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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11

너무 창의적인 아들


BY 미국이모 2006-11-10

아이가 둘이다.

중학교에 들어 간 딸아이와 초등학생인 아들아이.

남녀차이도 있겠지만

두 아이의 성격은 참 닮은 듯 달라서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는 자주 헷갈리기도하고 재미있기도하다.

남편은 둘 정도 더 낳았으면 인생 지루한 날이 없었겠다고 한다.

 

오늘은 작은 아이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한국나이로 다섯 돌이 채 되기 전에 이민을 온 탓에

이 아이의 한국말 실력은  참 심란한 수준이다.

가급적이면 집에서는 한국말로만 아이들과 대화하려고 애쓰지만

어려운 단어는 영어로 뜻을 설명해 주어야 하는 경우가

갈수록 늘어나고있다.  

그러다보니 우리가족의 대화속에는 항상 플러스 알파의 웃음이 있다.

 

아들아이는 아빠에 의해서 세기도 어렵게 많은 별명이 붙여졌는데

그 중 사용빈도가 가장 높은 \'재방\'이를 가명으로 사용 해 볼까 한다.

재방이는 한국에 있었어도 또래보다 작고 왜소해 보일 수 있는

그러니까 늘상 앞에서 서너번째를 못면할 체격조건이다.

그러니 이곳에서는 네반이 있는 자기학년에서

영락없는 꼬맹이 1번 신세를 못 면하는 서러운(?)  입장에 처해있다.

체력이나 정서발달상태를 생각해서 

한 학년 늦게 넣는 경우도 심사숙고 하였으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같은 나이 아이들에 비해

일년 가량 뒤 늦은 신체와 정서발달에 비해

두뇌발달은 또래를 좀 앞서는 상황인지라

그냥 머리나 어깨 하나가 큰 서양 아이들과 지내고 있다.

 

재방이의 태평함은 성질 급한 엄마에게

인내심의 한계를 확인시켜주곤 하는데 그 일례가 이러하다.

화요일을 제외한 다른 날에는

7시 40분까지 가는 큰 아이를 차로 데려다 주고 와서

재방이의 등교준비 상태를 확인하고

길 건너에 있는 학교 뒷문으로 걸어서 데려다준다.

화요일에는 큰 아이가 늦게 가는 날이라서, 다 같이 준비를 끝내고

차로 나가서 재방이를 내려주고 큰 아이 학교로 간다.

지난 화요일, 한국에서 심란한 소식을 전해듣고 생각이 많아진 나는

두 아이를 태우고 눈 감고도 갈 등교길을 운전 해 가고 있었다.

내가 말이 없으니 두 아이도 별 말없이 앉아 있었나 보다.

예의 느릿하고 여유있는 목소리로 작은 아이가 말한다.

그것도 서툰 한국말로

\"엄마, 나도 학교 가야 되는데?\"

허걱!!!  곧장 큰아이 학교를 향해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걸 왜 인제 말해?\"

\"흐~응 ㅋㅋㅋ\"

아주 즐거워 죽겠다는 표정이다.

바인더를 정리하는라고 정신 없던 큰 아이는 고개를 흔든다.

 

이런 재방이의 성적 상담하는 날이 되었다.

은지님이 쓰신 글에 나오는 그 날.

여기서는 Parents-Teachers Conference라고 부른다.

엄마 아빠가 다 참석하기를 권하지만

아이에게 특별한 문제가 있지 않으면 보통 시간이 나는 한 쪽 부모만 온다.

아이들과 놀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에만 관심이 있는 남편 덕에

나는 항상 혼자 가서 상담을 하고

성적과 상담 내용을 남편에게 브리핑 해 준다.

늘상 선생님들이 다 잘하고 있다고 하고

수학문제를 너무 빨리 풀어서 한 줄을 빼먹고 안풀거나 (그 느린아이가....) 깨끗하게 쓰지 않는다 정도의 이야기와 함께

그 나이 남자 아이들은 다 잘 그런다 하는 식으로 끝을 맺는 정도여서

그냥 형식적인 마음으로 학교에 갔다.

내 앞에는 가깝게 지내는 인도 엄마가 남편과 함께 상담을 마치고 나온다.

모든 엄마들이 우리 아이 아빠가 어떻게 생겼나 궁금해 하는 형편이라

으레 \'또 혼자구나\'하는 표정이다. 에휴 팔자야....

 

가뜩이나 단정한 선생이 깔끔하게 상담 준비를 해 놓았다.

