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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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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BY 진주담치 2006-11-18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졌나봐.\"

 

난 이 말을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을때 자주 쓴다.

그러나 오늘은 크리스마스가 아직 먼 것 같이  느껴질 정도다.

 

이른 아침부터 갓과 부추, 쪽파를 씻어놓고

 튼실하기가  우리 아들의 허벅지를 닮은 무우들도 깨끗이 씻어놓고

 주문한 절인 배추를  가지러 갔다.

두 박스를 주문했더니 예년의 김장보다 많아질 듯하여 갑자기 겁이 나는거다.

이 김치를 어찌 다 먹을꼬.

아이들 모두 이른 아침에 나가면 밤 늦어야 돌아올 것이고

남편이야 주말에 잠시.

손이 큰 게 최악의 단점인 나.(실제 손 hand는 아담한 사이즈)

갑자기 그 배추들을 보니 겁이 더럭 나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쩌리. 물은 이미 엎질러졌고  사태는 수습하라고 발생하는거니까.

 

배추를 씻어 소쿠리에 건져놓고, 무채를 썰었다. 올해는 난생 처음 채칼을  사용해봤다.

원래 고지식하고 무뎌서 옛날방식을 고수하던 터라 무우채도 항상 칼로 직접 썰었는데

이번엔 잘 아는 지인이 채칼로 써니 좋더란 얘기듣고 채칼로 무채를 썰었더니

정말  미안하게 편하더라.

 

어제 밤에 멸치젓갈을 끓여 내려놓은것도 있고 새우젓도 분홍빛이 고운 싱싱한걸로

사둔 터라 배추속을 버무렸다.

온 집안에 젓깔의 비릿하면서도 고소한  냄새가  흠뻑 배어들었다.

 

참 이럴땐 남편이란 존재가 쓸모가 없더군.

뭐 할 줄 아는게 있어야   말이지.

여보, 이것 좀 날라 줘.  저것 좀 옮겨.   내 팔소매 옷 좀 걷어 줘.

일차원적인 것밖엔 시킬게 없었다.

그렇다고  알아서  \"나도 좀 버무려볼까\" 까지는 기대하지 않아도

보쌈하려고 삶고있는 돼지고기 끓는거라도 자주 넘치나 살펴라도 보면 좋을텐데

몸이 셋이라도 부족한 나만 혼자서 왔다 갔다  분주하고.

딸 아이는 하필 오늘 같은 날 세미나가 있다고 나가버리고.

 

혼자 주방 바닥에 앉아   배추 20포기 넘는것을 다 버무려 담고나니

온몸이 안 아픈곳이 없더군.

친정엄마 100 포기씩 할 때를 생각하며 이깟것 쯤이야 했건만

내 나이 때의 그 어머닌 고추장,된장,  김장 100포기, 메주 쒀서 메달기,오빠들 혼례 치르기,

등 등. 큰일들을  잘도 해내시더구만  난 겨우 20포기 김장한다고 .......

호강에 겨워 하는 소리쯤으로 치부하겠지.

 

그래도 금방 먹을것은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놓고,  오래 두고 먹을 김치는

커다란 비닐 봉투에 넣어 김치 냉장고에 넣어두고 나니

뿌듯한  마음이 드는것이었다. 

눈이 많이 와도 상관없지, 비가 억수로 와도 상관없지,

돈이 한푼도 없어 찬거리를 못 사도 상관없지,  

남편이  바람이 나서 집 나가도 상관이 없을것 같았다.

왜냐면

김장을 해 놨으니 말이야.

 

마음에 가득  배부른 포만감 같은걸로 

토요일 오후를 느긋하게 , 그리고 약간 거만하게 으시대며  쉴 수 있었다.

거기다

돼지고기 삶은걸로 보쌈해서 소주와 곁들여  몇 잔까지 걸치니

세상이 두쪽이 난다해도 모를지경이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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