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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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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교사 체험기 4


BY 허무한 2006-09-22

아이들과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면

잠깐의 대화에도 행동에도 그 아이가 어떤 아이라는

것이라는 게 대충 잠작이 간다.

 

이 아이의 이름은 칸테이시아.

특히 흑인 아이들의 이름은 특이해서 발음하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에 일단 성을 부른 후 이름을 한번

발음해보라고 한 뒤에 그대로 불러준다.

많은 아이들이 부모들의 관심 부족이나 혹은

혹은 잘못된 양육방법 때문에 사랑과 관심을 목말라 한다.

 

칸테이시아,

이 아이는 그랬다.

언제나 다른 아이들보다 약간 특이한 아니면 특별대접을

받기를 원했다.

그런 행동이 항상 나타났다.

매일 가다시피 하는 학교다 보니 그 아이를 접할 기회가

사실 그 아이의 담임교사보다 많았다.

그 아이는 애교스러운 미소를 띄고 있었지만

언제나 약간은 사람을 얕보는 태도를 하고 있었다.

 

그 아이를 처음 만난 건 한달전 수학 시간이었다.

그 반은 무지 시끄럽고 집중이 안되는 그런 반이었다.

이 말은 평소에 수학교사가 어떻게 이반을 이끌었는지를

잘 말해 주는 것이다.

이 사람좋은 교사는 아이들을 잘 통제하지 못했다.

그러기에 아이들의 그런 행동은 해도 별 제제나

불익이 없다는 것 때문에 어떤 조치를 해도 별로

나아지지가 않는다

과제를 하라고 하면 \"점수도 안 매길 건데 왜 해요\"

맞는 말이기도 하다. 정말 아이들에게 집중하게 하고 싶다면

교사로써 일단 자기가 내뱉은 말을 철저히 지키는 게 제일 중요하다.

그럴 경우에 대리교사의 어려움은 말도 못할 정도로 커진다.

 

여기는 학교에 경찰이 상주한다.

일단 반 분위기 해치는 아이들에게 경고를 하고

그래도 듣지 않으면 Behavior management center(비엠시)에 보낸다.

그때 자기발로 가지 않으면 벨을 눌러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런만큼 주어진 시설을 잘만 이용하면 아이들을 통제하는데

그렇게 큰 무리는 없다.

가능하면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혼자 해결하는 걸 나는 선호한다.

 

 

칸테이시아,

이 아이는 은근히 문제를 만들어 내는 아이이다.

유난히 시끄럽거나 한 건 아니면서 은근히 사람 봐 가면서

교사의 권위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행동하려 한다.

말하자면 단순한 말썽쟁이와는 달리 머리를 굴려가면서

자기에게 만만해 보이는 교사들을 골탕 먹인다는 것이다.

적어도 20여명의 아이가 있는 반에서  그 애에게 허용할 수

있다면 다른 아이에게도 허용해야 한다.

예를 든다면

\"저요, 너무 답답해서 그러는데 밖에 가서 신선한 바람을

좀 쐬고 오면 안될까요?\" 는 식으로 말이다.

말하자면 깐죽깐죽 거리면서 약을 올리는 스타일이다.

안된다고 해도 계속 그렇게 물어 보면서 나의 인내심을

시험해 본다.

 

마침내 이 애가 나를 폭발시켜 버린 날이 왔다.

그건 과학 시간이었다.

거기에서도 여전히 그 애는 특별대접을 원했다.

\"저요, 전 미스 리의 펫이거든요\"

\"그래서? 지침서에 봐도 애완동물을 어떻게 하라는 말은

없는데... 누구나 말 안들으면 동등하게 비엠시에 보내고

더 많은 숙제를 내주라고는 했는데...\"

\"저 배가 아픈데요\"

그래서 두 말 않고 간호실에 보내주었다.

그냥 나가고 싶어서 하는 말인줄 알았지만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한참을 지나도 돌아오지 않아 다른 아이를 보내서 데리고 왔는데

돌아와서는 사진들을 돌려보면서

떠들어댄다. 조용하라고 했더니

한번 비웃음이 담긴 미소를 보내더니 다시 떠든다.

다시 한번 시도를 했더니

\"제발 날 가만히 놔 두세요\"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이번엔 정말 니가 날 가만 있도록 놔 뒀으면 좋겠어.

그러니까 앞으로 입 닥치고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내 말을 듣도록 해\"

나의 이 예상치 않는 말에 반은 갑자기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그랬더니 그 애가 벌떡 일어섰다.

\"뭐라고 \'입 닥치라고\' 우리 엄마도 내게 그런 말 하지 않았어. 내일 울 엄마가

학교에 와서 당신을 직싸게 패줄거야\"

\"그래 나도 니 엄니를 만나봤으면 좋겠어. 내가 몇번이나 조용하라고

좋은 말로 얘기했니. 내가 그런말을 할 정도가 되었을 땐 니가 지나쳤다는 것이야\"

그랬더니 삿대질까지 해가면서  니가 어떻게

내게 그런말을 할 수 있느냐고  악을 바락바락 쓴다.

\"그래 알았어. 나도 참을만큼 참았으니 이제 너도 비엠씨로 가야겠다.

그러니까 여기 나와서 사인하고 그리 가도록 해\"

그러다가 나는 생각을 바꿨다.

그 아이가 자기감정에 못 이겨 훌쩍이는 것을 본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의 반응은 내가 그렇게 나오는 게 시원하다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이 아이는 자기 스스로를 감당할 수 없는

묘한 상태로 밀어넣은 것을 깨달았는지

\"제발 비엠씨로 보내주세요\"

체면상 이 자리를 떠나고 싶었던 것이었다.

\"안돼, 생각을 바꿨어. 넌 이 시간이 끝날때까지 나랑 함께

여기 있어야 돼\"

\"그럼 잠깐 화장실에 갔다 오면 안될까요?\"

화장실에 보내줬다가 함흠차사가 되어 돌아오지 않을 아이다.

\"안돼\"

\"저 눈물을 닦아야 하는데요\"

\"저기 케비넷을 열어봐. 휴지가 있을거야\"

다른 아이가 케비넷을 열어보고는 \"없는데요\"

라고 말했다. \"네가 괜찮다면 내게 손수건이 있으니까 사용해도 돼\"

결국 다른 아이가 찿아낸 휴지를 가지고 그녀는 눈물을 닦았다.

그 아이가 모든 교사에게 그런 행동을 하는 건 아니고 자기에게

만만하게 보이는 교사에게만 그런 행동을 한다는 것을 나를 좋아하는

아이가 제공한 정보로 나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언제나 웃으면서 가능하면 평화롭게 해결해 보려던 날 만만하게 보고

그 아인 날 손등에 올려놓고 놀려다 뜻하지 않는 변(?)을 당했던

것이다. 그 이후부터 그 아이는 공손해졌고 나는 못된 대리교사로

소문이 났다. 그로부터 다른 교사들의 나에 대한 신임은 두터워졌다.

그냥 학교에 와서 좋게좋게 설렁설렁 시간을 때우고 가는 대리교사는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아주 담담하게 행동했지만 사실 조금 걱정이 됐던 것도 사실이다.

몰상식한 학부모도 상당히 많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정말 그 아이의 엄마가

학교에 와서 날 두둘겨 패면 어쩔까 하고...하지만 그 애의 엄마는 학교에 나타나지 않았다.

하기야 그런다해도 태권도로 단련된 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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