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내려오는 동안 내내 보신탕을 먹고 갈건가 바로 집으로 갈건가
결정을 못하고 옆지기는 똥마려운 강아지 마냥 안절부절이다.
석수역쪽으로 내려와 안양대교 부근에 있다는 <장수명가>라는
36년 전통의 보신탕을 먹고 재수생 아들을 위해 사들고 가 먹이고 싶은데..
집하고는 반대편이라 한참을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땜에...
집에 절여 놓은 배추 생각에 난 집으로 가자하는 중에 벌써 택시를 잡고서
“어서 타..”한다.
찾아 간 식당은 유명세만큼이나 보신탕집치곤 괜찮아 보이고 우선 그 특유의
냄새가 안났다.
한그릇을 시켜 먹으면서 김치에 밥만 먹고 있는 나에게 제발 한번만 먹어 보라고
그는 고기덩어리를 내쪽으로 옮겨다 놓고 애원을 한다.
야채를 건져 고기와 싸서 수술환자 몸보신 한다는 각오로 몇 번을 꿀꺽 꿀꺽 삼켰다.
“맛있쥐..??.....맛나쥐..??..엉??..”
“...................................................어..”
‘...별루그만’
녀석 몫으로 일인분을 포장해 식당을 빠져 나왔다.
‘..흐 ~~..오늘 저녁거리 해결 됐네~~.....히 ..’
난 그게 중요했다.
우리 동네 지하철역에 내려 걸어 오는중 갑자기 그가
“내 모자....???..” 한다.
‘깜짝이야...’
“어..??..모자...?...몰라??...”
사실은 모자는 배낭 뒤의 고리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어..??..어디 갔나??...잃어 버렸나??..”
“식당에 놓고 왔을까..???..”
아님..“아까 길에서 전화 통화 하던중 길에 뚝 떨어졌다부다...”
언젠가 하루도 산에서 오더니 스르르 없어졌다.
한참후에...어디 갔다온거냐구 물었더니 모자를 환승하는 버스 정류장에
두고 온것 같아 거기까지 가 봤더니 없더라며 몹시 서운한 표정을 했다.
다시 배낭 재점검하며 엉뚱하게 배낭속 주머니에서 보물이라도 찾은것처럼
찾아내어 반가워 한적이 있는 그 모자이다.
“....거...기어이 잃어먹네...!...”
“거기 음식점에 지금 전화해 있으면 잘 좀 보관해 놓으라 부탁하쥐..??”
나오는 웃음을 꾹 참고 난 계속 능청을 떨었다.
고리에 대롱대롱 모자는
‘..아줌마..왜 그래여~~나 여깃는데...히히..’하고 그의 걸음걸이 따라
이리저리 대롱거렸다.
별루 멋지지도 비싸지도 않은 모자지만 그 모자를 유난히 좋아했다.
친한 직원 한사람이 젊은이들 모자라구 했다나 모래나....
‘젊은이 모자면 사람도 젊어지나...모?.....쿠쿡!..’
고개를 떨구고 터벅 터벅 한참을 걸어 거의 집에 도착 할때 쯤.
손을 뒤쪽으로 더듬거려 본 그는,
“어쉬~~아~~니....헤~...”하며 날 째려 보더니
개구장이 녀석들처럼 좋아라 어깨를 우쭐한다.
“ㅍ ㅎ ㅎ ㅎ .....”
‘그러게 왜 순진한 아들까지 동원해 흰머리 가지고 놀리냐구우~~~..’
‘휴~~~일주일 만에 복수 했~~네~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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