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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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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여름이야기


BY 풀피리 2006-09-04

여름 휴가를 떠나기 전 둘째 동생한테서 전화가 왔다.

누나! 매형은 언제부터 여름 휴가야?

\"넌, 언제부터인데...\"

\"동생이 대답을 하며 이번 여름휴가 때에는 서로 시간을 맞춰 보자고 한다.\"

\"그래,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그런데 어디로 가려고...\"

영흥도에 한번 다녀왔었는데 조용하고 아이들이 갯벌체험 하기에도 좋다고 한다.

그래서 그곳으로 한번 더 가려고 하는데 누나 생각은 어떠냐고 묻는다.

\"좋아.\"

\"그럼 그곳으로 가는 걸로 알고 있을께.\"

수화기를 내려 놓기가 무섭게 대전에 사는 막내동생한테도 연락을 했더니 제부가 여름방학이라 언니네 휴가와 맞춰 본다고 하며 엄마도 모시고 가자고 한다.

\"당근이지, 엄마는 오빠가 모신고 온다고 했어\"

인터넷에 접속해 영흥도 찾아가는 길을 알아 보았다.

영흥도로 떠나기 전날밤, 영흥도에서 필요한 물건과 텐트, 구급약과 먹거리를 챙기면서 영흥도에서 갯벌체험을 하며 아이들과 물놀이 할 생각을 하니 소풍가는 아이들 마냥 설레이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런 나를 보고 남편이 한마디 한다.

\"그렇게 좋으냐고\"

\"그럼, 좋지 얼마만에 가 보는 바닷가인데...\"

떠나는 날 아침,

남편은 일찍 출발하지 않으면 많이 밀린다고 하며 아침잠이 많은 아이들을 깨운다.

아침은 전날 사다 놓은 식빵으로 샌드위치를 간단하게 만들어서 남편에게 챙겨 주고 마른반찬과 압력솥에 지어 놓은 밥은 도시락으로 챙겼다. 차안에서 아이들 먹으라고 샌드위치도 넉넉하게 챙기고 말이다.

휴가철 피크라 그런지 서해안 고속도로도 동해안 고속도로 못지 않게 많이 밀렸다. 하지만 엄마와 조카들을 만나서 놀 생각을 하니 운전하는 남편과는 달리 아이들과 난 마냥 즐겁기만 했다.

몇시간쯤 달렸을까?

시원한 바다가 보이는 영흥도에 도착을 하니 기분이 한결 상쾌했다. 복잡한 도심을 빠져나와 이렇게 소나무 숲이 있고 시원한 바다가 보이고 끼룩끼룩 갈매기 소리를 들으니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아 기분 좋았다.

먼저 도착한 동생네와 만나 주차를 하고 소나무 숲 그늘밑에 자리를 잡은 후 땀을 뻘뻘 흘리며 텐트를 쳤다. 아이들이 배가 고프다고 아우성이다. 우선 챙겨 간 도시락과 컵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아이들은 갯벌체험을 한다며 호미를 들고 바닷가로 나가지고 한다. 아이들만 보내기는 안심이 안된다고 하시며 친정엄마도 아이들과 함께 나선다. 점심 먹은 설거지를 하고 텐트에서 쉬고 있는데 오후 5시가 되니까 바닷가에 텐트를 친 사람들이 하나, 둘 텐트를 접으며 짐을 챙기고 있다. 우리는 텐트를 접어 바닷가쪽으로 옮겨 다시 한번 텐트를 치고 자리를 잡았다.

아이와 조카들은 빠졌던 바닷물이 들어오니까 수영복으로 갈아 입고 튜브를 챙겨 시원한 바닷물로 풍덩~~

난 아이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놓칠세라 카메라에 담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올케가 얼큰한 김치찌개를 끓여 놓고 저녁을 먹으라고 손짓을 하며 우리를 부른다.

