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아이가 소풍을 간다고 하여 김밥도시락을 쌌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예쁘게 장식한 도시락들이 먹기도
아까운 것이 많던데, 한번 흉내내볼려니, 안될것 같아
그냥 무난한 김밥으로 했다.
저렇게 예쁜 도시락을 나도 꼭한번 싸주고 말테야..
김밥도시락, 그것도 한달에 한번정도 견학이나, 소풍 갈때만
싸는것도 꼭두새벽에 일어나 분주한데, 문득 옛날생각이 난다.
남동생과 여동생이 중학교에 가면서 부터 대구로 나와 함께
살기시작했으니 거의 엄마노릇을 해야했고, 직장다니면서
동생들 아침밥과 도시락이 가장 큰걱정거리였다.
솜씨도 없는데 중학교 삼년동안 도시락을 싸서 보내니, 고등학생때는
아예 점심과 저녁, 두개의 도시락을 싸야했고, 밑에 여동생도
중학생이 되어 또 도시락을 싸야 했으니 스물 두살의 나이에
동생들 아침밥과 도시락 세개는 내게 너무 무거운 짐이었다.
꼭두 새벽부터 일어나 도시락 싸고 아침밥 먹여 학교에 보내고 나면,
나는 출근준비할 시간이 없어 늘 헐떡대며, 정작나는 아침굶기를
밥먹듯이 했고, 여직원이 혼자뿐이던 사무실에서 점심도 대충
분식으로 떼우기 일쑤였다.
아침 도시락을 싸면서 그때 남자친구가 있어서 내가 결혼을 하게되면
나중에 내 아이들의 도시락을 싸줘야 할텐데~ 그런 생각만해도
도시락은 내게 끔직한 미래였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보니, 정작 동생들은, 그 막막한 시절의 탈출구로
야간대학을 다니게 되어 저녁엔 내가 집에 없었는데, 그때, 언니가 없었을때
자신들이 차려먹던 자신의 저녁밥만 기억할뿐...
그리고 지금의 나의 아이들도 걱정하던 그때처럼, 초등학생이 되었지만,
급식이라는 제도가 생겨 도시락은 안싸게 되었다.
살다보면,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좋은 날들도 오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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