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면 엄마는 농사일 틈틈이 뒷산을 돌아다니며 도토리를 주워모아
두었다가, 자식들이 온다고 하면 도토리묵을 만들어두신다.
집에 가면 귀한 음식인양 도토리묵을 양념장과 함께
우리앞에 내놓으시며 연신 먹어보라 권한다.
어떨땐 하루종일 도토리묵만 먹다가 집에올때 한덩어리 싸주시니
들고는 오는데 사실 남편은 도시에서 자란사람이라, 그저 산에 놀러갈때나
한번 먹어볼뿐, 절대 메인 메뉴는 아닌터라, 혼자 그걸 다 먹을
생각을 하면 한숨이 나온다..
먹다가 먹다가 못먹으면 결국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려야 하는
신세이니, 애써 만든 음식을 버린다는건 정말로 가슴이 아린다.
그러나 맛없다거나(사실 순수한 도토리만으로 만든 묵이라 시중에서
파는 어떤 도토리묵보다야 훨씬 맛이 좋다) 안먹는 내색이라도 하면
울엄마 엄청 삐지기에 참고 꾸역 꾸역 먹어야 한다..
대체 도토리묵이 무엇이기에...
매번 추석이면 엄마는 서울에 사는 아들을 앞세워 구순의 외할머니를
찾아뵙는다..
연세가 구십이 넘었지만 아직도 정정하신 외할머니~
이번에는 동생이 서둘러 돌아가는 바람에 내가 엄마를 모시고 외갓집으로
가게 되었다.
외갓집은 대구지만 외삼촌이 퇴직을 앞두고 원래 엄마가 자랐던 고향으로
다시 내려와서 거처를 마련하여, 휴일이면 주말농장을 가꾸고 계셨는데
그쪽으로 오라고 연락이 왔다.
정말 감회가 새롭다.. 근 삼십년만에 가보는 외가 동네이다.
심신산골에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그곳은 솔밭이 아득하고, 개울에서
놀던 단편의 기억이 남아있던 곳인데 이렇게 급작스럽게 추억과 재회를
하다니..
이것저것 가져갈 것을 싸시던 엄마는 직접 만든 묵을 정성스레 싸서
보따리에 함께 챙겨 차에 싣고는 출발하자 하신다.
기억을 더듬어 찾아간 외가동네는 어쩜 그리 하나도 안변했는지..
기억속의 그 장소는 고스란히 그대로 있었다.
장화와 밀집모자를 쓰고 밭에 계시던 외삼촌이 반가이 맞아주셨다.
방으로 들어오자 엄마는 정성스레 사가지고온 도토리묵을 내어놓으며
외숙모에게 외삼촌 먹게 썰어오라고 한다.
묵을 보더니 외삼촌이 한말씀 하신다.
\"누이~ 나는 도토리묵만보면 징글징글 하다 아이가~
째맨할때 누이들이 하루종일 산에서 줏어온 도토리로 묵을 만들어
밥대신에 얼매나 많이 묵었노~ 산나물도 그렇고,,
여태 그런거 거들떠도 안보고 살았다~
이제 나이가 묵었는가 요새는 묵도 맛나고, 산나물도 맛나더라 마는~\"
이제 엄마가 만들어준 도토리묵을 조금은 이해할수 있겠다.
엄마~ 우리가 안먹으면 삐지지만 말고 배고팠던 시절 얘기좀
해주지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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