각종 자료와 성적파일은 물론 아이가 했던 프로젝트 같은 것을

보면서 설명해 주고 집에 가져가라고 주는 것이 의례적인 절차이다.

난 주로 아이가 학급규칙을 잘 지키는지 정도만 확인하고

요즈음 아이가 집에서 많이 하는 취미활동이나

관심사를 이야기 해주고 상담을 끝내곤 했다.

 

헌데 그 날은 

선생님이 심각한 표정으로 아이의 성적자료를 펼치더니 설명을 시작한다.

일년에 세번 보는 학력평가 결과가

전학 온 후로 지금까지 비교그래프로 나와있었다.

전국평균,  학군 평균,  개인 성적,

헌데 저만치 위에 있는 이 아이의 성적에 비해

학급에서 보는 영어 독해시험 성적이 너무 떨어진다는 것이다.

처음있는 일이라 약간 긴장이 되었다.

네장의 시험지를 보니 객관식은 모두 만점인데

주관식은 차마 민망한 상황이었다.

선생님은 아이가 질문과 동떨어진 답을 쓴다고 했다.

아마도 서두르느라고 그러는게 아닌가 싶다는 것이다.

할로윈 스토리도 다른 아이들 한편 쓰는 동안 혼자 네편을 썼다면서

조금 침착하게 서두르지 말고 문제를 충분히 읽고 이해하도록

함께 신경을 쓰자는 선생님의 제안에

고맙다 아이와 이야기를 해 보겠다고 인사를 했다.

헌데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안았다.

좀 서두르기는 하지만(놀고싶어서) 이럴 정도는 아닌데......

 

저녁식사 후 재방이 방에 들어가니 말 그대로 발 놓을 틈이없다.

책상에는 만화 그린 것이 가득하고

방바닥에는 레고와 구슬 등 참 치우기도 복잡한 각종 장난감이 즐비했다.

겨우 길을 내어 가서 책상앞에 앉아 아이를 불렀다.

\'재방아!\'

\"uh huh?\" (응? )

\'선생님이 재방이 잘하고 있다구 하시던데\'

\"I know.\" (알아)

(켁 ! 아빠에게 물려받은 저 약도 없는 병)

\'그런데 재방이가 너무 빨리 문제를 푸느라고

독해문제를 많이 틀린다고 하시네\'

\"Mom, It is my speed.  (엄마 내 속도가 그래)

 I can\'t do it slowly. \" (난 천천히 못해)

(아이고 이녀석아 말이나 빨리 하면서 그렇게 말해라)

\'그래도 문제를 천천히 읽고 문제에서 요구하는 답을 써야되는거야.

글 속에 답이 다 있단말이지.\'

그러면서 시험지에 있던 문제 하나를 예로 들어주었다.

\'여기서는 Mr. Johnson이 타워를 보고 무슨 생각을 했는가

 물었는데 너는 내용에 없는 생각을 썼쟌아.\'

그러자 재방이의 눈이 반짝반짝거리며 즐거운 표정이되더니

\"I do understand questions. (질문 다 이해해)

 But mom, I have my own opinion (하지만 내 의견이라는게 있쟌아)

 and I want to be creative. ( 그리고 난 창의적이고싶거든)

허걱! 인석아 시험보는데 무슨 너만의 의견!

내가 참말로..... 창의적이라고.....?

할 말을 잃고 웃을지 어떻해야 할지 몰라 있는데

재방이는 엄마 마음 다 안다는 듯 특유의 여유있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내 어깨를 두드려준다.

이쯤 되면 난 웃음보가 터지고 대화 종료이다.

 

그 방에서 퇴장해서 남편에게 상황설명을 하니 그냥 그대로 두란다.

허기사 재방이 성적표를 보고

이게 이 놈꺼 정말 맞는거야 한마디 하면 끝인 사람에게 뭘 더 말하랴.

조만간에 아이를 데리러 갔다가 선생님에게 말을 해 줄까 한다.

무지 재미있어 할 것이다. 

이럴 때 한국 선생님들의 반응은 대부분 별나다거나 특이하다이지만

이 곳 선생님들은 \'Oh~ He is smart. (똑똑한 아이에요)이다.

그리고 아이의 창의적인 생각을 인정해 주면서

차근히 학습지도를 해나간다.

 

창의력이 선천적으로 부족한 이 엄마는

너무 창의적인 아들을 따라가느라 숨이 가쁘다.

덕분에 웃을 일이 많기는 하지만.....

헌데 쟤가 고등학교 가서도 저러면 어쩐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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