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말에 여름방학을 한 아이들...
방학 첫 주부터, 수영장, 청소년 문화원, 도서관을 쳇바퀴 돌듯 몇일을 돌더니
심심하다고 난리다.
방학인데 뭐 신나는 이벤트나, 미지의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 마땅한 이치같은데
영 따분해 한다.
시댁과 친정이 있긴 하지만 요즘 노인네들이 어디 옛날하구 같은 노인네냐구.
다 각자 평소 개인의 짜여진 스케줄에 따라 생활을 만끽하시는 고로
갑자기 그런 평화를 깨뜨리는 침입자는 손주도 예외를 두지 않고
눈칫밥을 면치 못하리라.
방학때 1주일 정도 외가에 보내라는 친정아버지의 권유가 있긴 했지만
엄마, 아빠 없이 내려보낼 수는 없고 휴가때나 핑계를 대고 가서
개겨볼까 생각하는 중이었는데...
마침 시댁에서 부고가 날아들었다.
남편이 문상을 가야 했는데 이참에 아이들을 친정에 데려다 주기로 했다.
(아이들을 맡겨보기는 이번이 두번째이다. 첫번째는 6년전 시동생 결혼할 때 둘째를
1주일 정도 맡긴적이 있은 이후.)
올해 둘째까지 초등학교 1년생이 되고서 그간 무뚝뚝하기만 하던 친정 아버지도
손자들에게 그동안 미처 못다했던 사랑의 표현이랄까 뭐 그런게 고프셨나보다.
셋째의 이혼으로 생이별해야 했던 손자들에 대한 안타까운 그리움이 묻어난다.
뚝뚝하고 무섭기만 하던 아버지였는데 손주사랑을 보니 세월의 흐름만을 가늠할
뿐이다.
어제 근처 대학이나 공장 견학을 갔다왔다는데...
우리 초등 1학년생에게 물으니 \"박물관에 갔다왔어요.\" 하고 단순명료하게
대답해준다. 고놈이 아는한 자기가 못가본 미지의 장소는 다 박물관이 되가 보다.
두 입만 보내기가 미안해 하숙비까지 제법 두둑하게 드렸는데
오늘 아침 게찌게에 밥을 비벼주니 애들이 잘 안먹으려고 하더란다.
둘째놈,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그러면서... 푸훗..
배가 불러서인게지...
휴가때 시댁이나 친정으로 안간지 6-7년 된데다가
휴가 때 아이들만 데리고 얌치같이 가버리기가 미안해서 가서 몇일 있어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중인데...
엄마가 물어오신다. 휴가때 어떡할 거냐구... 올 거냐구...
응, 그럴라구 그러는데...
엄마... 기다렸다는 듯이... 딴 집 딸들은 친정에 한보따리 장을 봐와서
맛있는 것두 해먹구 가구 한다는데... 하구 열을 낸다.(선수를 친다.)
나... 뭐, 된장찌게랑 생선 한마리 구워서 먹으면 되지 않을까...
엄마... (안도하며) 그래, 나중에 얘기하자...
하이구... 내 그럴 줄 알았어...
친정밥 얻어먹기 힘들어라...
엄마... 나두 별루 안 가구 싶거든...
정말 특이한 엄마야...
피곤한 엄마랑 휴가때 지낼 생각하니 벌써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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