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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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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친구


BY 허무한 2006-08-01

그저께 한국 그로서리를 다녀왔다.

부추와 해물을 좀 사가지고 왔다.

해물전과 소주는 궁합이 그저 그만이다.

부추와 해물을 넣고 전을 부쳤다.

소주를 사려고 했지만 알코올 도수가 높은 관계로 식료품점에서는

팔 수 없다고 했다.

아~하 , 내가 누군가 ?

언제나 이노베이션을 추구하는 사람 아니던가!

미국 그로서리에서 선더버어드라는 술을 발견했다.

남편은 값이 싼 주정뱅이의 술이라고 했지만

맛이 조금 달달해서 싫지만 그 고상한 와인의 맛을 닮지 않고 소주의 맛을 닮았다.

언제나 전을 부치면 함께하는 술이다.

 

문제는 술친구가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해물전이 맛이 있어도 같이 먹어주는 이가 없으면

맛이 감하기 마련이다.

남편은 미국인인지라 보드카나 뭐 알코올 도수가 강한 위스키를

마셔도 안주를 먹지 않는다.

술을 마셔도 취할 정도는 절대로 안 마신다.

그러니 술주정이니 뭐니 하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다

남편보고 안주 같이 먹으면서 술 마시자고 할 수가 없는 이유가 있다.

안주의 의미를 모르는 미국인이기 때문이다.

나는 안주를 먹기위해 술을 마시지만

그는 술을 위한 술을 마시기 때문이다.

그는 고급 위스키만 부엌 높다란 곳에 넣어놓곤 가끔 마신다.

마셔도 마셨는지 안 마셨는지 나는 모른다.

 

ㅎㅎ, 그런데 나는 술 마시기 시작하면 좀 다르다.

일단 해물전을 만든다.

그 다음에 선더버어드를 잔에 부어서 마시면서

노래를 부른다.

조용필의 노래가 좋다.

뭐  조용필의 노래가 아니더라도

그냥 내가 고등학교 다닐때 유행가 정도는 기억하니까

그것들 중 아무거나 부른다.

이웃이 가까이 없으니 소리를 질러도 누가 뭐라는 사람은 없다. 하하

다행히 식구들이 한국노래를 하니 음치인지도 모른다.

애들도 엄마 술 마시네 하면서 지들이 하는일에 열중할 뿐

별로 관심이 없다.

음악시간에 교수가 한국민요를 불러 보라고 해서

\'아리랑\'을 아주 큰 소리로 불러댔더니

ㅎㅎ, 사람들이 모두 쿨하다고 하였다.

음치인 나는 그 점이 아주 재미있었다.

노래 부를 기회가 주어지면 열심히 한국말로 불러야지

지들이 뭐를 아나. 원래 한국 노래는 그런줄 알겠지.

 

여하튼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나의 친구들이 생각난다.

같이 해물전을 먹으면서 횡설수설 옛 이야기를 하면서

술을 마신다면 그 기쁨은 배가 되겠지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가끔 인생의 동반자가 공통점을 소유하고 있지 않을때 많이 슬퍼진다.

물론 맘에 안 드는 점보다 드는 점이 많기에 살고 있지만

이런 작은 일들에 같이 할 수 없는 것이 약간의 비극이라면

비극이지만 내가 술 마시고 노래를 시작하면

남편은 \"흠, 참 노래 잘하네. 나는 못 하는데\"

그러면 나는 속으로 한국에서는 음치소리 듣지만

ㅎㅎㅎ,  당신귀엔 내가  노래 잘하는 걸로 들리니

고맙기도 하지 뭐.

태평양을 건너오면 음치도 카수로 변하나 봐, 와~아

술 마시고 남편에게 눈을 게슴츠레 뜨고 다가가면

그는 아주 좋아한다.

평소의 나는 무뚝뚝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만약 내게 애교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그는 간이라도 빼 줄 사람이다.

그래도 나는 애교하고는 담을 쌓고 산다.

 

각설하고

가끔 내게는 정말 해물전을 같이 먹어주며 술을 마셔주는

친구가 필요하다.

은지네님과 연락하게 됐는데

그 분은 아주 먼 곳에 살고 계신 관계로 마음에 맞는 술친구하기엔

다 글러 버렸다. 웬지 글로 봐서는 술도 안 할 것 같기도 하고....

서른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친구와 나는 소주잔을 앞에 놓고

인생을 논했다. 어떤 인생이 우리 앞에 펼쳐저 있는지는 몰랐지만

우리는 불빛이 희미한 분위기 있는 막걸리 집에서 파전을

먹으면서 인생을 얘기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년에 다섯번도 안 마신다.

신년 이브에 새우찜을 해 놓고 남편과 마시는 삼페인을

포함해도 다섯번이 안되는 것 같다.

이유는 술친구가 없어서 인 것 같다.

그 시절이 그립다기보다는 한국음식을 먹으면서 뜻이 통하는 사람과

밤새 대화를 나누고 싶은 생각이 가끔은 드는 이역생활이다.

 

남편은 한국사람이라면 무조건 연락처를 알아서 온다.

한국사람의 나이도 잘 구분하지 못한다.

ㅎㅎ, 그래서 어떤 사람의 전화번호를 알아와서는 나랑

나이가 비슷할 거라며 전화 해보라고 한다.

그래서 한번 전화해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분은 60도 넘은 분이더라는 사실.

내가 그렇게 늙어보이냐며 바가지를 박박 긁고 나서는

\"여보세요. 아저씨, 내 친구는 꼭 한국사람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누구나 나와 공통점이 있어  마음이 통하게 되면 친구가 되니

너무 한국사람과 친구 될 것을 강요하지 마세요. 내 친구는 내가

알아서 사귈테니 관심 좀 꺼 주세요\"

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물론 자기엄마 초등동창도 자기 친구라고 하고 다니는 사람에게

한국인은 나이가 비슷한 사람끼리만 친구한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것은 힘들다. 여기야 뭐 나이에 상관없이 그냥 탐아 매리야라고 부르고

다니니까 그깟 나이는 사실상 별로 문제가 안된다.

그러니 남편은 한국사람이라면 무조건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최근에 겪은 일도 있고

친구란 국적과 관계없이 마음이 통할 수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컴에 오면서 느낀건 여기서라면

마음이 통하는 친구를 얻을 수 있으리라는 느낌이 든다.

웬지 모르게 이해심도 깊은 분들이 많은 것 같고

성급하지 않고 빨리 단정지어 버리지 않는 지혜를 가진

분들이 많은 거 같다.

 

아~~~ 정말 오늘같은 날은 해물전과 소주를 나눌 친구가 필요하다.

물론 기분이 나쁘거나 좋다와 상관없이 그냥 소주 한잔과 해물전을

나누면서 왁자지껄할 수 있는 그런 친구 말이다.

내가 오징어를 넣어서 만든 전을 맛있게 먹어줄 친구가 필요한데

무서워 하면서

도망가는 남편넘 미워.

따지고 보면 한국인들은 누구나 오징어를 좋아하는데

왜 미국인은 오징어나 문어를 보면 무섭다고 하는지...

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건 지극히 다른 정서의 문제인 것 같다.

\'아저씨, 나는 살아 꿈틀거리는 오징어도 잘 먹어요. 그런 눈으로 날

보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