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도 너없이는 못사는 걸..누구보다 더 소중하단 걸...\"
힘차게 핸펀의 벨이 울리고
핸펀의 시계를 확인한 나는 입가에 퍼지는 미소를 즐기고 있었다.
\"엄마,저 왔어요.
오늘 조금 늦었지요?..잠깐만요..알림장 읽어드릴게요..\"
학교를 갔다오면 정확하게 전화를 걸어오는 둘째녀석
직장을 다닌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넘 무심한건 아닌지 자책감이 드는것도 사실이지만
이렇 듯 하루 하루 의젓해지는 아이의 모습에
뿌듯해지는 것도 내가 누릴수 있는 행복중에 하나인것을..
학원 잘갔다오라는 통화를 끝내고 30여분이 지났을까...?
다시 핸펀의 벨이 울리고 낯선 전화번호가 찍혀있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2학년 3반담임입니다. 애가 골목길에서 울고 서있어서
전화드렸어요.\"
\"울고 있다고요?...선생님, 좀 바꿔주시겠어요?\"
다급해진 나는 울면서 전화하는 아이에게 냅다 소리부터 질렀다.
\"학원차는..?? 왜 엄마한테 먼저 전화하지 않았어??\"
\"내가 집에 가는 사이 학원차가 오면 선생님이 또 날 기다리시잖아요.
그러면 선생님 힘드시니까 그냥 계속 내가 기다렸어요.\"
가슴 한쪽에서 울컥 뭔가가 올라왔다.
아이를 집에 보내달라고 담임선생님께 말씀드리고 전화를 끊었다.
그래도 가슴은 계속 두근거리고...
집에서 좀 먼 학원을 보내고 있다.
학원이 끝나면 외갓집으로 태워다주기 때문에...
학원버스가 올 거리가 아니라기에 부원장이 작은 승용차로 아이를
태우러 오는데 오늘 뭔가 일이 단단히 잘못된 듯 싶다.
급한마음에 학원으로 전화를 했다.
세상에...
부원장이 예비군훈련을 받으러가서 실장한테 부탁을 했다는데
실장이 그만 까맣게 잊어먹었단다.
그럼 잊어먹었다손 치더라도 1시반이면 오는 아이가 보이질 않으면
생각이라도 났어야지!!
점심에 먹은 밥알이 식도부터 위장까지 일렬종대로 서 있는것 같았다.
까칠해진 나는 일단 진정하고 큰애를 데리러가면서
학원에 얘길하기로 하고 일단 일단락 지었다.
.
.
.
날씨도 갑자기 추워졌는데
그 날 담임선생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고지식한 우리 아들녀석은
3시건 4시건 마냥 마냥 기다렸을 것이다.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아직도 엄마말이면 뭐든 믿어버리는...
사내녀석이라 단순해서 그런줄 알았는데
천성인거다..둘째녀석은..
오지 않는 차를 기다리며
목을 길게 빼면서 차오는 쪽을 얼마나 열심히 쳐다보고 있었을까..
날씨는 춥고, 수업시간은 늦은것 같고
집엔 갈 수가 없고, 엄마한텐 전화도 할 수 없고,
그 작은 속이 얼마나 쌔까맣게 타고 있었을까..
그저 눈물만 흘렀겠지..
오늘도 난 또 다시 고민에 빠진다.
계속 일을 해야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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