얼큰한 김치찌개와 밥을 먹는데 왜 그리도 맛이 좋던지 아이들도 밥한공기를 이내 비우며 더 달라고 한다. 그렇게 저녁을 달게 먹고 커피타임을 가졌다.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쫌쫌한 별들이 쏟아질 것 같은 밤하늘과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바닷가에서 마시는 커피향과 여유로움이 너무나 좋았다.

아이와 조카들은 낮에 물놀이를 하느라 힘들었는지 일찍 잠이 들었다. 모기향을 피워 놓고 잠이 오지 않아 바닷가를 걸리며 도시에서의 열대야를 잊고 시원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백중사리가 있는 날이라 바닷물이 만조가 되어 넘칠 수도 있다고 텐트를 접어 다른 곳으로 옮기라는 안내원의 확성기 소리가 들려 왔다.

\"어머! 이걸 어쩌나 텐트 속에는 아이들이 곤히 잠을 자고 있는데 말이다.\"

단잠을 자는 아이들을 깨워 차안으로 대피시키고 텐트를 접었다. 바닷물이 어디까지 들어오는지... 아니 차안에서 잠을 자고 있는 아이들 걱정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새벽이 되니까 바닷물이 자갈에 부딪쳐 철썩철썩 소리를 내며 밀려 온다.

\"설마 바닷물이 넘치지는 않겠지?\"

넘치면 안된다고 기도를 하며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꼬박 밤을 지세웠다. 다행히 바닷물이 넘치지는 않았다.

아침이 되니까 바닷물이 빠진다. 아침을 먹고 바닷물이 빠졌을 때 챙이 있는 모자와 수건을 목에 두르고 양파망과 호미를 챙겨 갯벌체험을 시작했다. 뜨거운 태양볕이 내리쬐는 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마도 뜨거운 태양 아래 고추따기를 한다면 그렇게 열심히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호미로 갯벌을 파 보니 하나,둘 바지락이 나온다. 어떤 곳에서는 제법 큰 조개가 나온다. 아이도 조카들도 신이나서 졸졸 따라 다니며 조개를 주어 양파망에 담아 넣는다. 그리고는 누가 더 많이 잡았는지 들어 보인다.

조개잡이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는데 대전에 사는 동생네가 도착을 했다는 소식을 조카들이 전해 준다. 텐트 친 곳을 보니 동생이 조개잡이를 그만 하고 나오라고 손짓을 한다. 나는 조금만 더 잡고 싶었다.(욕심이 많아서 그런가?ㅎㅎㅎ)

올케가 먼저 나가겠다고 한다. 아이와 조카들도 올케를 따라 나선다. 친정엄마와 둘이서 조금 더 잡고 물 밖으로 나왔더니 상추를 씻어 놓고 남편과 제부가 삼겹살을 굽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삼겹살 굽는 냄새로 가득하다. 입맛이 당긴다. 삼추쌈으로 점심을 배불리 먹고 쉬었다. 오후가 되니까 물이 들어와서 아이와 조카들은 물놀이를 또 즐긴다.

저녁에는 해감시켜 놓은 조개를 헹구어 조개구이를 맛있게 먹었다. 짭짜름한 국물맛이 정말 시원했다. 조개구이를 먹으면서 영흥도에서의 이튿째 밤을 보내고 있었다.

셋째날 아침, 바지락 삶은 국물에 된장을 풀어 놓고 동생이 아웃국을 끓였는데 정말이지 둘이 먹다가 하나가 없어져도 모르만큼 맛이 좋고 그맛이 정말이지 진국이었다. 아이들은 아쉬움이 남았던지 물놀이도 하고 모래성을 쌓으며 재미있게 놀고 있다.

낮이면 파도소리와 갈매기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고, 밤이면 이름 모르는 풀벌레 소리와 시원한 바닷바람 그리고 옥수수알처럼 쫌쫌히 박혀 있는 은하수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아이들과 북두칠성도 찾아 보면서 말이다.

2004년 그 해 여름, 친정식구들과 함께 한 여름이야기는 소중하고 아름다운 또 하나의 추억이 되었다. 올해는 여름휴가를 다녀오지 못해서 그런지 영흥도의 시원한 바닷바람이 더욱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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