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남자>(2)
소주 몆잔 마시더니 이제까지 보아왔던 그사람은 온데간데 없고
잔뜩 흐트러진 모습에,,,
되도록 일찍 오라 하던 오빠의 말을 어기고 이곳 월미도 까지 왔다는
후회스러움만 들 뿐, 좋아하는 사람과 바닷가에서 마주한 자리가 즐겁기는 커녕
그야말로 초조불안 좌불안석인 거였다.
그렇게 몇시간이 흐르고 수평선 넘어로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려고 할 때
돌아 갈 생각도 않고 술잔과 소주병만 테이블에 턱턱 내리치면서
끅 끅 거리며 딸꾹질만 하고 안자있는 그를 바라만 보다가
\"너무 늦었어요,집에서 오빠가 기다리고 있을텐데 이만 돌아 가야겠어요\" 라고 하니
그는 \"조금만 더 있다가,, \" 라고만 하지 영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을 안하는거였다.
그러더니 나중에는 늦었다고 초조해 하는 내 말은 안중에도 없이
술만 더 시키는 거였다.
아까 집 앞에서는 월미도엘 꼭 가보고 싶었으니 택시타고 얼른 갔다가
바다 구경만 속히 하고 늦지 않게 바로 집으로 데려다 주겠다고 하더니
이제와서 이리 내 사정은 상관 없이 취해서 여유를 부리는 남자가 실망스러웠다.
더구나 자기는 서울까지 가야하고, 나는 늦으면 오빠는 저녁도 굶고
걱정하며 기다리고 있을텐데..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그래 아무래도 더 이상은 안되겠다 싶어서
\"나는 이제라도 가야겠으니 봉식씨는 바닷 바람 좀 더 쏘이시다가
천천히 택시타고 전철역으로 가실래요..?\" 하고는 빽을 들고 일어서려니
이 사람이 갑자기 윽윽,,~ 하고 인상을 찌푸리며
배가 몹시 아픈듯이 배를 움켜 쥐는 거 였다.
복통이 난다는거다.
급작스레 배가 아프다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니
고연히 나를 보러 서울에서 인천까지 왔다가 회를 잘 못 먹어 급체를 했나 싶은 생각에
잔뜩 겁 먹은 표정으로 \"회가 잘 못 된거 아닐까요?\" 하며
어디 얼만큼 아픈지 빨리 병원엘 가던지 약국을 가보자고 했더니
이사람은 배를 움켜 쥐고도 병원엔 가긴 싫고 잠깐만 그냥 옆에서 있어달라는
거였다.
시간은 자꾸 가고 집에서 금방올께요 하고 나온 동생을 기다리고 있을 오빠 생각에
마음은 불안하고 다급해졌지만 막상 배가 아파서 죽겠다는 사람을 놓아 두고
그자리를 박차고 일어 날수도 없는거였다.
그래도 일단은 여기서 일어나야지 않겠냐고 하면서 어거지로 끌고
일어나 택시를 잡았다.택시를 안 타려는 그를 어거지로 가자고 부축여서
택시에 타자 마자 기사분께 \"아저씨! 지금 이분이 급체를 해서 그러는데요
어디 병원으로 데려다 주시겠어요?\" 하니 이사람이 아니라고
약 먹으면 괜찮아질거라고 하면서 그냥 인천 시내 어디로 가서
약국에나 들렸으면 좋겠다고 하는거였다.
그렇게 택시에서 옥신각신 하다가 가까스로 제물포역 근처까지 와서
택시에서 내렸다. 그리곤 약국으로 가서 활명수하고 소화제나 하나 사서
먹고 얼른 전철 타고 집으로 가시는게 편할거라하며 약국엘 들어갈래니
이사람은 또 실타는거였다.
그러면서 지금 아파죽겠다는 사람을 놔두고 너는 어찌 집으로 들어갈 생각만 하냐면서
너네 오빠만 그렇게도 중요하냐고, 오빠가 더 좋은지 내가 좋은지 말해 보라는거였다.
내가 오빠오빠 하는건 나 때문에 고연히 걱정하고 있을 오빠에게
심려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였건만,
이사람의 다짜고짜 어린아이처럼 치대는 말은 정말로 난처하고 은근히 화도 났다.
한참을 그런식으로 길에서 옥신각신 실갱일 하다보니
아 이사람은 정말 안되겠구나 싶은 마음에
이사람과 결혼하려던 마음을 최소하고 싶은 생각도 솔찍히 들었지만
한편으론 진짜로 아파서 애기처럼 칭얼대는 약혼자인데
그래도 그동안 만나 오는 동안 착하고 편안하게 내게 잘해 주었는데
내가 너무 냉정하게 길에다 놓아두고 가면 안되겠지 하는 생각에
전철을 테워드릴테니 빨리 서울로 내려가시라고 하면서 간신히
제물포역으로 들어갔다.
아프다는 사람을 그렇게 어거지로 짐짝 처럼 올려 보내려는게
좀 미안하고 안스러운 마음도 들었지만
표를 한장 끈어선 손에 쥐어 주면서 \"잘 내려가시구요 다음에 다시 연락하기로 해요\" 하고는
개찰구로 나가는걸 보고는 돌아서서 역 광장의 지하도로 내려갔다.
다른날은 헤어질 때 아쉽고, 헤지고 나면 바로 또 보고 싶고 그랬었는데
그날은 그렇게 몇시간을 시달리다 시피 하다 어거지로 헤어지고 나니
휴 하는 안도감과 후련하다는 생각으로 지하도에서 집 방향쪽 계단으로 올라서고 있었다.
그랬는데
아니 방금전에 분명 개찰구로 나가는걸 보고 헤어진 남자가 언제 도로 나왔는지
출구 위에서 계단으로 올라가는 나를 내려다 보고 서 있는게 아닌가.!
너무 놀래고 어이가 없어서 \"어떻게 된거예요?\" 하고 물으니
복통이 너무 심해서 도저히 서울엘 못가겠기에 잠시라도 쉬었다 가려고 다시 왔다는 거였다.
나는 집에서 오빠가 기다리고 있을거라는걸 너무도 잘 아는 사람이...
아..그때 알아보고 쪽냈어야했는데,,,ㅠ
그래 할수 없겠걸래 그럼 우리집으로 들어가자 병원엘 가자 둘이 한참을
길에서 옥신각신 하던 끝에 그에게 떠 밀려서 위를 바라다 보니
그곳은 바로 뻘건 불빛의 간판이 휘향찬란한 여관 건물 앞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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