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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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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 옛날이여~~


BY 마당 2006-07-24

사닥다리를 타고 올라가 전망좋고 시원한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던 원두막.

그곳에서 보던 세상은 왜 그리 신바람이 펄럭이던지 그때 그 쾌감,~~ 와 ~~ 그 쾌감이야말로 주변의 모든 열악함을 잠시나마 덮어놓기에 충분한 장소였다.

그 원두막 아래로 끝없이 펼쳐진 참외와 수박의 행렬도 행렬이려니와

오물 오물 올챙이처럼 모여든
조무래기 친구들 중에서 원두막에 오를수 있도록 선택된 나는 참으로

개선장군처럼 씩씩하고 의기양양하게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희희낙낙 낙선의 절망감으로 일그러진 아이들의 표정에 \"니네들은 못올라오지롱 \" 느물 느물한 웃음을 던져주는 악동이 되었었다.

그 원두막 주인은 우리집 바로 앞에사는 숙이네 였는데, 경상도에서 이사와

본토배기 우리에게 밉보이지 않으려고

시시때때 참외와 수박을 날라다주었고 언제든 원두막을 오를수있는 우선권을 주었기에 주인도 아니면서 나는 늘 위세당당했었다.

집에서 원두막까지 가려면 산등성이를 넘고 넘어서 긴 꼬부랑길을 한참을 걸어가야 했건만 지독한 불볕이 쏟아져 내리는 한낮에도 원두막을 향해 가는 발걸음엔 늘

성능좋은 엔진이 달려있었다.

참외 수박을 얻어먹겠다는 속셈도 작용하고 있었지만 무엇보다 시원한 원두막에서 주인인양 거들먹 거리는 되지못한 심보를 즐기고 싶었고 그곳에 올라가 노는것이

그렇게 재미있을수가 없었다.

그당시 아이들이 하나같이 원두막에 오르는걸 좋아했었는데 모두에게 선택의 길을 열어주지 않았기에 원두막 입구에서 서성이며 선택 되어진 나를 선망의 대상인양 부러움으로 바라보다 돌아가곤 했었다.

그러던 어느날 늘 낙선의 실망으로 뒷걸음치던 아이들이 의기투합하여 저녁무렵에 특공대처럼 참외밭을 기습적으로 덮친 사건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숙이네는 생계수단이었고 아이들에겐 복수의 칼갈이이자 이참에 참외 수박을 원없이 먹어보자던 계획이었기에 두파의 팽팽한 수호작전과 투하작전은 전쟁처럼 불을 뿜었고 그 과정에서 행동이 굼뜨고 어리숙한 영복이가 붙잡히게 되었다.

경상도 사나이 숙이 아빠의 꽹과리같은 목소리가 바다같은 들판을 가로지르며 울려퍼지고 급기야 영복이네 엄마가 수배되어 원두막으로 불려와 참외 수박값을

톡톡히 치뤄줘야했다.

그깐 참외 몇개 수박 한덩이면 아이들의 작은 배가 남산만큼 불러올것이지만 문제는 익어가는 수박줄기를 짓밟아놓고 참외도 으깨났다는 혐의로 그날 저녁 영복이는 그야말로 재수없게 걸려들어 지 엄마에게 수없이 지청구를 들으며 언덕을 끌려올라가야만했다.

그 사건이 있은후 나는 더이상 원두막의 그 달콤하고 우쭐하던 선택의 길에서 떨려나야했다. 모든아이들이 출입금지 대상이 되었고 경계근무는
더욱 강화되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원두막의 꿀맛같은 추억은 그길로 초라하게 막을
내리고 말았으니 ㅠㅠ .....

지금은 생사조차 알수없는 먼 옛날의 숙이네 가족과 그 주변에서 어슬렁 거렸던

코흘리개 친구들은 어디서 무얼하며 어떤 모습으로 살고있는지 궁금하다.

지금도 시골마을을 지나다 어쩌다 마주하게 되는 원두막을 보면 그때의 그 짜릿한 전율속으로 풍덩 빠져들곤한다.

원두막은 내 감수성의 온실이요, 온몸의 세포들을 춤추게 만들던 활력소였기에 이 여름이 다가오면 언제나 그곳 아득한 원두막의 희미한 페이지를 더듬어보곤한다.

아 ! 옛날 그 옛날은 어디메로 흘러가 버렸는고?

 

( 참으로 오랜만에 글을 올리게 되었지요? 혹시 마당 잊지 않으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