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게 내가 뭐랬어 좀 일찍 떠나자고 했지..츠암네...\"
남편은 계속 투덜거린다.
어찌되었든 떠난길이고 막히면 좀 어떠랴..
\"고만 하시구랴...기분이 절감하잖우..막히면서 가는것도 낭만적이라 생각하면 좋잖아요...\"
두집은 서울에서부터 만나서 출발을 하고 한집은 산본에서 출발을 하니 좀처럼 시간차 때문에 중간 휴게소에서도 만날 수가 없다.
가는길에 코스를 정했다.
뒤쳐진 식구들을 위해서 중간에 좋은곳 찾아서 구경을 하고 떠나자고
일단 진부에서 나와서 30년전통의 산채비빔밥집에서 아침겸 점심을 먹기로했다
20여가지의 산나물과 반찬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고 꺼먼 된장찌게가 나온다
아마도 몇년 묵은 된장인듯 싶다.
맛은 그럴듯하게 구수하다.
아이들 이구동성으로 이런식당은 별로 재미가 없단다.
우리네는 어찌나 구수하고 감칠맛이 나던지 게눈감추듯 한그릇 뚝딱 해치웠는데 아이들 입맛은 아닌가 보다
뒤쳐진 식구를 기다리기위해 근처의 자생식물원을 들르기로 했다.
철이 조금 지난듯한 기분이긴 했어도 근처의 단풍과 잘 어울어져 곳곳에 피어있는 국화가 진한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입장료도 50%나 깍아준다. 꽃 볼일이 별로 없을거라고 미리 알려준다.
정말이지 꽃구경할일이 별로 없는듯 꽃은 이미 다 지고 씨앗들만 대롱대롱 달려있다.
조금 높은지역이다 보니 단풍이 군대군대 들어있는것이 선글라스를 쓰고있다는 자체가 자연을 모독함이라 느끼며 시원하게 벗어던졌다.
자생식물원에서 지체하는동안 뒤쳐진 일행이 이미 강릉 경포대에 도착해 있단다.
지체할것없이 고곡도로를 타고 경포대로 향했다
가을의 경포는 그윽하기가 진한 커피향과도 같다.
바람부는 경포앞바다에 몸을 의지하니 소나무향과 더불어 향긋한 바다내음이 코끝을 간지른다.
음.....철지난 바닷가의 낭만이 이런거구나 싶다.
아이들은 뛰어들고싶은 맘인지 신발을 벗어던지더니 밀려오는 파도와 연신 밀고 당기고 실갱이를 한다.
작은 아이는 하얀 조개비를 봉지에 담아넣느라고 분주하고
나는 나만의 앵글에 멋진 가을의 경포를 담느라 분주하다.
경포호를 달리는 자전거를 빌려 멋지게 질주를 해본다. 경포호의 둘레가 4키로가 조금 넘는다고 하는데 열심히 페달을 밟으니 이거 운동진짜되는 거네...하고 낭만을 뒤로한채 열심히 패달들만 밟느라고 고생들을 한다.
그날따라 보름달이고 보니 한밤중엔 경포호에 달이 걸려 두둥실 떠다닐것이다.
밤늦게 술을 마시고 건아해진 맘으로 아이들을 재우고 남편들과 경포앞바다를 거닐어 카페촌까지 갔다.
여기저기서 폭죽을 쏘아올리는 소리가 들리고 파도 부서지는 소리가 낮동안의 낭만을 앞질러 간다.
적당히 취기가 도는 상태에서 노래방에서 노래도 즐기고 시원한 냉커피도 마시며..다시 숙소로 돌아오는길은 세상만사 모든 잡념들이 모두 사라지는 순간이 이런거구나 싶다.
돌아오는길은 오대산을 넘어 봉평에 들렀다
때를 놓쳐서 들른 봉평이지만 메밀국수 한그릇씩 먹고 섶다리도 짚어보고
나름대로의 깊어가는 가을의 맛을 진하게 느껴본 짧은 여행이었다.
길은 막히고 조금은 짜증스럽고 짧은 여행이지만 살아가면서 쌓여있는 스트레스의 잔여물을 조금이나마 날려버릴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는 듯하다.
아직 가을은 저만치에서 미적거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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