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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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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 귀는 당나귀귀


BY 오월 2006-09-22

작년 겨울 무지춥던 어느날.

\"주소 좀 불러줘봐 김치 보내줄게.\"

그렇게 시작하며 걸려온 전화 한 통.

작은 나 보다 더 작은 몸으로 무지 추웠던 그 날에 날 생각하며 김치를 담궜을

그녀,

 그리고 도착한 택배 꾸러미속에는 온갖 밑반찬들이 들어 있었다.

받는것 보다는 주는것에 더 마음편한 나이기에 온갖 정성이 든 많은 밑반찬 들은

내내 무엇인가로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날 괴롭혔다.

다행히 시집에서 보내준 곶감 한상자를 보냈고 그리고 조금 마음에 빚을 갚은듯

했는데,한번 내 주소를 알아버린 그녀가 나에게 보내오는 것들이 정말 상상을

초월할 만큼 되어갔다.

전화를 걸어 화도내고 소리도 지르고 다시 돌려보내겠다고 으름장도 놓고 그때 마다

이번이 마지막이란 단서를 붙여 수없이 보내온 것들이 사무실에도 집에도 손길 닿는곳이면

눈길 닿는곳이면 모두 그녀의 흔적이다.

 

팬티를 사서 보내곤 부라자가 없으면 안된다는 핑계를대고 부라자를 사 보내고 바지를

사서 보내고는 윗옷이 없으면 안된다며 윗옷을 사 보내고 귀걸이,목걸이,팔찌등등...

돈이 있는 사람이든 돈이 없는 사람이든 살림을하는 같은 주부로서 도저히 이해 할수

없는 도를 넘는 행동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난 싸우기를 포기하고 몰래 부엉이집의 포획물을 훔쳐오듯 흥부가

박을타며 걸었을 기대감을 가지고 그녀가 보내오는 것들을 탐닉한듯하다.

그렇게 많은걸 보내주며 그녀가 나에게 원하는것은 늘 시간을 좀 내라는건데,그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일주일쯤 제주도여행이나 외국 여행 또는 동해로 여행을 가자는

제안인데,사람 마음이란것이 주고도 좋은사람이 있고 받고도 싫은 사람이 있으니 물론

내 생활이 그녀 처럼 훨훨 다닐 수 있는 형편도 아니였지만 그녀와 그럴 마음이 조금도

 

생기지 않으니 늘 핑계를 대고 거절하고 그녀는 삐지는 악순환을하며 지내온지가 3년이

되었다.결벽 스러울만큼 나의 호의를 거절하며 베풀기만 했던 그녀가 자기보다 더 큰

배낭을지고 우리집에 왔다.입이 벌어질만큼 도대체 어떻게 저 많은걸 지고 왔는지 불가사의

한 그녀의 배낭.그렇게 바쁜나를 붙들고 일주일을 집에 머무르는 동안 난 그녀로 인한

스트레스로 죽는줄만 알았다. 다른 사람들과의 통화 내용을 들어보면 참 씩씩한데,나에게

길면 1년 짧으면 3개월 밖에 남지않은 자기의 생명이라고 죽는 친구의 마지막 소원이라며

여행갈것을 요청하니 훌쩍떠날수도 없고 그녀가 안타까워 내가 흘린 눈물이 참 많았다.

그렇게 서울로 돌아간 그녀가 몇 개월만에 물론 3개월 후에 죽는다는 그 말은 까맣게 잊은듯

우리집에 다시왔다.

그녀보다 더 큰 배낭에서는 이번에도 요술상자처럼 많은것들이 쏟아져 나온다.

 

도저히 떨어지지 않는 입을열어 추석밑이라 너무 바쁘다고 일주일씩 너와 놀아줄 시간

없다고 그렇게 말을하고 내가 너를 서운하게 할까 두려우니 일찍 집에 돌아가 달라고

부탁을했다. 그녀는 3일을 집에 머물며 잠시도 내 곁을 떠나려하질 않았다.

샤워를 하러가면 샤워하는 시간이 길다고 신경질을 부리는 그 작은 친구를 마음이

아파 실천에 옮기진 못했지만 난 정말 두둘겨 패 주고  싶었고 악악 소리를 지를만큼 스트레스를

받았다.남편은 친구와 편하게 지내라며 사무실에서 새우잠을자고 난 친구에게 신경쓰느라

출근도 늦어지고 그러면서 안쓰러운 마음에 마음까지 무거웠다.

 

그 와중에 슬쩍 꺼내놓은 그녀의 2가지 고백이 나를 너무나 황당하게 했다.

날 잊고 살아가기 위해 베트남으로 시월 중순에 떠난다는것과 세상에 본인이 동성애자

라는 황당한 고백까지....표정 관리를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후에들은 고백은 못들은척

딴전을 피웠지만 세상에 기막히구나.이런일은 모두 남의 일인줄만 알았는데...

아무런 생각없이 장난치며 한 침대에서 잠들었던 날들....

그밤 왠지 자꾸만 몸이 사려지는 나는 침대 끝으로 몰려 떨어지기 일보직전.코를 골며

자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어느새 잠이들었다가 깨어보니 내 팔은 그녀의 베개

가 되어있고 실수인듯 슬쩍 올려진 가슴위의 손을 슬그머니 내려놓고 내 얼굴에 붙어있는

그녀의 얼굴을 떼어놓고 그러다 보니 그녀가 슬쩍 돌아눕는다.

 

가슴이 아프다.

진정으로 마음에서 우러나  친구로서의 따뜻한 포옹한번 해 주지 못하는 것이 가슴아프다.

작은 키에 어울리지도 않는 군복바지 또는 남자옷을 터프하게 걸친 그녀의 모습이 가슴아프다 남들이 그녀의 복장을보고 웃음을 흘리는 것이 가슴아프다.

친구가 가는 배낭속에 봉투하나를 준비해 넣어두었다.

마음을 원하는 친구지만 마음은 죽어도 못가겠다고하니 내 마음의 빚을 조금이라도 덜어낼

요량으로 정말 베트남으로 떠날지 아니면 무슨 쾌변을 늘어놓고 다시올지 모르지만 작으나마경비라도 하라고....

그런데,서울에 도착한 그녀에게서 뜻밖의 소식이 전해져왔다.

날 잊고 떠나서 살려했는데 내가 배낭속에 넣어준 봉투가 짐이되어 무거워서 갈수가

없으니 곧 돌아오는 내 생일에 다시 오겠다는.....

그 날부터 그녀의 전화와 문자를 계속해서 씹고있다.

속 모르는 남편이 받으땐 좋아하고 친구를 무시한다며 내 전화를 들고나가 친구에게

사과하는 전화통화를 한다.

 

몇 십 통 걸려오는 전화 그녀는 지칠줄 모른다.

난 남편에게도 그녀의 체면때문에 솔직히 고백할수가 없다.

가슴이 너무 답답하고 개운치못한 기분을 어떻게해야할지....

다정도 병이련가 누군가 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너무나 서럽게 떠나온 고향 그 고향속에 언제나 그리움으로 기억 된 친구들

잘 나가든 애들과 그리고 지질이도 공부못한 아이들 30년 만에 그리움을 안고

만난 고향친구속에 그녀가 있었다.

그냥 풍경처럼 그녀가 있었다.

그런 그녀를 가슴아프게 본 것이 따뜻한 가슴으로 한번쯤 꼭,안아주고 싶었든

내 다정이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을 만들줄이야.

내가 아니여도 냉정하게 그녀를 밀어내도 그녀가 잘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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