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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있는 이혼남의 의무


BY 불토끼 2006-09-19

내가 털실가게에서 1년 조금넘게 일하고 있을 즈음 캇쟈라는 모로코 여인이 새로 들어왔다. 그녀의 임무는 가게청소와 설거지, 커피끓이기 등이라 잠시왔다 청소만 끝내고 돌아갔지만 나는 왠지모르게 그녀가 올 때가 좋았다. 캇쟈는 나와 나이도 비슷하고 붙임성이 있는데다 우리 둘다 외국인이라는 점 때문에 여러모로 통해서 술잔을 기울이며 속엣말을 많이 하고 지냈다.


캇쟈라는 이름은 그녀의 독일식 이름이다. 원래 이름은 아랍식인 하지자이고 그녀의 성은 호이펠이다. 그래서 그녀의 여권이름은 하지자 호이펠. 호이펠이라면 독일에서도 꽤 흔한 성이라 처음에 나는 그녀가 독일남자와 결혼했나 싶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그녀와 그녀의 아이들이 호이펠이라는 성을 갖게된 사연을 말하자면 좀 복잡하다.


예전에, 그러니까 15년도 훨씬 지난일이다. 그녀의 오빠가 독일의 한 병원에 일자리를 구하는 바람에 독일에서 일한 적이 있었단다. 그때 오빠는 친하게 지냈던 동향의 한 모로코인에게 혼기찬 자기 여동생 캇쟈를 중매를 섰던 것이다. 둘은 두어 번 만나보고 결혼하기에 이르렀고 캇쟈는 결혼과 동시에 독일로 이주했다.


 이 모로코 남자는 이미 독일여자와 결혼한 경력이 있는 남잔데 그가 독일여자와 결혼하면서 국적을 바꾸고 성까지 아내의 성을 따라 호이펠이라 바꾼 것이다.(독일에서는 결혼하면 여자가 남자성을 따르는 것이 일반화되어있지만 최근들어 여자가 자신의 처녀적 성씨를 지니기도 하고 남편이 부인의 성을 따르기도 하며 부부가 양쪽성을 다 쓰기도 한다.)


이런 연유로 미스터 호이펠이 된 남자는 이혼후 같은 모로코사람인 캇쟈와 결혼했고, 캇쟈는 남편의 성을 따라 미세스 호이펠이 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보니 캇쟈와 그녀의 아이들은 생전에 얼굴을 본 적도 없는 한 독일여자의 성을 따라 호이펠 가족이 된 것이다.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미세스 호이펠이 된 캇쟈는 그 남자와의 사이에서 딸하나 아들하나를 낳고는 바로 헤어졌다. 무엇 때문에 헤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헤어진지 7년이 지나도록 전남편은 애들 생일한 번 챙긴 적이 없었단다. 그러니 당연 애들은 아빠 얼굴도 모르고 자라게 되었고. 이런 남편이 몸서리나게 싫은 것처럼 캇쟈는 이름뒤에 붙은 호이펠이란 성 역시 몸서리나게 싫어했다. 마음같아선 처녀적 성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그러자면 또 법원을 들락거려야하는데다 돈까지 만만찮게 들어 이혼후 7년간 줄곧 그냥 미세스 호이펠로 불리고 있는 터였다.


남편이 찾아오든 안오든 양육비나 있는대로 좀 집어주면 생활비에 보태쓰련만 그 남편이란 작자는 7년동안 돈한 푼 보내온 적이 없었단다. 독일에서는 아이 아빠되는 이가 양육비를 지불해야하는 것은 법적인 의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인이 양육비를 내놓으라고 구차스럽게 몇 번이나 찾아가야했고, 그런 여편네를 앞에두고 눈썹도 한 번 깜빡하지 않다가 이 남자 결국 따끔한 일을 당했다. 캇쟈가 재판을 걸은 것이다. 재판의 결과는,

‘지난 7년간의 양육비를 몇십 년에 걸쳐 월부로 당신의 월급에서 차압하겠음!’

이 글을 읽고 갑자기 속이 시원해진 분들 많을 것이다. 하지만 기뻐하긴 아직 이르다.


그런데 이 사내는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평생 애들 양육비로 월급의 상당량이 차압당한다는 소리에 질려 직장을 관두고 말았던 것이다. 이 남자의 뇌는 물론 그 전에 바쁘게 돌아갔을 것이다. 월급이 차압당하고 남은 액수와 실업자가 되었을 경우 노동청에서 나오는 실업급여를 계산했을 것이고 그 차액이 그다지 크지 않다면 실업급여나 받으며 속편하게 살겠다는 야무진 계산을 했을 것이다.


자식한테 양육비를 안주기 위해 실업자가 된다? 그 소릴 듣고난 후부터 내 허패통은 확 뒤집어졌다. 온갖 욕을 갖다붙이다 결국 개차반이란 욕을 이 남자의 이름 앞에 갖다붙였다. 그렇다. 이런 남자를 두고 개차반이라 부르지 않는다면 누굴 개차반이라 부르리오. 애들 양육비를 주지않는 모든 이혼남들은 개차반이다. 가슴에 주홍글씨를 새겨야 한다. 그 인간들이 아무리 성실한 사람이건, 애국애족하느라 바쁜 인간이건, 부모공경 잘하는 효자건 상관하지 않는다. 최소한 자기가 낳은 자식은 아무리 이혼한 부인이 밉더라도 거두어야 한다. 이것이 아빠로서의 책임감이다.


나 실업자 돼서 최저 생계비만 받게됐으니 행여 꿈에라도 양육비 받아낼 생각 말라는 이혼남, 이구실 저구실 붙이고 재산 빼돌리는 이혼남들을 위하여 법대나오신 똑똑한 양반들은 연구좀 더 하셔야 겠다. 이들에게 똥침놓는 좋은 방법이 있는지. 이런 경우 어차피 실업자는 할 일이 없으니 하루종일 집에서 뒹굴지 말고 전부인의 집으로 출퇴근을 해야한든가, 출퇴근해서 집안 청소를 하고 애들 방을 치우고 밀린 빨래를 한다든가. 돈이 없으면 몸뚱이를 굴리는 수밖에. 판사님들은 여기에 유의하셔서 판결을 내려주셨으면 한다.


그리고 여자들이 해야할 일도 있다. 여자들아, 자식 양육비 안내놓는 이혼남이랑은 결혼은 커녕 연애도 하지말자. 이런 남자들을 왕따시켜 절대 다시는 결혼하지 못하게 만들자.

이 글 읽으면서 가슴뜨끔한 개차반들 혹 있을지 모르겠다. 이거 당신네들 읽으라고 쓴 글이니 계속들 가슴 뜨끔해 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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