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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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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숙희 2006-08-30

꿈을 꾸어 보았던게 언제적이던가...

밤마다 어둑한 골목에서 서성이거나  우는아기를 안고 있는꿈이야 수시로꾼다.

아니, 어쩌다가 화장실에서 배설물이라도 조금 본 날에는 혹시나 하고 일어나자 마자  로또를 사 보지만 역시나 인건 한두번이 아니다.

 

그러나 내게도 그런꿈 말고 진짜  보랏빛 꿈을 꾸었던 젊은 시절이 있긴 있었다.

정원에 흰그네를 매어 놓고 라디오 볼륨을 줄여 놓은 다음 책을 읽는 꿈이 그것이다.

결혼이라는 현실을 짐작도 못 한채 그저 결혼하면 자가용 타고 아담한  이층 양옥에서 살게 될 줄 만 알았다.

홈드레스를 잘잘 끌며 아래 윗층 아이들을 깨우러 다니고 영양이 좋와 보이는 아이들에게

맛있는 간식을 해 먹이는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남편이 직장으로, 아이들이 학교로 다 나간다음  예쁜 머릿수건을 쓰고 집안먼지를 털어낸 후 정원 흰그네에 앉아 나만의 시간을 즐기는것이었다.

그러나  꿈의 여신은 인색하기 이를때 없어서 내게 그 꿈 가까이 가는것 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자손 귀하 집안이라 두살 터울로 세딸을 내리 낳고 나니 책은 커녕 신문 한 조각 읽을 여유가 주어 지지 않았다.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며 기저기 빨래 하기도 바빠서 결혼 할때 사가지고 간 홈드레스는 아예 꺼내 보지도 못 했다.

늘,주름 지고 후줄그레한 바지에다 티쪼가리 하나 걸치고 종일을 설치다 보면 그것이 잠옷이고 평상복 이었다.

누가 말 했던가? 결혼은 무덤이라고... 무덤은 조용하기나 하지.

이건 하루 종일 전쟁터요 시장판 이었다.

산더미 빨래에, 치워 놓으면 금방 어질러 지는 방에, 딸들 우는 소리에 내 악다구니까지...

 

그리하여 이제 결혼34 주년이다. 

딸 둘은 결혼 했고 늦게 낳아  아직 공부가 끝나지 않은 아들과 혼전인 둘째딸이 서울에서 직장생활 하고 있다.

둘째딸만 시집 보내고 나면 나는 이제 다시 꿈을 꾸련다.

젊었을적 꾸다만 꿈을 꼭 현실에 옮겨 놓고 싶다.

지금 살고 있는 길가집을 팔고 경영하던 사진관을  접은 다음 강이나 바다가 보이는 시골로 내려 가리라.

그리고 조그만 집을 얻어  마당을 꾸미련다.

막연하게 정원이라고 꿈꾸었던 곳에 고추와 가지 오이 호박을 심으리라.

  조그만 탁자를 놓아 갓딴 오이로 냉채를 하고 호박과 풋고추로 된장을 끓여 이른 저녁을 먹은 다음 한켠에 매어 놓은 그네에 앉아 책을 읽어야지.

저녁 설거지 정도는 머리칼 몇올 남지앉은  남편에게 해 달라고 해도 화내지 않을 것이고 설거지 끝낸 남편도 석간을 들고 탁자에 앉아 저녁 석양에 돋보기를 빛내겠지.

잠이 깨어도 깨지 않는 이런꿈을 꾸며 나는 내꿈에게 속삭인다.

\"꿈아, 제발 내게서 멀어지지만 말아다오  늘 가까이 있어만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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