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가까워 올 무렵이 되면
아이들은 산에 가서 알밤을 주워다 모은다
추석날이 되면 서울에서 오는 친척들도 있으니까
친척 오빠. 언니 들에게 삶아서 주고 싶은 넉넉함이
있기 때문이다.
추석이 가까워 오는 장날이면
장에간 엄마에 대한 기대감에
온종일 밥을 먹지 않아도 랄라 룰루 좋아하는 우리들
시장에 간 엄마가 저만치 버스에서 내려
걸어 오시면 신이 나서 달음박질 하여 엄마 보따리를
들고 온다.
가슴이 콩닥 콩닥 이 보따리 속엔 무엇이 들었을까
집에 오기 까지 가슴은 설레임에 가득하다
엄마가 보따리를 풀러 놓으시며
이건 ! 순덕이 꺼 하고 빨강 고리땡 바지에 양말
이건 ! 효숙이 꺼 하고 까만 고리땡 바지에 양말
고리땡 바지는 좋아하는 아이들을 바라 보며 웃는다
고리땡 바지는 좋아하는 아이들을 바라 보며 신이 났다
새 옷을 선물 받았으니 얼른 산에 가서 솔잎 좀 따 오너라 하시면
소쿠리 하나들고 뒷동산에 올라가 솔잎을 딴다
솔향기가 솔솔 우리들 가슴에 설레임의 수를 놓는다
빨강색 노란색 꿈들이 우리들 가슴에서 수를 놓는다
한소쿠리 솔 잎을 따 가지고 내려 오면
어느새 엄마는 방앗간에 가서 쌀을 빻아다 놓으신다
엄마가 떡 반죽을 하시고 나면
모두 큰 상에 둘러 앉아 송편을 빚는다.
어스름 달빛에 무르익어 가는 추석 전날 밤
효숙아 ! 떡을 예쁘게 빚어야
시집가서 이쁜 딸을 낳는 단다
엄마는 말씀하신다.
아무리 이쁘게 만들어 보려고 해도
이쁜 우리 엄마를 따라 갈 수가 없다
나무 쟁반에 알콩달콩 사랑 담아 만들어 놓은 송편은
어린 내가 보기에도 어찌나 이쁜지
먹지도 말고 바라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었다.
곱디고운 얼굴에 우리 엄마는
늘 음식을 만들면서 내 이름을 부르신다.
여자는 말이야.. 하구..
이렇게 해야 한다 하시며 얌전하게 상을 놓는 모습이며
그릇 가에 묻은 반찬을 닦으시면서도
요렇게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엄마는 뒷곁에 숯불을 펴시고
솥 뚜껑 뒤로 젖혀 놓아 녹두 지짐을 만드셨다
추석날이 되어야 구수한 냄새를 맡는 멍멍이들은
한입 달라고 끙끙 댄다.
뒷뜰에 돼지 우리에 돼지도 연실 꿀꿀하고 냄새를 맡는다.
수수깡 울타리 너머로 들려오는 웅성웅성 말소리들.
서울에서 오는 친척들 인가보다.
사람이 그리운 시골에서는 신작로에 버스가 쉬었다
가는 순간이면 서로들 자기 친척들이 오나 하고
기웃기웃 거리기도 한다.
추석 전날엔 시골 마을이 잔치다
구수한 녹두전 부치미 지지느라 온 동네가 구수한 냄새로 야단이다.
살찐 고구마들은 뒷 광 곁에서 벌러덩 하늘을 바라보며
난 누가 좋아할까 궁굼해 하며 기다리고
한톨 씩 주워 놓은 알밤들은 장독대 빈 항아리에서
하늘을 보고 웃는다.
추석 전날을 그렇게 시골 잔치가 시작 되었다.
추석날 아침이면 엄마가 사다 주신 고리땡 바지를 입고
동네 한바퀴 돌아보고 아이들은 동네에서 큰 마당에 모여
추석 선물로 받은 새옷을 입고 서로 자랑이다
어릴 땐 엄마가 사다 주신 새옷이 얼마나 좋았는지..
읍내에 사시는 작은 아버지가 오시면 무얼 사 오셨을까
궁굼해 하지만
정종 한병 사 들고 들어오신다
작은 아버지 댁에는 문방구를 하셨다
작은 어머님은 학교 선생님이셔서 부자였다
추석날 오시면 문방구에 늘어섰던 사탕이나 미리꾸
문어발 좀 가지고 오시지.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학교 문 앞에서 문방구를 하시던 작은 아버지는
단 한번도 우리들에게 오렌지 쥬스 하나를 주실 줄 몰랐다
어린 나는 문방구에 늘어 선 세모 오렌지며 문어발.이 먹고 싶었는데..
큰 아들인 우리 아버지는 동생이 넷이었는데 혼자 한 약방을 운영하시며
한약 한 재를 파시면 그날은 동생 들에게 맛있는 것 많이
사다 주시곤 했다며 엄마가 말씀 하셨었다.
그런데 우리 작은 아버지는 조카들에게 그 오랜ㅣ 쥬스 하나를
왜 주지 못하셨을까
나이를 먹어 감에도 추석 전날이 오면 그때 생각에
어쩌면 서글픔이
어쩌면 아름다운 기억으로 내 머리속에 빙빙 돈다
나이를 먹어 가면 추억을 먹고 산댄다
추억이 있어 오늘도 웃을 수 있으니 감사할 뿐이다.
이젠 나도 작은 엄마가 되었다
조카들 좋아하는 맛난 음식 만들어 얼른 큰 댁에 가야 겠다
좋은 기억으로 남아도는 작은 엄마가 되고 싶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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