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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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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일기(가식)


BY 개망초꽃 2006-07-26

내 속엔 거짓이 내장보다 더 많이 뒤엉켜 있다.

거짓을 그대로 들어내 놓으려면 용기가 필요한데

이제는 그 용기조차 거짓으로 피부처럼 감싸고 있다.

한 때는 거짓 없이 글을 쓰고 거짓 없이 쓰는 글이 진실한 글이라고

당당하게 세상에 내 놓고선 어떤 답글이 올라오나 내심 궁금해 하기도 했는데

피처럼 검붉은 글을 쓰지 못하고 피부처럼 살색 글을 써 놓고

이게 진짜 나일까? 스스로 자괴감에 빠지곤 했다.

 

얼마 전에 쓴 카페일기는 가식이 디룩디룩 살을 입힌 글이었다고

나는 고백한다.

지금 나는 새벽녘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속이 상하다.

카페를 하는 석 달 동안 내가 한 일은 청소와 설거지와 꽃가꾸는 일이었다.

돈을 벌기는커녕 돈을 쓰기만 했다.

친구와…….지금에 와선 친구라 말하기조차 어설프지만…….

암튼 멋쟁이 친구와 보조를 맞추려다보니 옷도 몇 벌 사 입었고

꽃이 시들면 내 돈으로 꽃을 사다가 심었다.

한달 월급은 칠십 만원이었는데, 점심을 주지 않아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녔다.

월급은 두 달만 받고, 한달은 월급 없이 카페 문을 열었다.

밤새도록 술잔치를 벌인 카페 안은 들여다보기 싫을 정도로 엉망이었다.

술 먹는 손님들이 얼만큼 난장판인줄은 상상만으로도 뻔한 것이다.

술 쏟아놓고, 안주를 뒤섞여 놓고, 술잔을 깨뜨리고,

음식물을 뱉어 놓고, 담배 재는 음식과 술과 뒤엉켜 테이블에 달라붙어 있고…….

칠십만원을 벌기위해 나는 카페에서 청소부였고 파출부였다.

 

 

 

월급을 안 받던 한 달 동안은 전기료 몇 만원 나온다고 손해라고 못마땅하게여겼다.

꽃기르고 청소하고 술설거지 한 것은 모르는 것 같다.

하긴.사장이 나오는 저녁시간엔 이미 내가 다 치운 뒤라

그게 얼마나 힘들고 지저분한지.그게 인건비로 치면 얼마인지 모르나보다.

그 일을 하지 않았기에 경험하지 않았기에 모를 수도 있겠지만…….

전기료는 몇 만원이지만

내가 일한 대가는 최소한 칠십만 원 이상은 된다고 본다.

그런걸 계산할 줄 모르는 인색하고,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저번에 쓴 글은(꽃이 좋아서 그래) 가식을 인절미의 콩고물처럼 몇 겹 묻힌 글이었다.

친구가 본다기에 그렇게 써서 친구마음을 풀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친구는 마음을 풀지 않았다.

오로지 글에서 친구 이야기를 몇 번 쓴 것을 가지고

나를 쳐다보지도 않는다.

 

친구 이야기는 거짓이 아닌 사실이다.

아니 그보다 더 친구는 문제가 많다.

일이십만 원만이면 간단하게 낮에 영업을 한다는 간판을 달자고 해도 돈이 없다고 했었다.

하지만, 친구는 자기 입으로 카페하면서 몇 백만 원어치 옷을 사 입었다고 했다.

거의 매일 옷이 달랐다.

몇 벌의 옷만 가지고 번갈아 갈아입으면서 술장사를 해도 될 것을…….

전에 술장사를 하던 사람들은 청바지만 입고 다녔다고 한다.

그래도 매출은 지금보다 훨씬 좋았다.

 

나도 가식으로 뒤집어쓰고 카페를 다녀야했다.

속과 다르게 겉으론 친구 애인들을 칭찬하고 반가워 해야 했다.

