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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685

충격고백


BY 정자 2006-11-04

그러니까 아침 8시반까지 그 사과나무 있는데로 꼭 와라 알았지?

응 알았어!

 

손전화 놓고 화장실을 갈까 말까하다가 창문을 열어보니 땅안개가 진하게 자욱하다.

이거 천천히 갈려면 지금 출발을 해야 겠기에 얼른 대충 세수하고 이빨닦고 있는데

아랫배가  신호가 온다. 사실 아침에는 꼭 똥을 싸야 하는데.

 

조금 참고 있다가  볼 일 봐야지 하고 아랫배에 힘주고 길을 나섰는데.

안개가 이만 저만 낀게 아니다. 미등도 아니고 라이트를 키고 운행을 했다.

마주오는 차도 절름절름 천천히 라이트를 키고 주행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가고 있는데. 아이고 배야..뱃속이 난리다. 하긴 한시간이나 참았는데

그게 참지를 못하고 우글 우글 기어 나오겠다고 버티고 있으니 이거 차에서 내려 당장 볼일부터 봐야 되는데. 이거 여기가 어딘지. 매일 지나가는 곳인데 도무지 가늠이 안되고.

배는 아까보다 더 심각한 신호를 보내니 할 수없이 차를 세우고 일단 내렸다.

 

어이구 배야..화장실이고 뭐고 가까이 보니 퇴비를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데가 그제야 보였다. 잘 됐다 싶어 일단 볼 일을 시원하게 봤는데.

 

그제야 사과나무가 보이는 거다.

앞에도 뒤에도 옆에도 온통 사과나무다.

사과도 주렁주렁 너무 많이 열려서 가지마다 축 축 쳐지지 말라고 디딤데를 데고 있는 나무들이 주욱 줄지어 서있었다.

바닥에 보니 떨어진 사과들이 많았다.

 

과수원과 과수원사이에 도로가 나 있는 곳이었다. 멋모르고 들어선 곳.

나는 떨어진 사과를 몇 개 주웠다.

벌레먹은 것은 떨어진 지 오래된 것이고. 금방 떨어진 것은 아직 수분이 탱탱하게 들어 있는 것이고. 아직 이렇게 건강하게 크고 있는 사과 나무들은 처음 보았다.

 

차안에 돌와와서 다시 약속장소를 향하는데

파란 포터트럭이 라이트를 키고 마주온다.

그런데 빵빵하고 크락션을 울려대서 나는 왜그런가 하고 차를 멈췄다.

 

\" 아줌마! 사과 주워가지 마세요?\"

 

속으로는 에궁 봤나보다! 찔끔 거리는데.

나는 얼결에 대답한다는 것이

\" 아저씨! 저는요 거름주고 가는 거예요.!\"

\" 예?\"

과수원 지키는 아저씨가 되레 황당한 얼굴이다.

 

도망가듯이 얼른 차를 끌고 나왔는데.

기다리던 언니가 내 차안에 주운 사과를 보더니 웬사과냐고 한다.

\" 헤헤..훔친사과가 더 맛있다면서?\"

\" 니 외눈박이 아저씨네 거 따왔나?\"

\" 아니 하도 급해서 똥누고 일어나니께 사과과수원 퇴비인디..떨어진 사과가 보이길래 몇 개 주웠는 디. 아저씨가 그러는 거여 사과 주서가지말라고 하니까 내가 거름주고 가져가는 거라고 얼른 달려 나왔지!\"

 

 언니는 눈만 휘둥그래진다. 야야... 니 똥싸는 거 본거 아녀? 그 아저씨 그러니께 쫒아온 거지? 이그  아무리 급해도 집에서 볼일보고 나와야지. 어딜 여자가 아무데나 엉덩이 까고 똥을 싸냐?

 

그럼 언니는 빨리 나오라고 하지, 안개는 잔뜩 꼈지. 그럼 어떻혀..조금 참으면 있다가 볼려고 했는디. 배가 뒤틀리고 막 밀고 나오는데 내 차안에 똥을 막 싸냐?

 

언니는 어이가 없나 한 참을 웃는다.

주워 온 사과를 휴지로 몇 번 문지르더니 한 입 베어문다.

야! 이 사과 맛  기차다. 니 설마 니 똥 싼데서 주워 온 거 아니지?

맞는 디...

뭐?

 

나의 충격적인 고백에 언니는 사과를 먹다가 말았다. 히히...

내가  다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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