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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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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세요


BY 김효숙 2006-09-04

여보 ! 제가 있잖아요
아침이면  눈이  떠지지 않아 자꾸만 땅속으로 기어 들어가다가도
고운 햇살이 깨우는 바람에 눈 비비고 일어나 잠꾸러기 당신도 깨웁니다.
우리는 늦잠을 자는 부부가 되었습니다.
여보 ! 우리가 결혼한지도 벌써 스물 다섯해가 되었습니다.
알콩달콩 언덕 위에 하얀 집 짓고 살려던 꿈은 아직도 하늘 위에서  잠을 자나 봅니다.
그 꿈을 하늘에서 데려 오려고 오늘도 팔 걷어 부치고 일을 합니다.
정성들여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몇년을 이것 저것 해 보려 애쓰다가
음식 하는 것 좋아하는 아내 생각이 났던지
음식점을 해 보겠다고 시작 한지가 벌써 2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처음엔 당신이 물 컵을 닦는 것만 보아도 방 한 쪽 구석에서  훌쩍 거리며
울기도 했었구 손님 신발 정리 하는 것 만 보아도 맘이 아파
우리 남편이... 하구 눈물이 왈칵 쏟아져 울던 나날들
하루하루 세월이 지나다 보니 이제는 안스런 마음도 내안에서 사라져 갔고
겉잡 을 수 없는 실갱이로 몸살을 앓느라
그런 배려도 나에게서 멀어져 갔습니다.
 
추운 겨울 날 새벽이면 어느새 일어나서 가락시장을 향하던 당신
그나마 난
아내란 이름으로 조금 늦잠을 자고 눈을 뜨면 당신에 빈 자리는
시린 겨울 바람으로 채워지곤 하였습니다.
가장이란 춥다는 말도 힘들다는 말도 하지를 못하고
새벽 아침을 깨우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립니다.
 
아침이면 온 몸땡이가 아플텐데도 나 혼자만 끙끙 응석을 부리고
낮이면 발바닥이 아파올 당신을 알면서도 나혼자만 가스 불 앞에서
고생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 때면 사람은 이기적이란 생각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서로 피차 일반인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욕심쟁이로 서 있는 나를 발견하노라면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잠깐씩 스쳐 지나가는 원망과 미움이 내안에 스며 들 때면
아내가 좋아 한다고  작은 스티로폴에 흙을 담아 만들어 준 꽃밭을  바라 봅니다.
세상 그 어느것 보다도 꽃과  자연을 좋아한다고 가게 앞에 만들어 준 내 꽃밭
아침이면  예쁘게 피어난 백일홍 꽃에 입맞춤을 하며
한바탕 소동을 끝내고 난 오후 시간이면  꽃에 물을 주라며
긴 호스를 연결해 놓고 좋아하는 나를 바라보며 웃던 당신
 
꽃만 보면 좋아서 늙어버린 얼굴로도 사진을 찍겠다고
웃어대는 나를 위해 디카도 마련해 건네 주던 당신
세상에 행복은 다 내것인양 하하 웃는 모습을 보며
말없이 피이. 하고 웃던 당신...
 
당신은 힘들어도 힘들다는 소리도 못하구
아내인 나는 여자란 이름으로 아프면 아프다고
당신 앞에 응석을 부리고 마는 연약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두번에 큰 수술을 하고나서도 절대로 약함을 보여주기 싫어
몸뚱아 넌 아파라
난 안아프다 하구 내안에 두 마음이 날마다 경쟁을 하였었는데
이제는 그 경쟁도 어느 한편이 지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마음은 늘 건강하니까 그래도 살아갈 힘은 납니다
 
어느 날인가 그날 따라 발 바닥이 유난히 아파 방에서 끙끙대고 있는데
세수대야에 따끈한 물을 떠 가지고 들어와서 발을 담그라며
씻어 주시던 모습을 보며  신혼 시절 당신이 하루종일 돌아다니다
집에 오면  잠들어 있는 사람 앞에 가서 따끈한 물로 씻어 주던 생각이 납니다.
이젠 반대가 되었습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서로를 헤아리는 사람으로 바뀌었습니다.
서로 말하지 않아도 그 마음을 헤아리는 사람으로 바뀌었습니다.
 
세상 모든것 가지지 않아도 우리에겐 여보 당신이란 이름이  있어 행복합니다.
아침이면 고운 햇살 창가에 찾아 와 문을 두드리며 깨워주니 얼마나 행복한지요
밤 늦게 들어와도 그나마 늦잠을 자니 얼마나 행복한지요
 
이젠 함께 출근을 해도 힘들지가 않습니다
쓰레기 버리고 아파트 화단에  자란 들풀을 꺾으며 행복해 하는
아내를 바라보는 당신의 느긋함이 있어 행복합니다.
이젠 그 어느것도 부럽지 않습니다.
그리 많은것 가지지 않아도 하루하루 우리가 웃으며 마음 헤아리며
또 하루를 열어 갈 수 있으니 그것 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조금씩 조금씩 우리 삶 속에 나눌 수 있는 여유로움이 더 많아진다면
나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당신이 그랬지요 넉넉하게 된다면 하루에 십만원 씩 새 돈을 만들어 주신다구요
그럼 나는 하루종일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불쌍한 노인들 설렁탕 대접하라구요
그런 날들을 위해 우린 오늘도 식당으로 향합니다.
그런 행복을 만들기 위해서요..
남자란 이름으로 아픔도 힘듬도 참아내는  당신에 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여보 사랑해요. ! 그리고 고마워요
 
마지막 소원 시골에 가서 살게 해 주시는 거지요  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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