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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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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혼자인 것을


BY 허무한 2006-07-23

마음이 지옥이다.

며칠전에 이 미국땅에서 한국인끼리 서로 도와야

한다던 여자에게 뒤통수를 크게 맞고

나이 사십이 넘은 지금도 남에게 당하고 살만큼 어리석은

날 돌아보니 실소가 나온다.

 

남편에게 이야기했지만

그는 바른 생활 사나이어서 내게 원하는 위로를

해줄줄 모른다. 정말 바른 생활 사나이서가 아닌

말하자면 말의 핵심을 잡기보다는 꼬투리를 잡는다.

그러니 위로받기보다는 외려 스트래스를 받고 만다.

같이 한번만 욕해주면 그냥 스트래스가 풀릴건데 그만한 융통성도

발휘하지 못한다.

사람이 생각과 사상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기도 그리 쉬운게 아닌 거 같다.

나는 경제적으로 크게 어려웠던 적이 있어 다른 점은 다 간과하고 책임감 있고

날 굶기지 않을 남자를 찾아 재혼했다.

좋은 면도 많은 남편이지만 솔직히 나랑 통하는 건 하나도 없다 위에 제시한

조건 말고는. 결국 따지고 보면 이것도 내 잘못이지만

요즘은 내가 경제력만 갖추어지면 정말 이혼하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든다.

 

아이들을 낳았다.

장사다니던 엄마때문에 엄마의 손길을 받지 못하고 자랐던

나는 전업주부가 되길 맹세했고

그런 조건을 가진 만난 사람을 만나서 아이들을 가지고

결심한대로 보살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전까지만 해도

정말 아이들을 낳기를 잘했다고 한치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지금 아이들이 초등 3, 5학년이다.

아침에 \"give me a hug\" 했더니 얼굴들을  찡그리며

나를 밀어낸다.

고양이 밥 주라고 했더니

얼굴을 찡그린다.

옆에 있던 남편이 말한다

\"니 고양인데 왜 걔 보고 밥 주라고 하냐\"

그러니 딸도 엄마 고양인데 내가 왜 주냐고 구시렁거린다.

제기랄, 내가 많은 일을 시키는 것도 아니고

아침 7시 저녁 5시에 개 , 고양이 먹이주는 것만

주기적인 임무로 부여한 건데 거기서 왜 니 고양이

내 고양이가 나와야 하냐 말이다.

그렇다. 항상 기준을 세워 아이들 교육을 시키려면

남편이 아무 생각없이 그런말을 하면서 끼어드니

제대로 되는게 없다.

사실 아침 저녁으로 잔소리를 해가면서 애들에게

먹이 주라고 하는 것보다 그냥 내가 주는게 훨씬 편하다.

그렇지만 애들도 뭔가 책임감을 느끼고 꾸준히 해야

하는 걸 가르키는 게 옳은 일이라는 신념하에

\"애들아, 짐승들은 시계도 볼 줄 모르고 배꼽시계에

기대서 산단다. 제발 잊지 말아라. 정확한 시간에 꼭 먹이를

주도로 해라. 니들이 배 고픈데 내가 밥 안주면 좋겠니?

말도 못하는 짐승들인데 불쌍하잖아\"

라고 누누히 말해도 그렇게 쉽게 먹혀 들어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애들이 영악하거나 그렇지는 전혀 아니다.

모범생이다.

그런데 요즘 보면서 느낀게 아무래도 교육을 잘못시킨 게

아닌가 싶어 자꾸 돌아본다.  공부도 잘하고 모범생이지만

너무 냉정해 보이는 아이들이다.

말하자면 극도의 이기적인 아이들이 되어버린 것이다.

학교에서 애들을 대하다 보면 느끼는 그런 감정이

내 아이들에서도 느껴진다.

모범생들이 주로 그렇다. 책잡힐 행동도 하지 않지만

복도에서 마주쳐도 고개도 까딱하지 않고 지나가는 아이들이 많다.

문제가 있고 말썽을 일으키는 아이들이 오히려 인간적이 애들이

많다. 밖에 나가서도 아는 척하고 다가와서 반가운 척도 하고 말이다.

그러니 인간적으로 보면 이런 애들이 더 정이 가는 것이다.

 

애들을 벌하려고 하면 남편이 막아선다.

그렇다고 이날 이때까지 매 한번 든 적 없는 나인데도

불구하고 그는 번번히 끼어든다.

그러면 나는 점점 나쁜 사람이 되고

그는 점점 좋은 사람이 된다.

남편은 내가 마음에 안 들면(예를 들자면 잠자리를 같이 안 한다던가 하면)

애들 앞에서 그런다.

자기 유산은 전부 애들앞으로 물려줄거라고

그러면서 내 반응을 본다.

자식을 점점 의존적으로 어머니의 경쟁자로 만드는

그런 치졸한 남편과 살아야만 하는 내 자신이 정말 한심하다.

이혼하고 박차고 나가지 못하는 내가

너무 답답하다. 

 

그러고 보면 한국사람끼리 서로 돕고 살아야 한다던

그 여자가 내 뒤통수를 친거나

남편이 이런식으로 나를 시험하는거나 별반 다를게 없다.

그런 남편에게 이런일을 하소연하면

부부간에 싸울일이 있으면 나를 상대로 그걸 이용한다.

말하자면 니가 그러니까 그 여자가 그랬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친구가 그립다. 아무 사심없이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동감해주는 그런 친구가 말이다.

 

지금은 철저히 혼자임을 느낀다.

부부지간에도 부모지간에도 자기 이익이 없으면

내가 어떻게 되던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다.

온갖 더러운 일 , 악역을 도맡으면서 (두 아이를 키우는 동안 남편은

기저귀 한번 갈지 않았다, 비위가 약하다는 이유로)

내가 창조해 보려던 행복은 환상일 뿐인가 보다.

 

결국은 혼자 걸어야 하는 길을

누군가와 동행해 보겠다는 내 부질없는 환상인가 보다.