라 갈아 치울 능력 없으면 그냥 델고 살아야지.
김장하기 전이 더 바쁘다. 남편은.
뒷뜰에 묻어놓은 김장독 청소해야지.
두더쥐가 들쑤셔 놓은 구멍도 메꿔 놓아야지.
그래도 조금 미안해서 내가 한다고 했더니 김장독이 내 팔보다 더 깊으니 잘 닦아지지 않는다.
그러니 그런다.
\" 으이구! 남 클 땐 넌 잤냐? \"
이래저래 그렇게 십년넘게 김장을 해 먹은 덕인가.
올해는 혼자 된 남편친구들이 대거 몰려 온단다.
왜 그러냐고 하니.
\" 야! 그럼 그 많은 김장을 나 혼자 다 어떡하냐 ?\"
이젠 우리집에 김장하러 남자들이 우리집에 온다나...
세상 오래 살아서 별 게 다 좋다.
그나저나 울 아컴에 오시는 분들 김장 할 때
꼭 남편이 쉬는 날 김장 하시기를 권장합니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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