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에 두번있는 대학써클 동기모임이 저녁에 있다.
물론 남자동기들이 더많다.
그곳의 회장직(?)을 맏고있는 나는 며칠이고 연락망을 구축하랴 예약하랴..
왜들 문자를 날리면 요샛말로 씹는거얌.
\"나에게 회장직을 맡겼겠다...그럼 너희들은 내가 어디서든 만나자고 하면
집합인게야..투덜대기 없기..멀다고 안나오기 없기야..안나오면 쳐들어 갈꺼야..알았아?\"
\"네에......\"
이렇게 우격다짐으로 날 회장을 시켜놨으니 나도 우격다짐이다
우리집에서 걸어가면 코 닿을 곳에 있는 갈비집에 예약을 해 놓았다.
\"회장님 넘 먼대요..\"
\"따식...맞고 올래 안맞고 올래..\"
\"네에..갑니다...요..\"
아침나절 전화가 걸려온다.
남편이 달려가 받더니 오늘 저녁에 민속촌옆동네사는 선배집에서 손만두를 하는데
오라는 전화란다.
모임이 끝나면 나도 같이 가자는데 그 모임....시작하면 끝날줄 모르는데..
\"미안한데...내가 회장이잖여..우쨚댜..걍 아그들 데리고 가면 안될까용?..\"
\"그러지모...\"
입이 댓발 나왔다. 그러면서 한번 장딴지를 걸어볼려는 심사인지 저녁시간이 가까와 오니 작은아이 밥을 먹여놓으라는 거다.
치사하게 내가 안먹인다는 것도 아니고 모임나가기전에 먹이려고 하던 참이었는데
맛난 된장찌게를 보글보글 끓여서 두부랑 야채를 밥에 비벼주니
한공기 뚝딱 해치운다.
식성보면 웰빙인데....조금은 까다로운 막둥이..
\"지원아 아빠랑 언니랑 지수언니네 가서 맛난 만두 많이 먹고와....\"
\"엄마는....\"
엄마는 말야..오늘....약속이 있거든...그거 끝나면 지원이 한테 쌩하고 달려갈께..\"
\"응...엄마 빨랑와야해..\"
마침나가려는데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다. 걸어가야 하는데 낭패다.
마침 차를 가지고 온다는 친구가 생각나 전화를 하니 우리집 앞이란다
그럼 언넝 차를 우리집으로 전진앞으로...
6개월만에 만난 친구...전보다 조금 헬쓱해 보인다.
\"너 요즘 애뱄다...\"
\"ㅎㅎㅎㅎ. 너 옛날에 내가 너보고 애뱄다고 해서 복수하는거니?ㅎㅎ\"
경상도 아주매다.
약속장소에 하나둘 나타나는 동기들
아직도 결혼안한 총각에,
이마가 훤하게 드러나고 있는 녀석에..
배가 남산만한 녀석...
그래도 여자동기들의 상태(?)가 훨씬 양호하다.
비가와서인지 도착시간들이 중구난방이다.
늦게 시집가서 늦게 아이를 본 동기하나는 아들을 영재학원에 보내기 위해
시험을 보러 간다던데..
\"우리나라엔 영재가 너무많아...그냥 영재 학원만 가면 영재라고 하니 말야..\"
\"걍 놔둬라 뭐든 부모로서 시행착오는 있어야 하잖니...우리는 이미 다 해본거지만..별거아니였지?ㅎㅎㅎ\"
지글지글 돼지갈비는 불판에서 익어가고 옛날이야기며
살아가는 이야기며 때로는 이런 만남이 삶의 활력소가 되지싶다.
사실 우리남편도 학교다닐때 같은 써클 선배였기 때문에
우리동기들의 성향이나 사람 됨됨이를 잘 아는터라 동기들 모임이라면
언제고 나가도 된다는 인심두둑해 보이는 남편처럼 헛기침을 한다.
츠암네...
\"형이 잘 해주시지?\"
\"당근.....매일 당근만 주지.....ㅎㅎㅎ\"
1차는 고기집 2차는 노래방 3차는 입가심 생맥주...
큰딸한테 슬쩍 전화를 해본다.
\"만두는 잘 먹었니? 언제쯤 출발할꺼니?\"
\"응 조금있다 하려나봐...\"
\"그럼 떠날때 엄마한테 문자해...\"
서해안으로 낚시를 하러갔다며 조금늦을지 모른다던 녀석이 비릿네 펄펄 날리며 들어온다.
\"아이고 형수님 죄송...ㅎㅎㅎ\"
\"그래 니가 젤루 이쁘구나..되련님...앉거라...\"
세월이 흘러 이십년이란 세월의 간격을 모두의 삶에 앉혀놓았지만
그 세월에 굴하지 않는 순수함과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들이
이쁜 동기들...
두고두고 세월이 흘러도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이 아닐까 모른다.
큰딸로부터 문자가 날라온다. 출발했다고...
아무리 남편의 후배들이고 나의 동기들이라지만 나름대로 남편에게 지켜야할 예의는 있는법이다. 먼저 들어가야지...
경상도 아주매손에 대리운전비를 쥐어준다.
\"안전하게 여자 운전자를 불렀어..조심해서 가구 연말에 다시 만나자..\"
\"그래..회장님 넘 멋진거 아냐?...\"
오늘의 만남으로 인하여 두고두고 추억이 되고
온갖 스트레스로 부터의 탈출을 의미하는 삶의 에너지원이 되었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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