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시절 결혼 기념일이나 생일이 되면 입밖에 꺼내어
말도 하지 못하고 끙끙 거리다 무심한 남편이 훌쩍
지나쳐 버리면 그 서운한 마음이 오래도록 가곤 했었다.
아이들 낳고 키우며 사는 동안에는 그런것들을 챙기는
것이 사치이고 또 그런것들을 챙길만큼 여유있는 삶을 살아
보지도 못했다.
아이들이 커서 몸도 좀 여유로워 지고 사는것도 조금 여유
로워 지면서 행여 하는 마음에 식탁앞에 달력을 걸고 무심한
남편이 행여 봐 줄까.빨간펜 으로 커다랗게 동그라미를 쳐 봐도
무심한 남편은 그냥지나친다.
서운한 마음이 슬며시 고개를 들다가도 잔정은 없어도 큰 마음
나에대한 남편의 마음을 알기에 작은 것으로 서로 마음상하지
말자하고 스스로 마음을 정리한다.
그래도 딸아이가 크면서 결혼 기념일이나 생일을 살뜰히 챙겨
작은 행복을 느끼며 보냈는데,딸아이가 대학에 입학하며 집을
떠나 있으니 이제 기념일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울 듯 해서 포기
먹고 살리라 마음을 다 잡고 생일날 미역국을 먹어야 덕이 있는
사람이 된다기에 늦은밤 미역 한 웅큼을 담가놓고 잠이 들었다.
까짓것 누가 끓여주니 안 끓여주니 할게 뭐 있어.
내 손으로 끓여먹고 즐거우면 되는거지.
다음 날 일찍 일어나 부엌으로 간 나는 깜짝 놀랐다.
잠귀가 밝은탓에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도 깨는 난데...
노란 날개를 두 개 씩이나 단 냄비가 렌지 위에 올라앉아있다.
내가 뭘 잘못봤나...
시험 기간이라 잠을 안 자고 공부하는 아들일리도 없고 그렇타고
남편이라면 이건 천지 개벽 할 일일테고~~
눈을 비비고 노란 날개를 찬찬히 보니.
\"아!!진짜 맛 안나네.그래도 세상에 태어나 첨으로 엄마를 위해
끓여 봤다우.인터넷을 뒤져 씻는거 부터 끓이는 방법까지 배워서
했는데 암만 해도 맛이 안 나지만 엄마! 아들 성의를 봐서 맛나게
드시고 오늘하루 행복하삼.엄마의 웬수올림.\"
언제 소리없이 이걸 끓였을까.
아들의 마음처럼 아직도 국 솥은 따뜻한 온기가 남아있다.
국 한 그릇을 뜨고 밥 한 공기를 퍼서 국에 말았다.
한 감정하는 내 눈에서 감격의 눈물이 줄줄 흐른다.
\"아들아!고맙다.국 무지 맛 있네.세상에 태어나 이렇게 맛있는 국은
처음이다.\"
아들이 멋 적게 웃으며 욕실로 간다.
한 발 늦게 일어난 남편이 훌쩍 거리며 밥 먹는 모습을 안 보는척 흘깃
보고는 출근을 한다.
잠시후 출근한 내 앞으로 커다란 상자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분홍장미가
내 나이만큼 화려한 치장을하고 도착했다.
남편이 보낸 장미는 아들이 끓여준 미역국에 감동받아 흘린 눈물이 생일날
자기 손으로 미역국 끓여 먹으며 서러워우는 불쌍한 아내로 착각해 보낸
선물이란다.
어쨌건 결혼생활 20년에 처음으로 누려본 호사 두 남자의 선물.
살다보니 살다보니 이런날도 있네.
빈 가슴 따뜻함으로 가득채우고 또 살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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