남자들을 이용해서 잘 먹고 잘살아야 현명하다고 맞장구를 쳐야했다.

그랬으면 친구는 나를 미워하지도 않았고

자신의 행동이 능력이구나. 했을 것이다.

안 그런 내가 친구 눈엔 가시였고 얄미웠고 고지식하게 보였을 것이다.

 

오로지 꽃, 꽃, 꽃만 좋아하는 내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같이 보였을것이다. 

책보고 글 쓰는 내가 지적인 척한다고 얄미웠을 것이다.

친구 말처럼…….

우린 별로 친하지 않았잖아?

그래…….그게 문제였다.

친하지 않았으니까 서로의 생활방식과 성격이 전혀 반대임을 가까이 일을 하면서 알았으니…….

 

가식…….때로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꼭 필요한 자기 방어이기도 하다.

 

친구는 더 이상 낮에 장사를 안 하고 싶다고 했다.

두 달 동안 아무런 노력도 안하고 장사가 안돼서 낮에 문을 닫고 싶어 하는

무책임한 친구의 행동을 나도 이해할 수가 없었고

그래서 내가 청소와 설거지 해줄 테니 한 두어 달만 낮에 장사를 하겠다고 해서

못마땅한 눈치였지만 열심히 카페 살림해주면서

꽃 예쁘게 가꿔주면서 낮에 영업을 했다.

그러나 친구는 계속 못마땅해 했다.

이유를 몰라서 한두 번 물어봤더니

전기요금 때문이라고 한다.

이해는 갔다.

빚으로 카페를 했고, 술장사가 잘 되지 않았기 때문에

마음이 편하지 않았을 것이다.

단 몇 만원도 아깝고 짜증이 날 테니까.

근데 친구는 지나치게 옷을 많이 사 입었다.

그것도 싸구려가 아니고 꽤 가격이 나가는 옷이었다.

난 그걸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서로 사고방식이 틀렸고 생활방식이 틀렸다.

그래서 우린 맞지 않았다.

 

결국 친구는 또 한번 낮에 장사를 안 하고 싶다고 했고,

내가 신경이 쓰인다고 했고,

자신의 이야기를 글에 써서 기분이 나쁘다고 했다.

그리고 그 뒤부터 나하고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고

얼굴색이 틀려지고 나를 보면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더 이상 카페 문을 열수가 없었다.

내가 카페에서 돈을 벌어가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동안 정성들인 꽃이 아깝고

조금만 노력을 하면 내 월급정도는 나올 것 같고

그러면 친구한테 한달에 몇 십만 원 월세를 내려고 했었다.

그렇게 하겠다고 얘기를 했는데…….

친구는 자기 이야기를 글에 쓴 것과 당장 전기요금이 아깝고

친구의 생활방식과 사생활을 못마땅하게 여긴걸 알고 있었나보다.

가식적으로 안그런척 잘하는 척 비위를 맞췄어야 했는데.

융통성 없고 고지식하고 답답하고 너무 솔직한 내 성격이 문제였다.

 

카페를 그만 두었다.

다른 건 다 접어두고

꽃이 잘 크고 있는지 궁금하다.

 

다 접어두고, 친구의 생활방식이야 뭐라 할 수 없는것이고

그것이 꼭 옳다 나쁘다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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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를 접은지 이주일짼데...

시간이 지난 다음 글을 쓴 건

바로 글을 쓰면 내 감정에 너무 치우칠 것 같아서

한숨 돌린 다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속상하고 안타깝고 정성드린 꽃이 아까웠지만

그래도 큰 경험이었습니다.

친구가 조금 더 열심히 장사를 하고

절약해서 실속있게 꾸려가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꽃에 물을 잘 줘서 죽이지 말았으면 합니다.

내가 이렇게 꽃,꽃 그러니 못마땅했을겁니다.

먹고 사는 것이 문제지...무슨 꽃타령. ㅎㅎ

저도 문제가 많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