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은 왕(1)
여보세요~~ 내가 뭐 죄졌어요?
어머~ 아니 고객님 무슨 말씀이세요?
40대 초반 주부 고객님이신데 내 멘트가 다그치듯 아주 크게 귀에 거슬렸나 보다
분명 늘 하던데로 스크립터 내용대로 인사를 드리고 어디서 전화드렸는지
소속을 말씀드리고 전화 드린 내용 설명에 들어가는데 다짜고짜로 버럭 버럭
언성을 높히더니 짜증을 내는데 나원참~~
몇년간 콜센터 상담원일을 하면서 친절하게 응대하기로 자타가 공인하는데
처음 듣는 호된 꾸지람이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고객은 왕이시거늘...
거듭 죄송하다고 사과를 드리고 혹시 볼륨 상태가 너무 크게 작동되 불쾌감을
드렸는지도 모르겠다며 곧 시정하겠다고 양해를 구하였다.
고객은 왕(2)
신호음이 간다~
따르릉~~
어린 자녀가 받더니 엄마가 마침 계신단다.
엄마~~ 엄마 전화 받으세요~
아이는 애타게 엄마를 외치면서 전화를 받으라 하는데 한참이 지난 뒤
아주 여유스럽게
여~~보~~세~~요~
표현이 그렇지만 교만이 덕지 덕지 흐른다
전화 드린 이유를 설명드리는데 갑자기 내 소관이 아닌 이번 달 고지서에
계산이 틀리게 나왔다면서 더하기를 해보란다.
이달분 고지서 상세 내역을 클릭해 보니 항목별로 금액이
십여개 나열되 있는데 사실상 전산 처리 된 고지서 금액에
더하기가 잘못 되어 나올리는 거의 없는데도 고객은 왕이시니...
네 고객님 금방 다시 계산해 보고 곧 전화 드리겠습니다.
그래요~ 내가 외출할거니까 빨리해요~
추측대로 계산은 오차가 없었다
고객은 왕(3)
여보세요~~
000님 계신가요?
왜요 왜~~
뭐 이름이 뭐라구?
네 저는...입니다~~
늘 하던대로 스크립터 내용대로 같은 인사를 드린다.
거 다 필요없고 지금 전화거는 00씨 핸드폰 번호나 알려줘
고객님~ 상담중에 상담원 개인 연락처는 말씀 드릴 수 없고 고객 센터 번호
알려드리겠습니다~
이봐 ~ 내가 다 필요한것 줄 수 있거든
거 목소리 너무 좋다 내 취향이야~ 제발 연락처 핸드폰 번호 알려줘~~
바로 다음 고객과의 전화 연결이 대기중인데 끈적이는 끈끈이 고객님은
쉽게 끊을 고객님이 아닌듯...
그러나 어쩌랴 고객은 왕이시거늘~
고객은 왕(4)
숫자에 강하신 고객님이시다.
처음 부터 열여덟을 찾으신다.
낮술은 옛말에 에미 애비도 못알아 본다는데
낮부터 술에 취하셨는지 욕부터 시작하여 욕으로...
그런데 전에 남겨진 상담이력을 클릭해 보니
아 ~
전에 상담원은 고객님의 배우자와 통화를 했었는데
부부는 닮는 다더니 이력이 화려하다
얼른 통화 내용 설명도 전달 못하고
서둘러 종료 버튼을 눌렸다~
고객님 ~ 좋은 하루 보내십시요~~
어쩌랴 고객은 왕이 시거늘~
고객은 왕(5)
따르릉~
안녕하세요?
고객과의 통화를 진행하는중 자꾸만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그런데 이 목소리 누구더라
얼굴 인상도 낯이 익은 사람이 있듯이
목소리에도 흔적이 있어 어디서 많이 들어 본듯한데~~
앗~ 고객 이력을 뵈오니 아는분이네
그냥 끊어 말어~~
하지만 어쩌랴 고객은 왕이시거늘~
전에 일을 하기 전 좋았던 시절에 애들 아빠 사무실 여직원과의
연결에서 혹시 날 알아보고 사모님 ~ 그렇게 말할까봐
얼마나 두근 거렸던지 ...
그러나 오늘도 어제도 왕인 고객이 있어 내가 있었고
일터에서 때로 절로 터지는 한숨도 있지만 보람의 날들이 그보다는
더 많았기에 웃는다
화알짝~~~~~
고객님 감사합니다~
건강하십시요~
좋은 날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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